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큐피드

지하련 2003. 12. 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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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
PARMIGIANINO, 1523-24
Oil on wood, 135 x 65,3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날개 너무 작은가.
하긴 날면 되는 거지.
몸에 비해 날개가 작은 것처럼 보여도, 난 잘 날 거든.
활을 좀 다듬고 있어.
요즘같이 사랑이 희박한 시기엔 내 활이 무리를 하기 마련이야.
그래도 어쩌겠어.
나의 운명인 걸.
하지만 내 운명도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 것같아.
천사에게만 희귀하게 걸리는 날개가 짧아지는 병에 걸렸거든.
실은 내가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이라더군.
하긴 날 사랑하는 이는 없으니 말이야.
나도 사랑을 하고 싶은데 말이야.
인간들의 사랑을 위해 내 화살을 사용하지 않고
내 사랑을 위해 내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
실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가버렸어.
이 세상에 사랑이 사라지기 전에 부단히 움직여야지.
그러다 날개가 없어지면 나도 그만 두는 거지.
그리고 나르시스를 만나러 가야겠군.
요즘은 종종 그가 부러워.
그는 호수에 빠져 죽고 난 다음에도 그만 찾으니 말이야.
환상이라는 것도 때로 좋은 것같아.
원하는 대상이라도 있으니 말이야.

자, 힘차게 움직여라. 나의 날개야. 이제 아침이 밝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