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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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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처럼 사고하기 - 10점
에두아르도 푼셋 & 린 마굴리스 엮음, 김선희 옮김, 최재천 감수/이루






서평을 쓰기 위해 다 읽은 책을 다시 펼쳐 밑줄 그은 곳을 되새기며, 새삼스럽게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실은 좋은 책일수록 서평 쓰기 어렵다. 그렇게 읽은 책 몇 권은 서평을 아예 쓰지 못하거나 한참 지난 후에야 써 올리게 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받았고, 서평을 쓴다는 약속을 했다. 재미 있을 것이란 생각에 선뜻 받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책을 받은 후엔 늦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책이기 때문이었다.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런 책에 대한 인위적인(인위적으로 보이게 될) 서평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더구나 좋은 책에 대한 서평 쓰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기에.)



이 책에 나오는 37명의 과학자들은 한 분야에서 대단한 명성을 가진 학자들이고 뚜렷한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 챕터 한 챕터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인터뷰는 전적으로 에두아르도 푼셋과 린 마굴리스의 덕택이다. 특히 에두아르도 푼셋. 그는 마치 과학 전공자처럼 세계적인 과학자들 앞에서 그들의 연구 분야에 첨예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들의 독창적인, 논리적이면서도 상상력으로 가득찬 세계을 독자 앞에 선보이게 만든다.



“복잡성의 증대가 꼭 더 나은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니콜라스 매킨토시(실험심리학자) 앞에서 푼셋은 “저는 항상 제 건축가 친구에게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초기에 살았던 동굴과도 같은 현대적인 아파트에 산다고 말합니다. 뉴욕이나 런던, 다른 현대적 도시의 아파트는 모두 기하학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고 거의 동굴처럼 보입니다. 벽 세 개, 창문 하나, … “라고 말한다. 진화는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지, 더 나은 것을 향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푼셋의 말대로 우리는 아직도 기하학적인 동굴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뭘까? 현대적 인간으로의 진화란? 여기에 대해 제인 구달은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결국 우리를 동물계에서 분리시키는 경계선은 없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에드먼드 윌슨은 ‘우리 인간이 운석’이라고 말한다.




윌슨  (중략) 그러고 나서 우리가 등장했죠. 우리 자신이 거대한 운석입니다.

푼셋  우리가 운석이라니요?

윌슨  네, 그렇습니다. 바로 지금 인간의 활동은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우리는 ‘여섯 번째 멸종’의 첫 단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많은 글에서 다루는 ‘병목 현상’이란 이런 것입니다. 병목은 과다한 인구입니다. 인간이 자연환경을 너무 많이 파괴하므로 다른 종은 더 이상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없습니다. 

- 에드먼드 윌슨, 87쪽



작고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보편적이고 폭넓은, 인류 문명의 존재 의미를 다시 묻고 있음을,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심지어 각기 다른 곳에서 접근하여 거의 비슷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에는 인간이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고 신비이며 극히 우연적인 사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구의 나이가 수천 년이 아니라 수십억 년이며, 인류의 역사는 단지 이 광대한 우주적 시간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두 번째 조각일 뿐임을 이해합니다. 지구가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며 우리는 우연한 행운 덕분에 여기에 머무르게 된 손님에 지나지 않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우리의 존엄과 인간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 스티븐 제이 굴드, 367쪽



케네스 H. 닐슨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생명은 실수예요!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표준적인 화학 방정식에 따르면 그것은 결코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이유는 생명이 매우 복잡하다는 데 있습니다. 생명은 더 많은 에너지를, 지속적인 투입과 흐름을 요구합니다. 구조화된 에너지 흐름, 특정 한계 내의 에너지 흐름의 원천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 케네스 H. 닐슨, 350쪽



인터뷰 하나 하나가 압축적이면서 끊임없이 읽는 이를 자극하는 이 책은 생명의 조각인 세포, 물질의 조각인 원자(심지어 원자의 의식에 대해서!)부터 시작해 우주 끝을 지나 다른 차원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이론물리학자인 리사 랜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차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너무 황당해서 마치 공상만화영화를 보는 듯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플랫랜드(Flatland, 2차원 세계를 의미함)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우리가 사는 나라는 2차원이라기보다는 3차원이죠. 우리는 고차원 세계의 3차원 층에 살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막(brane)이라는 전문적인 이름을 만들어 냈죠. 이 용어는 영어의 ‘막(membrane)’에서 유래했습니다. 요점은 우리가 이 3차원의 플랫랜드에 살고 있다는 것이죠. 별도 차원이 존재한다 해도 우리를 이루는 물질, 원자, 분자 등과 우리은하, 우리의 세계는 사실 모두 3차원 우주, 3차원 막에 붙박혀 있습니다. 우리가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소통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결국 중력이 모든 곳에 느껴지기 때문이죠.” 

“중력은 시공의 전체 기하학과 연결됩니다.” 

- 리사 랜들, 483쪽



그녀는 다른 힘들 - 강력(strong), 전자기력(electron magnetic), 약력(weak) - 과 달리 중력(gravity)는 시공 전체와 연결되어 있어 막 너머의 새로운 차원에 대한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이 우주가 아닌 다른 세계, 다른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녀의 책 ‘숨겨진 우주’는 번역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이들에게 권한다)



37명의 과학자를 인터뷰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압축해서 소개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과학자들에게 한 번쯤 묻고 싶었던 것들, 가령 ‘영혼이라는 게 있나요?’, 아니면 ‘왜 인간은 늙는거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도. 그러니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과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가 아닐까. 또한 과학엔 아무런 관심 조차 없는 인문학 전공자들에게도 이 책은 권할 만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관심 있게 읽은 학자의 책을 찾아서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아래 사진은 '아름다움을 측정할 수 없을까?'에 대한 빅터 존슨(심리학자)과의 인터뷰 내용 중에 언급된 것이다. 손가락 비율에 따라 자신이 여성적인지, 남성적인지 알 수 있다. 한 번 손가락을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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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어느 까페 2층에서 바라보는 외부 세계 속 남자들은 한결같이 봄과 어울리지 않는 딱딱하고 어둡고 건조한 색상의 자켓을 입고 있었고, 드물게 지나는 여자들은 지나온 과거처럼, 그렇게 다가올 내일도 힘들고 희망없을 지도 모른다는 어떤 두려움에 윗니로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 날, 나는 하루 종일 회의를 했고 하루 종일 뭔가에 대해 떠들었다. 그 언어들은 낯설었지만, 아직 나는 낯선 세상을 즐기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 아직. 아직. 


헤르타 뮐러의 '저지대'를 읽고 있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준까진 아닌 듯하다. 이런 식으로 쓰는 뛰어난 소설가들은 그녀 말고도 여럿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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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 권의 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한글로 된 책도 밀려 쌓여있는데, 영어로 된 책을 세 권이나 주문했으니. 당분간 책을 사지 않고 쌓인 책들만 읽고 밀린 리뷰를 올려야 겠다. 


오늘 온 세 권의 책은 아래와 같다. 


루이 뒤프레(Louis Dupre), Passage to Modernity 

아서 C. 단토(Arthur C. Danto), Andy Warhol

도널드 바셀미(Donald Barthelme), Sixty Stories 


집에 와, 루이 뒤프레의 책을 잠시 읽었는데, 어디선가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오래 된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적 기초'라는 책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적이 있었던 학자였다. '모더니티의 길'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법한 이 책은 모더니티를 지성사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책 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Did modernity begin with the Renaissance and end with post-modernity? In this book a distinguished scholar challenges both these assumptions, discussing the roots, development, and impact of modern thought, tracing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modernity to the late fourteenth century, and affirming that modernity is still an influential force in contemporary culture. 



14세기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는, 모더니티의 흐름(passage)를 고찰하면서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모더니티를 되새기고 있다. 무척 흥미롭다. 루이 뒤프레 스스로 서문에서 다소 거칠게 씌여졌다고 인정할 정도로 기존의 모더니티 연구서와는 다른 면모를 가진 책이다. 그런데 언제 다 읽어?


아서 C. 단토의 'Andy Warhol'은 열받아 구입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선 몇 주 전에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고, 또 다시 포스팅할 예정이다. (관련 포스팅: 2012/04/01 - [책들의 우주/예술] - 아서 단토의 앤디 워홀?? ) 이 책은 이미 번역되어 있는데, 그 번역서의 실체가 너무 황당해서 실제 단토의 책을 확인하고자 책을 구입한 것이다. 순수 미술책이 아무리 안 팔린다고, 미술 전문가가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나는 책을 낼 수 있는 그 대담한 용기를 다시 확인하고자 실제 책을 구입했다. 


도널드 바셀미를 알게 된 것은 이미 20년 가까이 되었는데,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다. 그 사이 번역된 것은 몇 편의 단편 소설 뿐이었고, 원서는 대학 도서관에서도 구하기 어려웠던 터라, 번역된 몇 편의 단편에만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바셀미를 다시 읽기로 했다. 나도 좀 자유로운 처지라면, 하루키 처럼 소설을 번역하면서 내 소설 구상도 해볼 수 있을 텐데, 그럴 형편은 안 되고, 열심히 읽기라도 할 생각이다. 소설 앞에 David Gates의 소개가 있는데, 이는 한 번 번역해서 포스팅을 해봐야겠다. 


벌써 11시 40분이다.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 주일이,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쳐간다. 어찌된 영문인지, 여유 부릴 틈도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술 한 잔 하면서 지내고 싶은데 말이다. 봄이 가기 전엔 한 번 만날 순 있겠지, ... 그렇게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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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hapoutier, La Ciboise Red 2009 

엠 샤푸티에, 라 시부아즈 레드 


품종 : Grenache 60%, Syrah 30%, Carignan, Mourverdre 10%






꼬뜨 뒤 론 지역의 와인이다. 엠 샤푸티에는 1808년에 설립된 론 지역의 와인 명가이기도 하고, 여기서 나오는 와인에 대한 평판은 대체로 좋다. 


이 와인은 첫 느낌은 밋밋하다. 까르베네 쇼비뇽를 즐겨 마셔온 탓에, 라 시부아즈 레드는 너무 심심했다. 와인 매장 점원은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 쇼비뇽보다 이 와인이 더 낫다고 했지만, 나는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 쇼비뇽을 샀어야 했다.


평판이 나쁘지 않으나, 첫 느낌이 밋밋하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그리고 오픈하고 난 뒤 두 세시간이 지나니, 은은한 맛이 입안에 돌았다. 한결 부드러워졌다. 적당한 취기는 혀를 민감하게 하고 맛이 배가시키곤 한다. 


부드럽고 적당하게 달콤한, 탄닌 향이 적은 와인을 원한다면, 이 와인은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과 어울린다. 


금요일 저녁, 주 내내 쌓인 스트레스를 풀 겸, 오랫만에 와인 한 병 사서 마셨는데, 내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나는 역시 부드러운 와인보다 다소 거칠면서 묵직한 와인이 좋다. 

(품종만 봐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쉬라가 30%였다니. 그러고 보니 그레나슈Grenache는 이번이 처음인가..) 



가격대: 3만원 - 1만원 중반 (모 마트에선 만원 대로 판매되고 있다는.. ㅡ_ㅡ;; 나는 2만원 중반대로 구입했다.)  결론 - 만원대라면 좋겠지만, 더 이상이라면 비추천. 너무 밋밋하다. 




* 참고로 작년에 마셨던 론 와인. La Vieille Ferme 2009가 라 시부아즈 레드보다 가격이나 풍미 면에서 훨씬 낫다. 


2011/09/29 - [지하련의 우주/味적 우주] - La Vieille Ferm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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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건축 - 상 - 10점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다빈치

 

 

 

 정통 현대건축의 금욕적인 표현에 건축가들이 이제 더는 주눅들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순수한 것'보다는 이것저것 뒤섞인 혼성품이, '정확하고 깔끔한' 것보다는 적절히 타협한 것이, '쉽고 단순한' 것보다는 한 번 비튼 것이, '분명하게 표현된' 것보다는 애매한 것이, (... ...)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보다는 관습적인 평범한 것이, 배제하는 것보다는 수용하는 것이, 혁신적이면서도 남겨진 흔적을 지닌 것이, 직접적이고 명쾌한 것보다는 모순에 가득 차 있으며 불분명한 것이 좋다. 나는 명확한 통일감보다는 너저분해도 생동감 있는 것을 중시한다. 나는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이중성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나는 의미가 명료한 것보다는 의미가 풍부한 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기능만큼이나 내부에 감춰진 기능이 좋다. 그리고 둘 중 어느 하나를 고르기보다는 둘 모두를, 즉 흑이냐 백이냐 선택하기보다는 흑과 백 모두, 때로는 회색을 택한다.

- 로버트 벤투리, "건축의 다양성과 대립성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1966) 중에서 (<<내 마음의 건축>>, 상권 67쪽에서 재인용)

 

 

 

출처: http://www.paperny.com/venturi.html

 

 

1월에 읽은 책을 이제서야 블로그에 옮긴다. 하지만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 상하권으로 나누어진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내 마음의 건축'은 잔잔하고 서정적이면서도 현대 건축이 우리에게, 혹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어느 새 우리 주변에는 딱딱하고 건조하기만 한 건물들로 빼곡하게 둘러쳐져 있다. 획일화된 아파트들, 사무용 빌딩들, 도시는 딱딱해져가고 사람들은 대화보다 침묵을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 풍경의 일부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풍경과 건축은 별도의 영역을 가지며, 즉물적인 풍경마저도 도시 안에선 무의미하게 방치되었다.

 

이런 세태에, 요시후미의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우리가 생활하는 - 잠 자고 먹고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하고 잠시 앉아서 쉬기도 하는 공간으로서의 건축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해준다. 

 

특히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의 '어머니의 집Mother's House'는 현대 건축, 혹은 기하학적인 공간이 어떻게 우리 일상과 만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요시후미는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을 소개하며 책을 읽고 보관하는 공간에 대해 사색하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향수'에 등장한 폐허가 된 성당 - 산 갈가노 성당 Abbazia di San Galgano 을 찾아가기도 하고, 안동 하회 마을에서 지내면서, 정작 우리는 잊고 지내던 옛 조선 건축에 대해 칭찬하기도 한다.

 

책은 도판을 위해 크고 양장으로 제작되었으나, 글은 짧고 여유로우며 진솔하다. 도판은 풍부해서 저자가 소개하는 물의 다양한 면면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 책 읽기를 권한다.

 

 

 

하권에 대한 리뷰

2012/03/11 - [책들의 우주/예술] - 내 마음의 건축 - 하, 나카무라 요시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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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나날들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12/04/21 00:06 by 지하련



2002년 10월 15일에 온라인에 올렸던 글이다. 그 사이 무수한 웹사이트가 문을 닫았고, ... 당연히 '천국의 나날들' 스크립트도 사라졌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다운로드가 된다. (아마 한국과 달라서 그렇겠지..) 


이 영화, 테렌스 멜릭의 걸작이다.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글쎄다, 요즘은 어떨지. (그만큼 세상은 바쁘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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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국의 나날들.
테렌스 멜릭의 영화.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
내 사랑하는 영화들 중의 하나.

사무실에 갇혀 내 숨죽인 영혼이 찾아간 어느 피아노 음악 속에서 묻어난 넓은 평원 위의 애뜻한 눈길.


Script "Days of Heaven"
- Part 1 : http://www.movie-page.com/scripts/Days-of-Heaven_Pt.1.rtf
- Part 2 : http://www.movie-page.com/scripts/Days-of-Heaven_Pt.2.doc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Andy_Warhol






20세기 후반 미술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코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될 것이다. 심지어 미술 시장(Art Market)의 측면에서도 앤디 워홀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앤디 워홀을 대중적인 팝 아티스트로 여기겠지만, 실은 그는 팝 아트(Pop Art)를 넘어서 현대 미술 뿐만 아니라 현대 대중문화가 가지는 숨겨진 의미를 온 몸으로 보여주며,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환기시켜 주었다.


스타에 대한 열광과 매혹, 아우라(Aura)와 복제, 현대적 바니타스(Vanitas)와 죽음, 차용과 반복, 가면과 진실. 앤디 워홀과 그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여러 주제들을 거쳐 가야만 하고, 심지어 현대 미학(Aesthetics)의 근본적인 의문과도 마주할 수 있다. 그 의문이란 ‘도대체 예술 작품이란 무엇인가?’


이 글은 짧지만, 앤디 워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작은 지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출처: http://www.hometowninvasion.com/photo/wisconsin/brillo-box-by-andy-warhol




「브릴로 상자」에 담긴 철학


아서 단토(Arthur C. Danto)는 『예술의 종말 이후After The End of Art』에서 ‘「브릴로 상자」가 예술임을 확신했으며, 나를 흥분시킨 물음, 진정으로 심원한 물음은 워홀의 「브릴로 상자」와 수퍼마켓의 저장실에 있는 브릴로 상자 사이의 어떠한 (지각적인) 차이도 사물과 예술 사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할 때, 양자 사이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적는다.


그렇다면 예술 작품인가 아닌가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 단토는 이제 작품의 외형이나 표현 양식이 아니라 작품이 지향하고 묻는 의미가, 그 작품이 예술 작품인가 아닌가를 결정짓는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슈퍼마켓에 있는 브릴로 상자를 갤러리 공간에 옮겨놓는 행위만으로도 그 상자는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철학적 접근은 우리에겐 매우 난처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예술 작품이라고 하면, 어떤 예술가가 고통스러운 창작의 과정을 거쳐, 노련한 솜씨로 만든 어떤 물질적인 대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앤디 워홀은 가게에 있는 비누 박스를 가지고 와서 갤러리에 예술 작품으로 전시하고, 더구나 이를 비싼 가격에 컬렉터에게 팔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도 전 세계 갤러리들과 컬렉터들 사이에서 이 비누 박스-브릴로 상자-는 놀라운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니, 도대체 예술 작품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믿는 그 예술 작품은 이제 없어진 것일까? 작품 외형만으로는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판단내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일일이 작품의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고 난 뒤에야 ‘이것은 예술 작품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이 유쾌한 「브릴로 상자」는 기존 예술계를 향해 앤디 워홀은 던진 수수께끼이면서 냉소적인 반어법 이상의 의미를 가지진 않으니까. 그리고 단토의 의견대로 철학적 의미로만 작품 감상을 한다면, 이미 (현대) 미술은 끝났을 것이다.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967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967 by oddsock 저작자 표시



스타가 되고 싶었던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의 꿈은 언제나 스타였다(그 스스로 고백한 적 없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도 순수 미술계의 스타. 모든 이들이 자신을 알아봐주길 원했다. 그리고 그는 스타가 되었고 스타들의 친구가 되었다. 앤디 워홀의 ‘팩토리(Factory, 공장)’는 그의 작업실 이전에, 뉴욕 예술계의 사교 공간이었고 그 곳에서 앤디 워홀은 자신의 명성을 쌓아갔다. 모든 이들이 자신을 알고,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하며, 자신을 추종한다는 것은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하지만 클라우스 호네프(Klaus Honnef)의 지적대로 ‘가면은 보호를 의미’한다(『Andy Warhol』, TASCHEN). 앤디 워홀은 자신이 만든 가면-앤디 워홀은 스스로 자신을 꾸미고 포장하며 끊임없이 그에 대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었다-뒤로 숨었다. 그는 “나는 미스테리로 남기를 바란다. 나는 결코 나의 배경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서로 다른 답변을 한다”, “만약 당신이 앤디 워홀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의 그림의 표면과 영화, 그리고 나를 보기만 하면 된다. 거기에 내가 있다. 그 배후엔 아무 것도 없다”라고 이야기하며 진짜 자신을 숨긴다(실은 ‘진짜 자신’이라는 것도 모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앤디 워홀에게 있어 ‘진짜 나’란 없는 것이고, 끝까지 숨겨야 하는 것이거나 미스테리한 것으로 남기고 싶은 어떤 것이다. 마치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고 말한 자끄 라캉(Jacques Lacan)처럼, 우리 자신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를 바라보는 누군가이듯, 앤디 워홀은 한껏 꾸며진 스타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 미디어에 담긴 나, 그리고 작품이 전부다. 내가 만날 수 있고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나란 이 세상에 없다. 그리고 앤디 워홀은 이 사실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앤디 워홀은 그의 작품을 생산해내듯, 그의 언어, 패션, 몸짓, 이야기를 생산해냈다.


NYC - MoMA: Andy Warhol's Double Elvis
NYC - MoMA: Andy Warhol's Double Elvis by wally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반복과 복제, 새로운 아우라


현대 미술에 끼친 앤디 워홀의 영향은 치명적이었다. 실은 앤디 워홀에 와서 제대로 된 미국 미술이 시작되었다. 미국 미술이라고 이야기하면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추상 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유럽적 기원을 가진다. 인상주의 미술에서 시작된 평면에 대한 탐구, 칸딘스키의 음악적 추상 미술 등은 잭슨 폴록 작품의 기원을 형성하는 것들 중 일부다(폴록 이전의 미국 회화도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기원한 것이다). 그러나 앤디 워홀의 작품은 의식적으로 추상 표현주의와는 다른 방향을 향했고, 더구나 이는 그에게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전후 미국 사회를 특징지었던 대중 문화의 요소를 끄집어내어 작품에 활용하였고, 탁월한 비즈니스적 감각으로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꾸미고 포장하였다. 시의적절한 이슈와 이야기를 만들었고,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니며, 상업 미술뿐만 아니라 순수 미술계의 촉망받는 스타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은 기존 미술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위해 대중 문화(Pop Culture)에 바탕을 두고, 반복과 복제를 자신의 창작 방법으로 삼았다. 기존 미디어에서 활용되었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와선 이 이미지를 그만의 방식으로 복제하였으며, 다양하게 반복하였다. 그는 소비 사회의 특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은유화하였으며, 소비할 수 없는 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따라서 예술 작품의 유일성은 무시되었고, 작품의 아우라는 거듭된 복제-생산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즉 유일한 작품에만 아우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수로) 복제된 작품에도 아우라가 있음을 앤디 워홀은 보여주었고 현대 미술계와 시장은 열광했다.


하지만 편집증적이고 과도하고 반복된 소비 행위 뒤에 어떤 불안이 숨겨져 있듯, 반복과 복제의 테마는 앤디 워홀이 가졌던, 삶과 죽음에 대한 양면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NYC - MoMA: Andy Warhol's Campbell's Soup Cans
NYC - MoMA: Andy Warhol's Campbell's Soup Cans by wally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현대적 바니타스(Vanitas)와 초상화


마를린 몬로(Marilyn Monroe)가 죽은 며칠 후, 앤디 워홀은 몬로가 나온 광고 사진 이미지로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몬로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우리 시대의 섹스 심벌로 재현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평범한 인물로 보았으며, 몬로 그림은, 죽은 사람을 다른 방식으로 다룬 죽음 시리즈의 일부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죽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하는 앤디 워홀.


후대의 미술사가들은 앤디 워홀을 팝아티스트가 아닌 20세기 최고의 초상화가로 기억할 지도 모른다. 초상화가 순수 미술의 부수적인 장르로 치부되던 20세기 후반, 그는 일련의 초상화를 선보였고, 한결같이 17세기 바로크의 바니타스 정물화처럼, 긴장된 화려함 속에 죽음을 향한 숙명 같은 것을 심어놓는다. 그래서 그의 최고 걸작은 「금빛 마를린 몬로(Gold Marilyn Monroe)」일지도 모른다.




Gold Marilyn Monroe
Gold Marilyn Monroe by IslesPunkFan 저작자 표시비영리





현대 예술의 이콘(Ikon), 앤디 워홀


내가 살아있다는 것,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앤디 워홀은 그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창조해 내며, 대중의 시선 속에 자기 자신을 위치시킨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 언제나 앤디 워홀 자신이 있다.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만들었던 작품들이 자화상 연작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대중 스타들이 영원한 현재를 살 듯, 앤디 워홀도 스타로서의 그런 삶을, 끊임없이 대중 앞에 꾸며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스스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속엔 언제나 죽음이 있다. 포장되고 꾸며진 자신 위로 포장되기 전의, 꾸며지기 전의 자신의, 진짜 나의 죽음. 그래서 워홀에게 과거란 없는 것이며, 오직 꾸며진 현재만 의미를 가질 뿐이었다. 「금빛 마를린 몬로」는 비잔틴 양식의 이콘화(Ikon)를 떠올리게 하지만, 금빛 배경의 중앙에는 세속적이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이미 죽은 몬로가 있듯.





이 글은 북릿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booklet-app.tistory.com/notice/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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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결과를 쉽게 알 수 있는 선거에, 무능력하다고 소문난 온갖 후보들이 출마한다고 상상해봐라. 모든 선거가 자칭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한 것이다." 

- 바츨라프 하벨 Vaclav Havel, 'A Table for Tyrants', NYTimes, 2009, 5,11. 

(체코 전 대통령)



한국에서의 선거란,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하며, 광대극으로 만든 이들은 예전엔 정치인들이었고 지금은 이상한 편견을 가진 대중들이 합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은 발언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두 당선자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그 사안을 알고도 당선시켰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경우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the elected)'을 '임명직에 있는 사람(appointee)'이 가타부타하는 격이다.

- 김대중 칼럼, '기사회생에 기고만장한 새누리당', 조선일보, 2012, 4, 16.



확실히 이 나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것도 매우 황당한 방향으로(김대중 칼럼은 도대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을 논리적 궤변으로 풀어내고 있으니). 그러고 보면, 야당은 이미 결정난 선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요즘 부쩍 정치 이야기를 자주 올리게 된다. 거참.. ㅡ_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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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기사에 'KTX 민영화'가 나왔더군요.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이야기도 다시 나오겠지요. 그런데 '국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가 정답일까요? 민영화가 되면 효율성이 높아져서 세금이 적게 들어가고 요금은 낮아질까요? 마이클 블룸버그가 뉴욕 시장이 된 지도 꽤 되었습니다. 잘 나가는 기업가에서 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블룸버그는 기업 경영을 하듯 시 경영을 하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업 경영을 잘 한 사람이, 시나 나라를 잘 할 거라는 참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블룸버그의 인터뷰는 읽고 난 다음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과연 기업에서 요구하는 경영 효율성과 행정에서 요구하는 바의 효율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이죠. 오래 전에 적은 글을 다시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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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의 창립자이면서, 현재 뉴욕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 9.11 직후 선거에서 루돌프 줄리아니의 지지에 힘 입어 뉴욕 시장이 되었다. 아마 한국의 얼치기 보수논객들은 그가 블룸버그 통신을 만들고 경영했듯이, 뉴욕시도 그렇게 경영하고 놀라운 성과를 내리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마치 한국의 현 정부와 정권에게 기대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 블룸버그는 CEO와 시장은 전적으로 다른 자리이며, 기업인과 공무원은 비교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급여 체계부터 일의 성향이나 책임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태도와 스타일 때문이었을까, 그는 이미 재선에 성공하였으며, 이제 3선에 도전한다. 그는 심지어 한 번 더 시장을 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였으며, 뉴욕시 의회는 이를 승인해 주었다.


그런데 한국은 전방위적으로 기업의 논리만으로 공공 영역을 뜯어고치고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육, 사법, 행정과 지방자치까지. '대한민국 주식회사'? 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말인가? 국가가 기업의 시스템과 같다고? 아니면 같아져야 된다고 사람들은 호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업 경영에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s)'이다. 기업의 본질에 충실해져야 된다는 것이다. 괜히 쓸데없이 신사업 진출(문어발 확장)이나 무분별한 금융/부동산 투자 말고 기존 사업과 사람들을 관리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가 행정의 기본이란 무얼까? 우리는 어느 순간 국가 행정이 기업 경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대한민국 주식회사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면, 마이클 블룸버그의 아래 말은 어떤가? 낯설지 않은가. 그는 사업가와 공무원이 어떻게 다른가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제 안에 들어있는 사업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자동차업계를 돕고 싶다면 공장 절반을 폐쇄하고, 납품업체도 절반으로 줄이고, 딜러 절반을 없애라. 150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만 결국 산업은 규모 자체가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제 안에 들어있는 공무원(public servant)은 이렇게 말합니다. ‘경제를 부양하고 싶다면 계속 돈을 집어넣고 비효율적인 상태가 지속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해결 방법은 없다.’

정부는 어떤 방법을 택할까요? 틀림없이 둘 다 원한다는 답을 내놓을 것입니다. 물론 둘 다 이뤄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양쪽 중 하나의 결정을 요구하는 답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동아비즈니스리뷰 2009 10 2,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주 시장과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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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과 민주주의

예술의 우주/비평 2012/04/14 10:52 by 지하련



4월 11일, 나는 르몽드디플로마크 한국판 2009년 9월호를 꺼내 읽었다. 르몽드디플로마크를 매월 사서 읽다 요즘 주춤하는데, 이 월간지는 의외로 '정밀한 읽기'를 요구하는 터라, 번번히 다 읽지 못한 채 다음 호를 사야만 하기 때문이다. 

(* 르몽드 디플로마크. 영국의 가디언(Guardian), 미국의 먼트리리뷰(Monthly Review) 등과 함께 대표적인 진보매체들 중의 하나지만, 내 주위에도 이 잡지를 읽는 이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신이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잡지를 사서 읽기를 권한다.)


2009년 9월 르몽드디플로마크, 자크 부브레스의 '지식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꼼꼼하게 읽는다. 


"그들(지식인)은 대자본을 상대로는 말을 아끼지만, 사회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뭔가를 가르치려고 한다." 


아! 얼마나 정확한 표현인가. 한국도 자크 부브레스의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한때 진보적이고 현실비판적이었던 지식인들 중 대부분이 이런 식의 지식인이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크 부브레스는 이들을 '미디어 지식인'라고 말하며,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은 지식인이 되었고, 여론 형성이나 정치적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들의 펜과 입은 일반 대중을 향해 있다고 지적한다. 정작 충고와 조언이 필요한 것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재벌들이나 정치인들, 고위 공무원들인데도 말이다. 


선거는 야당의 패배로 끝나고, 많은 생각에 휩싸였다. 내 주위의 모든 이들은 여당을 지지하지 않았기에 선거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다(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야당의 모습이 실망적이라는 사실에는 공감하지만, 여당 지지자들이 이렇게 많으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크 부브레스의 지적처럼 지식인의 몰락, 반-지식인으로서의 미디어 지식인의 등장 탓일까.  


선거가 끝나고 대단히 실망적인 결과를 손에 쥐고 난 다음, 나는 서가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고, 한 권의 책을 서점에서 구입했다.  





루이 알튀세르의 '아미엥에서의 주장', 그리고 자크 랑시에르의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자크 랑시에르는 1965년 루이 알튀세르와 '자본론을 읽다'(Lire le Cpital) 집필에 참가한 후 바로 그와 결별하였고, 1974년 알튀세르의 방법론을 비판하는 '알튀세르의 교훈'(La Lecon d'Althusser)를 발표하기도 하였지만, 4월 11일 총선 이후 이 두 명의 각기 다른 2권의 책은 우리에게 풍부한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루이 알튀세르의 '아미엥에서의 주장'(솔, 1996년 보급판 3판)에는 그의 유명한 논문인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이 짧은 글을 통해 '억압적 국가 장치'와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를 구분하고 "우리가 알기로는 어떠한 계급도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들 위로, 그리고 동시에 그 속에 그들의 헤게모니를 행사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으로 국가 권력을 보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는 아래와 같다. 


- 종교 AIE(다양한 교회들의 체계)

- 교육 AIE(공적, 사적인 다양한 '학교들'의 체계)

- 가족 AIE

- 법률 AIE

- 정치 AIE(다양한 정당들을 포함하는 정치적 체계)

- 조합 AIE

- 커뮤니케이션 AIE(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등)

- 문화 AIE(문학, 예술, 스포츠 등) 



'억압적 국가 장치' - 검찰, 군대, 경찰 등 - 과 함께 정치적 지배의 수단으로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마치 현재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듯하지 않은가. 


언젠가 '대중들을 가르쳐야 된다'는, 혹은 이와 비슷한 유형의 말을 했다가 면박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무슨 시대착오적인 계몽주의냐'며. 


그런데, 잘못된 생각 - 정권에 반대하는 생각을 가진 국민은 범죄자이므로 사찰하여 구속시켜거나 일상을 파괴해야 된다 - 을 가진 정부가 억압적 국가 장치와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를 다 가지고 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제 대부분의 대중들은, 그들 스스로 무식하지 않다고 여기며, 스스로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는 요즘, 그들의 무식하지 않음과 비판적 의식은 실제로는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의 교묘한 호명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경우,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 속에서 대중 스스로 사리분별을 할 수 있다고 여길 때, 그들에게 정확하고 비판적인 현실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방법이란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자크 랑시에르는 알튀세르와는 다른 방식으로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므로,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통치 불능의 민주주의에 대한 일반적인 불만이나 비판 속에는 결국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민주주의는 통치되어야 할 사회도 아니고, 한 사회의 통치체제도 아니다. 그것은 통치 불가능 자체이며, 이러한 통치 불가능성에서 모든 통치 행위가 그 기초를 찾아야 하는 그런 것이다. 

- 111쪽 



어제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고결한 것, 전체주의는 무시무시한 것'이 공식적인 담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명적 이상주의자들은 앞으로 도래할 실질적 민주주의를 꿈꾸며 전체주의의 공포를 부정하고 있었다. 이제 이 시대는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서방의 한 정부는 무력을 통해 민주주의를 수출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의 지식인들은 '민주적 개인주의'의 불길한 징조와 '평등주의'가 야기하고 있는 사회적 파탄을 공-사 모든 영역에서 발견하고 있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이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고 있으며, 새로운 전체주의를 잉태하면서 인류를 자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단지 국제화된 자본의 지배에 두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따라서 '민(民)에 의한 통치'가 보여주었던 고대 그리스 시대의 정치 상황을 다시 분석하고 동시에 민주주의, 정치, 공화국, 대의제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파악해 보아야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어제의 미지근한 애정과 오늘의 범람하는 증오를 뒤로 하고, 항상 위협받으면서도 역동적인 민주주의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프랑스어 원서 표지 뒷면에 실린 글. 



그런데 불완전한 민주주의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밖에 없는 '민주적 개인주의'의 불길한 징조와 '평등주의'에 대해 한국의 보수적 지식인들과 (스스로를 보수적이라 믿는) 일반 대중들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들 스스로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실은 박정희 시대의 개발 독재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잘 살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놀라운 형태의 전체주의적 사회 지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거가 끝나고 머리는 복잡해지고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참 슬프다. 이 짧은 글은 내 불길함을 루이 알튀세르와 자크 랑시에르에 기대어 푸념처럼 적은 것이니, ... ...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고작 푸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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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수요일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12/04/11 22:51 by 지하련


다시 한 번 이 나라가 부끄럽다. 정부에 반대하는 이름 없는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사찰한 정부와 그것을 묵인한 정당에 대해 이토록 많은 이들이 지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반대로 그런 정부와 정당 앞에서 그 어떤 메시지도, 호소력도 가지지 못한 야당은 더 형편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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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해놓은 아티클 하나를 읽었다. 포스코 사내전문코치인 앙정훈의 글로, 동아비즈니스리뷰에 실렸던 케이스스터디이다. 

'직원 기대 관리(Employee Expectation Management)'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중간 관리자로서 저런 단어를 보면, 솔직히 가슴이 턱~하고 막힌다. 왜냐면 중간 관리자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고, 대체로 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더 받기 때문이다.

이 글은 포스코의 고 박태준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씌여졌다. 그리고 아래는 하나의 일화. 


1968년 포철이 1기 공사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애쓸 때 세계은행 전문가로 일하고 있던 자페는 한국의 융자 신청을 거절하고 브라질의 제철소 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세계은행에 권고했다. 그리고 약 20년 후인 1986년 자페는 박태준과의 대화에서 "그 때 나는 틀리지 않았다. 종합제철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고려해야 할 내수규모, 기술수준, 원자재 공급 가능성, 기업과 신용 위험, 시장성 등 여러 가지 용인들을 분석했을 때 내 판단을 틀리지 않았다. 단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면 박태준 당신 하나 뿐이다."라고 인정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마음의 연대를 고민하라.", 양정훈.동아비즈니스니리뷰. 2012년 102호



조직이 수평화되고 의사결정구조가 간단해지면, 시스템적으로 움직여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리더십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도리어 리더십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더구나 CEO 리더십. 


이 글에는 포스코에서의 여러 사례를 언급하며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만족할 수 있겠금 리더가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가령, '한 발 앞서 읽어내고 움직여라', '솔선수범이 제일이다'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너무 익숙한 문장이지만, 실은 이게 얼마나 어려운 지는 경험해 본 이라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나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메모했다. 


오전 아홉시삼십칠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의 고요하고 축축했던 대기가 순식간에 도시 사람들의 부산스럽고 경박스러운, 하지만 삶에 대한 열정, 혹은 끌려다니지만 포기하지 않으려는 신념에 찬 동작들로, 그리고 4월 태양과 지구 사이를 오가는 햇빛으로 인해 봄 특유의 온화함으로 갈아입는 시간, 문득, 아직 내가 가야할 길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십이라든지, 문제 해결 능력이라든지... (4월 5일)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 짧은 글이었지만, 이 글은 리더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준 글이었다. 아마 조만간 한국의 기업인들이라는 책이 나오지 않을까? 출판사 관계자라면, 다른 나라의 CEO 케이스 스터디는 많이 있지만, 한국에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를 모아서 한 번 펴내도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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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태도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12/04/07 08:47 by 지하련


일년 반 정도 모 통신사의 사보 편집장 했는데, 유명하다는 몇몇 필자들의 형편없는 원고를 보고 혀를 내두른 적이 있었다. 국엔 일반 독자에게 어필해야 된다는 것이니, 나에겐 요원한 일이다제대로 된 글을 읽으려면, 그만큼 독자도 준비해야 된다. 바둑판을 읽을 수 없으면서 바둑을 두겠다고 하는 것이나, 글의 품격을 알지도 못하면서 글을 읽으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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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이야기 - 2점
아서 단토 지음, 이혜경 엮음, 박선령 옮김/명진출판사

 

앤디 워홀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충격과 경악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단연코 이런 출판 기획물 따윈 없어져야 된다.

 

아서 단토는 앤디 워홀에 관한 한 탁월한 비평가이다. 실은 앤디 워홀이 비평적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서 단토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단토가 앤디 워홀에 대해 책을 썼다면, 과연 어떤 책일까?

 

확실하게 이 번역서는 아닐 거라는 생각에, 찾아보았다.

 

뉴욕타임즈에 아서 단토의 '앤디 워홀' 1장이 실려있었다.

http://www.nytimes.com/2009/12/13/books/excerpt-andy-warhol.html?pagewanted=all 

 

맙소사! 도대체 이 기괴한 번역서는 무엇이란 말인가! 너무 황당해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거참, 이런 식으로 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 할 말이 없다.

 

아마존에 어느 독자는 이렇게 리뷰해 놓았다.

Like all philosophers' ponderings, this book is more about Arthur Danto than it is about Andy Warhol.

(모든 철학자들의 생각들처럼, 이 책은 앤디 워홀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아서 단토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출판사는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번역 출판했다. 그것도 번역을 하고 내용이 어려워서 따로 엮었단다. ㅜ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Andy Warhol by Arthur C. Danto

http://www.amazon.com/Warhol-Icons-America-Arthur-Danto/dp/0300169086/ref=sr_1_1?ie=UTF8&qid=1333210951&sr=8-1

 

(* 그나저나 이 책을 읽고 놀라운 별표를 선사한 일반 독자는 무슨 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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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예술로의 여행
by 지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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