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권력과 지식, 미셸 푸코

지하련 2007. 2. 19. 20:57


권력과 지식 - 미셸 푸코와의 대담
콜린 고든(편), 홍성민(옮김), 나남, 1991




권력과 지식 - 10점
콜린 고든 지음/나남출판



기억을 더듬어보면, 미셸 푸코의 저서를 제대로 읽었던 적이 없다. <<성의 역사>>는 2권까지 읽었으나, 전혀 기억나지 않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읽었지만 재미없었다. <<말과 사물>>는 읽다가 그만두었고 <<지식의 고고학>>은 이정우의 역자 서문만 읽었다. 미셸 푸코의 책을 읽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미셸 푸코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시절은 대학시절이었으니,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미셸 푸코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무턱대고 읽기 적당한 것도 아니다.

<<권력과 지식>>은 1972년부터 1977년까지 미셸 푸코가 여러 저널들과 나눈 대담들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직접 미셸 푸코의 대화를 통해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펴낸 여러 책들에 대한 부연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미셸 푸코의 저서를 읽지도 않았고 그의 사상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이 글은 이 책을 읽고 기억나는 대로 정리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을 통해 미셸 푸코의 사상 세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

서양의 근대는 여러 모로 문제가 많은 시대이다. 여기에서 ‘문제’라 함은 후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연구와 분석을 요구함을 뜻한다. 이는 서양의 중세와 근대가 너무나 명확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으며, 서양 근대의 유산들이 현대 세계를 구성하고 현대 세계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의 맹아적 형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가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는 ‘권력’이다. 그에게 권력은 눈에 분명하게 보이는 형태를 가진 권력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어떤 관계를 뜻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권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가령 ‘억압’이라든가 하는 것을 부정하며, 이와는 다른 형태로 권력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벤담이 고안한 판옵틱은 효과적인 권력의 행사를 위해 시선을 도입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 판옵틱은 불합리한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18세기 계몽주의적 세계관에 의해 구성된 합리적 권력 행사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18세기 후반에 새로운 공포의 대상이 생겼습니다. 사물과 인간 그리고 진실에 대하여 장막을 드리우고 있는 어두운 공간에 대한 공포 말입니다. 빛을 차단하는 어둠의 장막을 깨고,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일소해 버리고, 자의적인 정치와 군주의 횡포와 미신, 폭군과 사제들의 음모, 그리고 전염병과 무지가 난무하는 어둠침침한 구석을 깨부수자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습니다. (중략) 벤담의 계획이 관심을 모았다면 분명 그 이유는 판옵틱이 모든 영역에서 투명한 권력으로, 또 계몽에 의한 지배로서 권력의 모습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판옵틱에서는 사방이 벽면으로 둘러싸인 성 안이지만, 이렇게 폐쇄된 공간이 역설적으로 완벽한 합법적인 공간을 창출했던 것입니다.’(190쪽)



이 공간 속에서 시선(gaze)과 내면화(interiorization)이 이루어지며, 권력은 강제적인 방식이 아닌 형태로 우리의 일상을 규율화시킨다. 판옵틱은 권력이 행사되는 한 유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권력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섬세하게 퍼져 있는 그물망을 통해서 행사’된다. 그러므로 권력에 대한 연구는 미시적인 형태로 진행되어야 하며, 푸코는 계보학적인 접근이나 고고학적 접근으로 그의 사상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광기, 육체, 성에 대한 그의 연구는 이러한 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