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심한 스트레스와 조절

지하련 2008. 12. 6. 10:44

약 3주 정도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냈다. 그리고 오늘 그 일을 끝냈다. 일은 많고 시간은 없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일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내 책임이 될 상황이었다. 이래저래 일을 끝냈다.

일을 끝내는 그 날, 면접도 봤다.

이러는 동안에도 내 규칙적인 생활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루에 3시간을 잘 때조차 운동을 했다.

그 사이 나에게 예술의 역사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너무 반가웠다. 그 일로 인해 지쳤던 내 마음이 다소 상쾌해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회사를 다닐 때 면접을 보고 들어갔던 적이 없다. 면접이라고 해 봐야, 사장, 혹은 담당 임원과의 약식 인사 정도였다. 한 번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원만했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을 뽑아본 경험이 있는 터라, 사람 뽑는다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면접은 미리 주어진 어떤 상황 속에서 업무 처리에 대한 것과 나머지는 집단 토론 후 결론 도출이었다. 첫 번째의 경우에는 나쁘지 않았다. 두 번째의 경우에는 꽤 난해했고 인사담당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무척 흥미로웠다. 주어진 시간 내에 결론을 도출해야 되는데, 결론 도출을 하지 못했고, 실은 가상의 상황이긴 했지만, 결론을 도출하기 매우 어려운 주제였다.

면접을 끝내고 나니, 점심 시간이었다. 하지만 난 급하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3주 간 날 괴롭혔던 일의 마지막 마무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늦게 그 일을 끝내고 난 다음, 다음 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기억이 나지 않을 상태까지 술을 마셨고 어제는 종일 방바닥에 누워 지냈다.

그렇다고 해서 규칙적인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단지 하루 정도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폐인처럼 지낼 필요가 있었다. 너무 급격한 변화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다. 어젠 아주 편한 마음으로 뻗어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오전 7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일어났다.

요즘 내 변화가 무척 신기하고 반갑다. 방황하는 영혼이라든가, 우연스러운 행운, 불안감을 숨긴 미소 같은 것과는 무관한, 논리적이고 꼼꼼한, 규칙적이며 예외없는, 일사분란하고 예상가능한 어떤 일상을 만들고 있는 내가 매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