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Fairytales, Radka Toneff & Steve Dobrogosz

지하련 2008. 1. 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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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ytales
Radka Toneff (vocal), Steve Dobrogosz (piano)
Ales2 Music, Korea (Odin Records)


꽤 오래 전에 재즈가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빌리 할러데이(Billie Holiday)의 노래가 광고 배경 음악으로 깔리고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가 광고 카피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나는 그 유행이 못마땅했다. 사람들은 그런 유행이 어떤 문화의 저변을 공고히 할 것이라 믿지만, 대부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도리어 깊이 있는 애호가들은 덧없는 유행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기고 유행에 빠진 사람들은 고작 사라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 정도나 기억할 뿐이다.

어쩌면 나는 유행되는 모든 것을 싫어하는 병에 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신 감탄하면서 읽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 도리어 내 자신이 이상해진다. 혹시 잘못 읽은 것은 아닐까 하고. 나는 TV나 신문에서, 혹은 대단한 유명인이 ‘이 책 좋아요’, ‘이 음반 훌륭해요’라고 한 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것을 경멸한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일종의 병이 분명하다.

이 음반, 예상 밖으로 품절이다. 2003년 10월에 출시되었으니, 품절될 법 한 것인가. 하긴, 좋은 앨범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팔리기 마련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노르웨이 출신의 라드카 토네프(Radka Toneff)는 만 서른 살이 되던 해, 자살했다. 막상 음악을 들어보면 자살하기에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맑고 투명하다. 스티브 도브로고즈(Steve Dobrogosz)의 피아노는 라드카 토네프의 목소리 아래로 흘러가면서 맑은 하늘을 가진 오전의 물방울 같이 듣는 이의 귀를 울린다. 우리가 흔히 재즈 보컬을 떠올렸을 때의 음악과는 멀리 떨어져, 장식적이지 않으면서 북유럽의 공기를 맡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런 음반이 국내 라이센스로 출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제라도 진짜로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기도해보자. 진정한 애호가는 숨겨진 아티스트를 찾아,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 음반도 재발매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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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카 토네프의 간단한 약력은 http://www.musicweb.uk.net/encyclopaedia/t/T64.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피아노를 맡은 스티브 도브로고즈는 미국 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현재도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이 웹사이트에는 스티브 도브로고즈의 매력적인 음악들을 mp3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반드시 몇 곡을 다운로드 받아 들어보길 바란다. 정말 좋으니까. 그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www.dobrogosz.com/



Radka Toneff - Fairytales - 10점
라드카 토네프 노래/알레스2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