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일요일 밤, 그리고 요요마의 탱고

지하련 2008. 9. 28. 22:25


드디어 책상 스탠드 불빛이 반가운 계절이 왔다. 스탠드 불빛의 독특한 열기는 서늘한 밤공기가 밀려드는 때야 비로소 나의 즐거움이 된다. 어둠 속에 반쯤 묻힌 서가의 책들, 어지러진 팜플렛과 도록들, 읽다만 신문들, 그리고 요요마의 탱고가 흐른다.

추석이 지나고 광주에 잠시 들려, 몇 분의 작가들을 만났고, '포플레이'라는 카페에서 맥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보는 린LP12 턴테이블. 아직까지 린LP12 턴테이블의 명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린LP12 턴테이블이 유명하게 된 것은 CD의 음질이 낫다고 사람들이 말할 때, 사람들이 이게 LP 소리가 맞느냐고 반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리가 탁월하고 안정적이다. 나는 이 곳에서 찰스 밍거스를 오랜만에 들었다.

하지만 아직 린LP12 턴테이블은 호사스러움이리라. 그러나 나의 오래된 파이오니아 턴테이블도 이제 바꿀 때가 왔다. 뮤직홀 MMF 턴테이블을 구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련지.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행복을 지나 마음이 아프고 다시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신기운의 '알람시계'(비디오영상, 4분 12초, 2006)은 의미심장하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를 보는 이들에게 던진다.

실망스러운 광주비엔날레보다 미디어비엔날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비엔날레에는 전시를 보러 온 꼬마 아이들의 눈에서 빛이 났다. 그만큼 신기하고 즐거운 작품들로 가득했다. 진지한 작품들 사이로 미디어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일반 관람객들을 즐겁게 한 것이다.

역시 글이 씌여지지 않는다. 글을 써서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을 땐, 절대로 글이 씌여지지 않는 법이다. 마음만 무겁고 문장은 길을 잃은 미아처럼 갈팡질팡하면서 두려움에 떤다. 이 짧은 블로깅을 위해 거의 두 시간을 이러고 있다.

작년에도 가을밤이 있었을 텐데, 작년 가을밤 기억은 없고 지금 가을밤 기분만 알겠다. 이 밤 요요마가 적절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