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창작수업

지하련 2004. 5. 13. 12:07


시 창작 수업이다. 5월. 1층 강의실 옆 잔디에 한 무리의 학생들이 대낮부터 막걸리와 소주를 펼쳐놓고 술을 마시고 있다. 의례 술잔 옆에는 시집이나 소설 몇 권이 나뒹굴고.

강의를 하러 들어온 교수는, 출석을 부르다 말고 고개를 돌려 창 밖으로 술판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 틈에서 이 수업을 들어와야할 학생들이 있음을 발견하곤 한심한 눈으로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쳐다본다.

이 좋은 봄날에 자네들은 강의실에서 뭐하는 짓인가. 자네들은 시를 쓸 수 없겠구만.

하곤 2시간 강의를 꼬박 채우고 창 밖 학생들의 술자리로 간다. 강의실에 앉아 있던 몇 명의 학생들도 투덜대면서 술자리로 간다. 그렇게 어느 대학 봄날 오후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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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대학 2학년 때, 군대 가기 전 낮술이 정말 좋았는데. 특히 4월, 5월. 잔디밭에 앉아 술판 벌려서 지나가는 선배며 후배며 불러서 술 먹일 때, 지나가는 교수나 강사 불러서 술 먹일 때, 술값 떨어지면 다시 지나가는 선배며 후배며 불러 세워서 술값 내놓고 가라고 할 때, 지나가는 교수나 강사 불러서 술 사주고 가라고 할 때,  ... ... 앗. 이거 완전 대학 때 날라리였다는 사실이.. 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