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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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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문학동네



책벌레를 읽었다. 정독 요하는 책이다. 하지만 건성으로 읽었다. 문장이 좋지 않았고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스타일도 흥미진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하나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스토리와 하나의 말많은 양탄자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무척 치밀한 구성이었지만, 나는 한 권의 소설을 원했지, 자신의 주장을 담은 논문을 원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책은 과연 무엇인가?"

책을 읽으면서 책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우리는 책을 읽는 것일까. 한동안 이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한 권의 책에 대한 것이듯, 진시황제가 모든 책을 불 태웠듯이, ... 책은 무척 중요한 것인데, ...

2002년 9월 : 다시 떠올려보아도 이 소설은 극적 긴장감이나 감동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떨어진다. 주제가 너무 분명한 경우 그것을 담는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어야하는가에 대해서 이 소설가는 아직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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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 - 10점
이경림 지음/이룸


파란 하늘이 위로, 약 이십킬로미터 정도 끝없는 우주 쪽으로 올라갔다. 그랬더니 조금 넓어진, 또는 매우 넓어진 하늘을 메우기 위해 공기들이 이리저리 재빨리 움직이며 바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해마다 삼월 초면 이런 일이 생기곤 했다. 하늘이 먼저 움직이고 뒤따라 공기들이 움직였다. 옷깃 사이로 공기들이 밀려들어왔다 밀려나갔다. 꼭 파도 같았다.

방 구석 오래된 책장 속에서 '정원'을 페이지 속에 숨긴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숨긴 정원의 크기를 가늠할 방법은 없었지만 내가 책을 들고 흔들자, 우수수 작은 나무며, 푸른 잔디며, 둥글고 맨들맨들한 돌맹이들이 떨어져내렸다. 꼭 한겨울 함박눈처럼 내려 금새 방을 가득채웠고 열린 창을 넘어 골목길을 채우기 시작했다.

정원에 익숙하지 못한 도시의 주민들이 문을 열고 나와 정원을 숨긴 책 한 권을 들고 있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종일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은 쓰레받기로 떨어져있는 나무며, 잔디며, 돌맹이들을 책 속으로 집어넣어야만 했다. 몇 시간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돌맹이 하나가 바람에 밀려 하늘로 올라갔다.

바람이 조금 더 세게 부니까, 나무며, 잔디들도 따라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로 올라가 싱그러운 향기를 뿌려댔다. 무척 좋은 향기다. 삿대질을 하던 주민들도 나와 그 향기를 맡으려고 했다. 그건 좋은 글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였다.

오랫만에 무척 좋은 향기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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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체험의 경제학 Experience Economy
- B.조지프 파인 2세/제임스 H. 길모어, 세종서적





너도나도 고객 중심을 외치고 있는 시대다. 그 이유는 당연히 '과잉 공급' 때문이다. 하나의 욕구에 하나의 상품이 대응되는 시대에서 하나의 욕구에 서너 개의 상품이 대응되었고 이제 숨겨진 욕구를 꺼집어내어 상품을 대응시켜야만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마케팅이 등장하게 된 것은 하나의 욕구에 서너 개의 상품이 대응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이 시기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틀린데,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였다. 포디즘으로 대변되는 생산시스템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생산성 향상을 불러왔고 이러한 과잉 공급이 한 쪽으로는 마케팅의 필요성을, 한 쪽으로는 경제 공황을 불러왔다.

'고객 체험의 경제학'이라는 책은 차별화된 Customer Value Proposition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맞춤화도 그렇고 체험 경제라는 것도 익히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기업의 고객 전략 수립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반대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익히 옆에서 보고 있고 알고 있는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그것들이 어떤 전략 위에서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것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그 중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바로 '연극성'이다. 원래 '체험'은 예술 감상의 영역이었다. 우리가 비디오를 보지 않고 극장에 가는 이유는 체험의 차이에 있다. 똑같은 커피라도 호텔에서 마시는 것과 자판기에서 마시는 것과 다르고 누구와 마시는가에 따라 또 틀리다. 이러한 체험의 차이를 알고 있었던 이들은 예술가들이었다.

그러나 아주 불행하게도 이제 비즈니스에도 이러한 것들이 요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일상은 풍족해졌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무료하다고 여기거나 답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의 비즈니스는 '체험 비즈니스'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일방적인 상품 판매가 아닌 정서적이고 상호교감 아래에서의 상품 판매여야하고 이는 기업 전략 하에서 움직여야 한다.

지속적인 고객 체험의 변화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고 서로의 관계는 보다 두터워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고객들을 위한 체험 연출을 보다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구성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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