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꿈은 현실의 기억이 되고

지하련 2008. 4. 11. 10:28

어떤 꿈은 너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그것은 실제 기억과 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의 기억이 된다. 아마 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어났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 일은 사소하지만, 사람들에겐 견딜 수 없는 정도로 깊이 패인 정신의 상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눈을 뜨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가지게 되는 기억의 일부는 아주 오래전 선명하게 남겨진 꿈에게서 연유한 것. 종종 우리가 눈 앞의 현실에게서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특히 젊은 날의 열정과 꿈이 흐린 눈가나 입가의 주름 사이로 숨어버리는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의 남자에게 더욱더 위험한 이 사건. 이 무렵의 남자들이란 대개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마주 하게 되는 젊음들에 대한 공포,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힘주어 고백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아내, 번번히 대화의 미끄러짐을 경험하게 해주는 냉담한 그의 아이들, 하루하루 정해진 일과로 짜여진 그의 모던 타임즈, 정기적으로 바뀌는 계절의 수상한 향기 속에서 그들의 영혼은 천천히 주눅 들고 지쳐가고, 그러다가 소리없이, 혹은 과감하게 오래 전 꿈을 군데군데 조각난 과거 현실의 기억 사이에 집어넣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