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향수 (양장) - 10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열린책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한결같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읽기엔 너무 끔찍스러운 이 소설은 영웅주의와 유미주의가 뒤섞인 채, 인간에 대한 혐오와 자기 파괴로 일관되어 있다. 그르누이는 이 소설이 시작할 때부터 인간이 아니었다. 그르누이적 세계-냄새로만 자기 정체성이 구성되는 세계 속에서 그르누이는 인간의 냄새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 자라는 정체성은 그가 바로 신적인 지위에 있는 존재라는 것은 소설의 시작부터 은근히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그르누이는 향수 제조인으로서의, 비평적 용어로 말하자면 예술가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에 속한다. 자신을 매혹시키는 향기를 소유하기 위해 그가 하는 행동은 극단적 유미주의로서 '아름다움' 이 외에 이 세상의 절대적 규범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당신들도 그르누이가 혐오하는 인간들 중의 한 명이며 그래서 그르누이가 당신의 옆으로 지나갈 때, 그르누이가 쳐놓은 향기의 저주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며 그르누이의 영혼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끝없는 조롱과 저주를 퍼붓고 있다. 이것은 쥐스킨트가 바로 독자에게 퍼붓는 독설인 셈이다.

너무 우습지 않은가. 이 소설을 읽고 열광하는 독자들의 어리석음이란. 난 이 소설이 끔찍하기 그지없는데 말이다.



신고

Comment +0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홀한 밤Enchanted Night>>, 스티븐 밀하우저 Steven Millhauser, 1999.(윤희기 옮김, 아침나라, 2000)


짧고 서정적인 문장. 하지만 소설의 첫 장이 불러일으키는 감동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왜냐면 어느 여름 밤의 풍경을 병렬적으로 나열해놓았을 뿐, 어떤 스토리나 사연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밤의 합창

이 밤은 계시의 밤. 인형들이 깨우는 밤. 다락방 몽상가의 밤.
숲에서 피리 부는 자의 밤.
(11쪽)

문장 하나 하나는 간결하고 깊다. 영어로 된 원작을 읽고 싶어진다. 그러나 소설이 가져야하는 미덕을 이 소설은 갖추지 못했으니 선뜻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고

Comment +0

빵굽는 타자기 - 8점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열린책들


빵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지음), 열린책들


우리 시대는 근대 개인주의의 어떤 극점에 와 있다. 그리고 그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소설가가 바로 폴 오스터이다. 그는 어떤 인도주의나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대변하지 않고, 아니 그런 것들에 심한 경멸감을 내비치면서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한 순간도 냉정을 잃지 않으며 감정의 쓰잘데기 없는 부분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글은 차가우며 어떤 점에선 매우 매력적이고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생긴다. 이것은 과연 미덕인가, 악덕인가.

<빵 굽는 타자기>는 폴 오스터의 자서전 비슷한 것이지만, 꼭 자서전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누가 알겠는가. 허구일지. 따지고 보면 진실에 기반한 자서전이란 없는 셈이다. '진실'이란 없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빵 굽는 타자기> 속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글을 어떻게 쓰고 어떤 고민을 하는가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문장이나 혹은 세계관 따위,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그런 것들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나오는 것은 작중 화자인 '나'가 겪는 인물들과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인물들과 사건들은 어떤 극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전에 나의 시선에 의해 걸러지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 인물과 사건들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즉 독자는 작가가 던져주는 평가에 만족해야 한다. 매우 권위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진다면 이 책은 아마 쓰레기들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을 악덕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문제는 우리 시대가 폴 오스터의 세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시대. 그 끝은 어디일까.

**********

뒤에 나오는 희곡 세 편은 읽지 않았다. <로렐과 하디, 천국에 가다>,<정전>, <숨바꼭질>. 재미있어 보이진 않는다.
신고

Comment +0

늦은 봄날의 일상

가끔 내 나이에 놀란다. 때론 내 나이를 두 세살 어리게 말하곤 한다. 내 마음과 달리, 상대방의 나이를 듣곤 새삼스레 나이를 되묻는다. 내 나이에 맞추어 그 수만큼의 단어를.....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가 사드(Marquis de Sade)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에서 한국에서 사드의 책을.....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This Craft of Verse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우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고,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

대학로 그림Grim에서

"글을 쓰지 않아요?"라고 묻는다. 매서운 바람이 어두워진 거리를 배회하던 금요일 밤, 그림Grim에 가 앉았다. 그날 나는 여러 차례 글을 쓰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가끔.....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W.G.제발트Sebald

아우스터리츠 Austerlitz W.G.제발트(지음), 안미현(옮김), 을유문화사 병상에 누워, 안경을 쓰지도 못한 채,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읽었다. 병상에서의 소.....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 다나카 준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 다나카 준(지음), 김정복(옮김), 휴머니스트 일본인 저자가 쓴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이라니! 놀랍기만 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지음), 최세희(옮김), 다산책방 나는 우리 모두가 이러저러하게 상처받게 마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

쓸쓸한 커피숍

2016. 06. 10 오늘도 기다림은 이어진다. 그리움은 늘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지음), 김경원(옮김), 이마, 2016 현대적인 삶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조각나고 파편화되어, 이해불가능하거나 수용하기.....

충분하다,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쉼보르스카
파울 첼란 / 유대화된 독일인들 사이에서, 장 볼락
서양철학사, 윌리엄 사하키안
서양철학사, 윌리엄 사하키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