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광화문 스타벅스 - 8월 17일 오후 네 시,

지하련 2007. 8. 21. 11:41

8월 17일 오후 네 시, 광화문 스타벅스.


소리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은 곳이다. 천정에 매달린 스피커의 쓰임새가 자못 궁금해지는 이 곳은 소리와 타인에게 무신경한 서울 사람들의 비정함으로 빼곡히 매워진 공간이기도 하다. 이 지독한 소음 속에서 어떤 생각이나 상상, 외부를 향한 사소한 관심마저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 곳은 차가운 원두커피를 마시기 위해, 8월 서울의 타는 듯한 열기를 피하기 위한 사소한 희망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단 1초라도 쉬면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숨을 쉬지 않고 떠들 수 있다는 대단한 자신감과 용기로 충만한 사람들만이 들어올 수 있다. 심지어 이 곳에 앉아있는 내가 놀랍고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워 보이는 이 공간은, 시대의 몰락을 향해 가는, 우울한 대도시의 풍경을, 폭력적인 소음 속에서도 스산하게 담아낼 수 있는 놀라운 공간이다.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미쳐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무의미한 소음 속에서 자본주의의 끝없는 욕망의 바다를 부유하며 죽어가는 영혼을 내버려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