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 展,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지하련 2008. 1. 2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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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천재를 그리다.
-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 展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2007. 12. 27 - 3. 16
http://www.2008modi.com/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 - 1920)의 어린 시절은 평온했다. 집안은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모딜리아니의 미술 재능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미술선생인 Guglielmo Micheli은 그의 재능을 인정하였다. 그는 성실한 아들이자, 학생이었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모딜리아니에게서는 이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파리에서의 그는 압셍트와 마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방황하는 가난한 보헤미안에 가까웠다. 그의 내부에서는 끝 없는 예술혼이 불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개성적인 작품들은 그 살아있는 동안 정당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그가 죽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개성적이다’, ‘독창적이다’ 로만 표현할 수 있을 뿐, 그의 작품들은 그 동시대의 다른 화가들과 비교한다면 어딘가 맥이 빠지고 깊이가 없으며 서투름을 숨길 수 없다. 그의 높은 대중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근대 미술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그의 삶은 충분히 비극적이었다. 하지만 더 비극적인 것은 그의 방황을 예술적으로 의미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작품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미술사가들은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스로 그것을 망쳐버렸다고 여기게끔 만들었다.

그는 평생을 결핵과 싸웠다. 태생적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으며, 그의 재능만큼이나 새로운 미술에 대한 열망(기존 미술에 대한 반발로 표현되는)이 대단하였지만, 파리에서의 그는 언제나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았다. 그의 주변에는 늘 여자들이 있었다고 하나, 이는 그의 재능이나 그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일상이 술과 마약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잔느 에뷔테른(Jeanne He’buterne)은 모딜리아니의 두 번째 여자였다. 그의 첫 번째 사랑은 러시아 시인인 Anna Akhmatova였다. 그 때 모딜리아니의 나이는 26살이었고, 안나는 21살이었다. 이 때가 1910년이었고 안나는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1916년에 모딜리아니는 잔느 에뷔테른을 만나지만, 약 4년 후 그는 죽는다. 그가 죽은 후, 임신한 잔느 에뷔테른은 사랑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자살을 선택한다. 그들 사랑의 이 비극적인 결말은 대중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비극적인 천재 화가 모딜리아니의 옆을 아주 짧은 기간 지켜봤던 한 여인의 애절한 사랑.'  얼마나 상투적인 스토리인가.

하지만 전시 제목처럼 모딜리아니가 '천재'였다면, 에꼴 드 파리의 모든 화가들은 '천재'였다. 아니 그 당시를 '천재들의 시기'라고 불러야만 할 것이다. 모딜리아니의 사인은 술과 마약으로 인한 건강 악화였다.

무명의 화가였던 모딜리아니를 사랑했던 잔느는 매우 바보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그녀는 집안에서 반대하던 사랑을 감행했고 그 결과는 자살이었다. 그들은 죽고 난 뒤 1930년이 되기 전까지 같은 묘지에 안장되지도 못했다.

전시는 아주, 혹은 다소 맥이 빠진다. 재능은 있었지만, 스스로 자신을 파괴하는 한 남자 옆에 서 있는 다소곳한 모습의 여자를 보기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20대에 그려진 그녀의 작품들은 서투르고 다듬어지지 못했으며, 모딜리아니의 작품 한 두 작품을 빼고는 작품이 주는 감동은 미미하다.

결국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사랑이다. 하지만 이 사랑을 바라보는 나는 계속 불편했다. 우리는 종종 재능 있고 명석하게 보이는 한 여자가 잘못된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경우를 싸구려 연애 소설에서 보게 되는데, 이 전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런 스토리이다.

모딜리아니와 잔느가 만나지 않았을 경우의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이들의 관계를 사랑으로 포장하기에 잔느의 삶은 모딜리아니로 인해 상처 입었고 결국 그 상처로 인해 몰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