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바다와 나비, 김기림

지하련 2003. 12. 17. 10:47



바다와 나비



아모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모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려 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저러서
공주처럼 지처서 도라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어서 서거푼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시집이 있었다. 가끔 꺼내 읽었는데, 누군가에게 빌려주고는 돌려받지 못했다. 그리고 빌려준 그 이는 먼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버렸다. 한 밤 중에 바다와 나비라는 시를 작은 소리로 읽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