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사

대중과 카라바지오

지하련 2004. 2. 19. 00:53


바로크 예술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되는 양식이다. 이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천동설을 버리고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믿으며 무한한 우주에 보잘 것 없는 인간임을 인정하는 순간 시작되는 예술이다. 이 인정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번민과 불안, 걱정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실존주의 이후의 현대 양식), 무한한 신이 만들었다는 이 지구와 우주에 대한 기하학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랑과 자만으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이제 인간적인 것은 신적인 것으로 대체되었으며 인간적인 것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나타났다. 17세기 해부학이 인기 학문이 된 이유의 배경에는 이러한 태도의 변화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한순간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카라바지오는 교회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으며 대중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누가 감히 예수를 비천한 인간으로 표현한다는 말인가 라며 일반 평민들은 카라바지오의 그림들을 업신여겼다.  

종종 당대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유행의 물결이 되며 가치있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쫓아다닌다. 그리고 그 속에는 카라바지오의 작품들은 속하지 않는다. 시대의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때때로 사람들의 무시와 비아냥, 비난을 자초한다는 것을 뜻하며 자신에게는 생의 고초와 가난의 연속, 번민과 절망을 야기시키는 그 무엇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2004년도 이와 비슷한 시대이거나 이보다 더한 시대일 것이다.


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02
Oil on canvas, 107 x 146 cm
Sanssouci, Pots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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