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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지 이제 이 년이 다 되어간다. 마시는 술의 종류에 따라, 술 마시는 공간, 먹거리, 분위기가 달라진다. 분위기로 보자면 겨울의 사케가 단연코 1위다. 여름의 차가운 화이트와인도 좋지만. 시원한 생맥주 또한 괜찮다. 그렇다고 지글지글 고기 안주에 소주가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와인만큼 그 나름대로의 격식과 문화를 가진 술이 있을까. 이러한 '격식과 문화'가 작은 문화를 산업으로 만들고 관련 시장을 확대시키고, 전문가와 관련 아카데미를 만든다. 그리고 현재 전세계 인구 100명 중 1명이 와인 관련 산업에 종사한다.

술이라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관대한 한국이 왜 술 마시는 것과 관련해 와인 만큼의 문화나 산업이 없는 것일까.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소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걸 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조선 시대 선비는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꿀물을 탄 따뜻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난 뒤, 일과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의 소주와는 다른 소주이지만.

또한 쌀로 빚는 술이라, 흉년에는 금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각 고을마다, 집안마다 특색있는 소주가 있었고 이것이 전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잊혀지고 말았다. 한국은 뛰어난 전통문화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화가 가진 힘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들 중의 한 곳이다. OECD 나라들 중에서 유일한 나라다.

술 마시는 것도 일종의 문화다. 그리고 그 문화를 통해 나라를 알리고 시장을 만들고 산업을 만든다. 이것이 문화가 가진 힘이다. 와인의 역사가 기원전 5,000년 경까지 올라가지만, 와인을 격식 있는 문화로,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불과 몇 세기 되지 않는다. 와인 산업을 문화 산업으로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와인 산업의 성장에는 와인 문화가 일조 했음에는 틀림 없다. 가치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된다.

이는 술 마시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문화예술만 관련된 것에만 '문화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모든 제조산업에 다 그 나름의 창조적이며 특수한 문화를 만들어야 지속적인 성장과 창의적인 혁신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 이가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한국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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