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눈 내린 골목길 저 끝엔

지하련 2008. 12. 23. 08:41

 


밤 아홉시를 넘긴 시간에 집 밖으로 나가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운동을 끝내고 오는 시간에 문득 눈이 곱게 쌓인 골목길을 걸어가는 동영상을 찍기로 했다.

갑자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술을 줄였으며 1주일에 3-4회 이상 꼬박꼬박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 나가는 것을 이야기하자, 그 이유를 매우 궁금해 한다. 한 여자친구는 곧바로 이젠 소개팅을 시켜줘도 되겠다며, 시간을 잡으려고 했다. 어떤 이는 피트니스 센터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정말 황당할 정도다. 이제 6주째로 접어든 이 생활은 송년모임 약속이 몰려 있었던 지난 주말을 제외하곤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 이제 운동에도 어느 정도로 적응을 한 것인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편할 정도다.

나는 매우 공상적인 사람이다. 늘 꿈을 꾸고 있으며 그 꿈을 현실화시키고 싶어한다. 그런데 늘 꿈 가까이 다가가지만, 어딘가 이상하고 실패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딱히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이, 어쨋든 꿈 가까이 다가갔으며 적절한 행운만 있었다면 성공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에 가까운 모습이었고, 꿈을 이루기 위해선 내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안 됨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운동은 지치고 나약해지기 쉬운 영혼에게 적당한 위로와 활력을 부여해준다. 그것이 가식이든 허위이든, 이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서른 중반의 사내에겐 필요악인 셈이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가, 소설가를 꿈꾸었다가, 평론을 잠시 준비하다가, 미술사로, 웹기획자로, 경영컨설턴트로, 마케터로, 문화기획자로, 잡지 기획 편집자로, 국제아트페어에서의 갤러리스트로, 국내아트페어의 디렉터로, ... 일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대단한 성공을 거둔 적도 없었다. 다채로운 경력을 가졌지만, 그 다채로운 경력을 어떻게 하나로 모으고 사용해야 할 지에 대한 혜안이 아직 나에겐 없었다.

그러자 사태는 분명해졌다. 내 치명적인 단점들 한 두 가지부터 바꾸자고 결심했다. 술을 줄였으며 그저 자정이 되기 전에 잠을 청했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시간이 고정되었다. 시간 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시작했으며, 어떤 일에 대한 마감을 지킬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그저 몇 가지만 고쳤을 뿐이나, 그 몇 가지로 인해 일상의 모든 것들이 변화했다.

매우 흥미로운 변화였다. 어쨋든 변화를 시작되었고 아직 나는 내 꿈을 버릴 생각이 없다. 아니 도리어 현실화를 시킬 수 있는 체력과 열정을 가지기로 마음 먹었다.
(적고 보니, 위 동영상과는 별 관련이 없다. 다음에는 동영상에 사운드를 깔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