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대화와 만남

지하련 2008. 8. 14. 09:31



행사가 끝나고 난 뒤, 많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술도 많이 마셨지만, 아직 행사 후유증이 계속 되고 있다.
나는 예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주위의 몇몇은 나를 매우 비즈니스적인 사람으로 이해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종종 내 취향이 특별하다고 여기지만, 일을 하면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제 갤러리에서 젊은 영국 작가들과 늘 가슴 설레게 하는 빌 비올라와 만났고
두아트서울에서는 정말 특별한 미술가인 온 카와라를 만났다.

성곡미술관에서는 색채를 활자처럼 읽어내는 척 클로즈를,
구 서울역사에서 진행되는 아시아프에는 거친 세상 앞에서 천천히 자신감을 잃어가는 젊은 작가들을 만났다.

그러다가 문득 내 이십 대를 떠올리자, 슬퍼졌다.
어느새 내 나이는 서른여섯이다.
밀린 책들과 밀린 음악들, 밀린 리뷰들을 슬슬 정리해야 한다.

현기증 나는 이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아침부터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 째 한 쪽 어깨가 무너질 듯 아프다. 한 쪽으로만 기울어가는 내 마음같아 더 아프다.

죽은 자들의 허구,
이국의 벽장 속에 숨은 자들의 이미지,
나를 피하기만 하는 음율과의 만남과 대화는 언제나 날 흥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