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지하련 2002. 12. 24. 00:59

일요일에 낯선 사람들과 술을 마셨는데, 썩 행복하지 못했다.
그들이 날 낯설게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들이 낯설었다.

내가 누군가를 낯설어하듯이 누군가도 나를 낯설어할 것이다.

낯설다는 느낌은 '근대'에 새롭게 발견되어 주목한 느낌이다.
낯설다는 건 우리의 삶이 모험 속에 있다는 것을 뜻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도시는 난리다.
거리는 사람으로 넘쳐나고
차들은 거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영풍 문고에서 몇 권의 책을 샀고
밤 늦게 통닭과 케익과 맥주 한 잔을 마실 계획이다.
아주 조금만 먹어야지.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건 따뜻해진다는 걸 의미하는 것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낯설게 느낀다는 건 스산하거나 쌀쌀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같기도 한데,
나이가 들수록 낯설게 느끼지 못하고 낯선 것마저도 이건 익숙한 거야라고
치부해버리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