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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1.
얼마 전 ***의 포르노가 돌았을 때, 우리 시대가 불순한 관음증으로 도배된 사회라는 것을 또다시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잘못인가? 정말 우리 시대의 잘못일까?

노출증과 관음증. 이 단어는 후대의 역사가나 예술사가들이 우리 시대를 정의 내릴 때 사용하게 될 몇 안 되는 단어들 속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제프 쿤스는 노골적으로 스스로를 노출증 환자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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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 Jeff on Top, 1991
Jeff Koons.



제프 쿤스는 대담하게, 그리고 매우 친절하게 자신의 성행위를 보여준다. 이 대담한 예술가는 왜 사람들이 타인의 성행위에 관심을 가지는가에 대해 반문하면서 미술관 전체를 한 권의 포르노 잡지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면서 이렇게 묻는다. '과연 내 성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제프 쿤스의 일련의 작품들은 실제 자기 자신과 부인의 실물과 똑같은 모형으로 이루어져있다. 즉 성행위의 주체가 합법적인 부부이니, 이들의 성행위는 도덕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에 대해서 외설이니 아니니 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든다면 제프 쿤스가 쳐놓은 함정에 빨려들고 마는 셈이 된다. 제프 쿤스의 작업은 이러한 복선을 깔고 진행된다. 그리고 보다 깊게 살펴보면 제프 쿤스의 작품들은 이 복선 이상의, 좀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며 그것을 굳이 정의 내리려 한다면 아마 '노출증의 사회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노출증의 사례는 너무도 많다. 최근 미국에서 작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이야기: 미국 플로리다주의 어느 도시에 살고 있는 여대생 6명은 그들이 사는 집에 VoyeurDorm.com(몰래카메라로 24시간 서비스를 해주는 성인유료사이트)의 몰래카메라 수십 대를 설치해놓고 그들의 일상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것을 제공받는다. 심지어 학비와 월급까지. 아마 이들은 자신들이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것과 실제 자기들의 인생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을 것이고 실제 인생은 심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들에게 진짜 인생은 있는 걸까?

2.
요즘 아이들이 스타가 되기 위해 열병을 앓는 이유는 현재의 자신이 싫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주목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 '동일시'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동일시가 아니라 아예 하나가 되어야 하고 그 자신도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것이 거짓 인생이더라도 말이다. 원래 동일시란 불가능한 것을 가상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방어기제였다. 그러나 이제 동일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 자기 자신을 지우고 껍데기로만 남으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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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lyn, 1964
Andy Warhol



엔디 워홀은 '껍데로만 남은 인생의 대변자'였다. 그 스스로 어떤 조장된 신화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어리석은 밖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도 않는 세계에 대한 염원이었지만, 그가 실제 작업에 사용하였던 소재들은 너무 흔한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반대를 이야기했던 것이다

마를린 몬로가 스크린이 아니라 화랑에 놓여있을 때 대중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 마를린 몬로에 대한 추억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즉 그것이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그것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는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엔디 워홀이 말하고 싶어했던 바). 그리고 그것에 관심도 없다. 단지 우리 진짜 모습은 분명 추하고 지루하며, 그래서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을 뿐.

3.
관음증이란 타인의 인생을 엿봄으로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궁색한 변명을 마련하기 위한 행위이다. 그리고 노출증과 관음증이 함께 가게 될 때, 우리는 성공적인 자기 위안을 거머쥐게 된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엿보았다는 사실을 들키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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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전서>, 마들렌 피노 지음. 한길 크세주 5권


이 책은 전적으로 <백과전서>라는 방대한 책의 서지적 사항에만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문학사나 사상사에서 곧잘 등장하는 ‘백과전서파’라는 단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혹은 내가 ‘백과전서파’에 대해 필요치 않은 중요함을 부여하고 있을 수도 있다.

17권의 본문책들과 11권의 도판책으로 이루어진 <백과전서>는 그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한다는 의미에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달랑베르는 서문에서 ‘우리가 시작한(그리고 완성하기를 원하는) 이 저서는 두 목표를 갖는다. 이 저서는 백과사전처럼 인간 지식의 질서와 맥락을 가능한 한 설명해야 한다. 과학과 기술, 공예에 관한 이론적 사건처럼 이 저서는 인문적인 것이든 기술적인 것이든 각각의 학문과 기술에 관해 그 기초가 되든 일반적 원칙들과 그 실체이자 본질인 가장 중요한 세부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가 구시대가 구시대와 대립되는 계몽주의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백과전서>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디드로는 대부분의 책임을 진다. 백과전서의 항목들은 ‘기억’, ‘이성’, ‘상상력’으로 구분되어 세분화되어진다. ‘기억’ 부분은 역사를 총괄하고 ‘이성’ 부분은 신과 인간에 대한 학문을 집대성하고 과학을 포함한 철학을 서술하며 ‘상상력’ 부분은 시, 음악, 회화, 건축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마들렌 피노의 이 책은 간략하게 역사적 사건들과 서지적 사항만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꼭 프랑스의 <크세주Que sais-je>시리즈가 백과사전의 한 항목씩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듯이 이 책도 그러한 항목 하나의 설명일 뿐이다. 그러니 그 항목에 대한 설명으로는 매우 상세하나 그 항목을 둘러싸고 있는 맥락에 대해선 소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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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와 모리악, 『바리사이 여인』, 안응렬 옮김, 삼성출판사, 1988.


우리는 우리의 불같은 정념이 우리의 삶에 어떤 고통을 안길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얼음 같은 이성도 우리의 삶에 그러할 것임을 안다. 그러니 우리의 삶 전체는 어떤 고통의 그림자로 덮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그림자를 깨닫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우리의 믿음이 유한한 인간의 어리석음에 기초하고 있고 우리의 사랑이 자신의 씨를 퍼뜨리기 위한 본능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끔찍한 불행인가.

타인을 알기 힘든 만큼, 아니 그것보다 자신을 알기란 더 힘든 것이다. 자신의 믿음은 더욱더. 인생의 황혼이 어떤 고독과 고요함 속에 묻히는 이유는 자신의 거짓을 하나하나 깨닫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리지뜨의 강철같은 믿음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생의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는가.

우리의 눈과 입이 어떤 미망(迷妄)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죄악마저도 품에 안고 길을 가야만 한다. 악만이 악을 낳는다고 여기지만 우리의 선한 사랑도, 선한 믿음도 죄악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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