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똥과 창자 그리고 자존과 해방” - 안창홍, 정복수 전, 갤러리아트사이드

지하련 2007. 11. 16. 09:57

창홍   정복수 

똥과 창자 그리고 자존과 해방

2007. 10. 17 – 10. 30

Gallery ARTSIDE

 

 


우리는
하루 24시간 동안 마디의 욕을 할까. 욕을 하지 않는다면 욕을 하고 싶은 상황엔 처하게 될까. 그리고 이를 인생 전반으로 확장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삶이란, 실은 고귀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애초 시작부터 수십억 마리의 정자들 속의 우연한 마리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어떤 필연성이나 목적성 없이 그저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허무주의는 이미 우리 현대인에겐 익숙한 삶의 양식이자, 정신적 태도이다. 하지만 누가 감히 그런 양식과 태도를 드러낼 있을까. 그러나 현대 예술에 있어서 허무주의의 /무는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현대 예술이 허무주의와 직간접 영향 관계 속에 있다. 그리고 허무주의와의 싸움이 현대 예술가들의 몸짓이며, 말이며, 작품들이다.

 

안창홍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삶의 흔적을 고통스럽게 반복하고 있었다. 낡고 바랜 사진 위의 조각난 칼자국은 우리의 힘으로는 어쩔 없는 시간의 상처를 간직한 , 관객 앞에 없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안창홍 작업 앞에서 슬픔이나 연민을 느끼기 이전에, 우리 각자의 삶과 일상 생활 앞에 놓여진 보이지 않는 공포, 두려움, 절망을 먼저 느낄 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이 관객에게 주는 불쾌감 대부분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이런 점에서 안창홍 작품보다 정복수의 작품이 부담스럽다. 안창홍은 앞에서 주춤거리며, 칼질을 하며, 고통을 인내하고 스스로를 파괴해가는 과정을 조용히 드러낸다면, 정복수 드러내놓고 우린 고작 이렇게 밖에 없는 거야 라고 외치는 듯하다. 또한 얼핏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그려진 보이는 정복수의 작품들은 실은 치밀한 계산과 조형의식이 밑에 숨어있다. 그래서 캔버스 속의 작은 사물 하나조차도 제자리를 이탈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전시는 안창홍 삶에 대한 정직한 해부에서 시작하여 정복수의 치밀한 구성의 자유분방한 색채와 조형에서 마무리된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이 기대어야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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