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音, 꿈의 전람회, 김영태

지하련 2007. 8. 15. 14:03

音, 꿈의 전람회
김영태(지음), 돋을새김




여름날의 거친 숨소리가 세월의 변덕을 닮아가던 날들이 지나고, 새벽의 찬 바람과 매미 울음소리, 화단의 나무소리, 도시의 시멘트 소리가 내 청춘의 아침을 가득 채운다. 어제 반 년 만에 간 강서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려왔다. 그 중 한 권인 < 音, 꿈의 전람회>.

김영태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시집을 갖고 있는 이라면, 시인들의 초상을 그린 화가로 알고 있을 테고, 시를 좋아한다면 그를 시인으로 여길 터이고(문학과 지성사에서도 그의 시집이 여러 권 나왔다), 무용가이거나 무용애호가라면 그를 무용평론가로 기억할 것이다. 어제 도서관에서 잠시 들춘 <객석> 8월호에서 나는 김영태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7월에. 이제 이 책은 사자(死者)의 책(書)이 된 건가.

音, 꿈의 전람회
이 책은 김영태 선생이 음악에 대해 쓴 글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짤막한 단상, 제법 긴 글, 저널에 실린 듯이 보이는 단평(短評),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무용과 음악(특히 현대음악)에 박학다식한 그의 면모를, 그리고 풍부한 시정으로 사려 깊은 문장들은 그가 뛰어난 산문가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네 시간의 독서
아침에 일어나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해, 오후 1시에 다 읽었다. 그 사이, 에릭 사티를 만났고 아르보 페르트를 들었으며, 많은 음악가, 무용가, 작가들이 열린 내 방 창문으로 들어와 오래된 JBL 스피커로 사라졌다. 이 산문집에는 사심(私心)이 없고 그저 보이는 대로, 그저 들리는 대로, 그저 느끼는 대로, 때론 초고인 듯 보이는 풋풋함이 숨어있다. 그래서 글쓴이의 사사롭고 엉뚱한 시선을 피하고 깊이 있고 뚜렷한 성찰의 결과를 원하는 독자에게 무시당하는 여지도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이는 취향의 차이일 뿐. 그러한 차이 속에서도 이 책은 참 재미있고 즐거운 산문집이다.


音. 꿈의 전람회
김영태 지음/돋을새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