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불멸의 화가 반 고흐 展, 서울시립미술관

지하련 2008. 3. 31. 00:19

불멸의 화가 반 고흐
07. 11. 24 - 08. 3. 16, 서울시립미술관


사람들의 눈에 나는 무엇이냐? 없는 사람이거나 특이하고 함께 살 수 없는 사람이다. 삶의 목표도 없고 이룰 수도 없는 사람, 한 마디로 형편없는 사람이지. 좋다, 그것이 사실이라 할 지라도 나는 그 특이하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의 정신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내 작품을 통해 보여주겠다.
- 반 고흐(1882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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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늘 ‘반가움’보다는 ‘신기함’을 먼저 느끼는 건 쓸데없는, 나의 과민한 반응일까. 혹은 반 고흐의 작품이 우리를 감동시킨다는 사실보다 2008년 우리 주변에 있을 또 다른 반 고흐를 떠올리게 되는 건 무슨 까닭일까.

보통의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전시를 보러 가고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너무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늘 가슴 한 켠이 아리는 것은 순수한 미술 애호가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대중주의만 늘어나는 것 같아서다.

한 쪽에서는 상품성 있는 전시만을 기획하고, 과감하게 홍보 마케팅에 투자하고, 비싼 입장료와 대기업 후원으로 이루어진 전시는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작품성, 예술성보다는 돈이 되는 화가의, 돈이 되는 작품인가 아닌가부터 먼저 살피고, 돈이 된다 싶으면, 먼저 사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긴 자본주의 사회이니, 전시나 작품 구매 모두 돈이 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이걸 당연하다고 적는 나는 얼마나 타락한 것인가!).

하지만 다른 한 모퉁이에서는 몇 년 아껴가며 모은 돈으로 개인전을 열어, 작품 한 두 점 팔기 어려운 가난한 화가들도 있다. 또는 아예 그림 그리기 포기하고 돈 버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한국의 세잔, 한국의 반 고흐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너무 공상적이고 터무니없게도, 보통의 사람들이 반 고흐의 작품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가 쓸쓸하게 자살하던 그 순간, 유럽의 그 누구도 반 고흐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명해지자 마자, 반 고흐는 신화가 되었고 전설이 되었다. 그것이 현실을 더욱 비참하고 슬프게 만든다.

나는 사람들이 이미 유명해져 버린 예술가나 이미 돈이 되는 작품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순수하게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소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엔 반 고흐의 아이리스는 너무 처절하고 슬프고 아름답기만 하다. 저 화사한 색채의 율동 속에서 숨겨진 절망감이란! 하긴 세상이 원래부터 이렇게 생겨먹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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