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 17

미국의 송어 낚시, 리처드 브라우티건

미국의 송어 낚시Trout Fishing in America리처드 브라우티건Richard Brautigan(지음), 김성곤(올김), 비채 ‘미국의 송어 낚시’氏를 만나는 것이 쉬워진 탓에, 읽기는 맥주 캔 마시기와 비슷해졌다,고 빨간 말보루 담배를 피우던 그녀가 더듬, 더듬거리며 말했다. 티브이에 나오는 걸 그룹 아이돌이 꿈인 그녀는, 반드시 예능토크쇼에 나가 칼 마르크스의 에 대해 발언할 것이라고, 다시 나에게 말을 더듬, 더듬,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는 건전하고 낙천적이어서 그녀가 좋다. 그녀의 꿈과 행동, 그리고 현실에 심각한 오류가 있듯이, ‘미국의 송어 낚시’氏도 그와 그를 둘러싼 소설, 혹은 이야기가 가진 치명적 결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예의가 바르다는 이유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

어떤 술은 참 오래된 벗.

어떤 술은 참 오래된 벗.에라주리즈 에스테이트 까베르네쇼비뇽. 이 가격대(1만원 ~ 2만원 사이)에서 가장 탁월한 밸런스를 보여준다고 할까. 가벼운 듯 하면서도 까쇼 특유의 향이 물씬 풍기는 와인. 이 와인을 즐겨 마신 지도 벌써 10년. 그 사이는 나는 이 와인을 참 많은 사람들과 마셨구나. 아직 만나는 사람도 있고 연락이 끊어진 이도 있고. ... 흐린 하늘의 춘천을, 사용하지도 않을 우산을 챙겨들고 갔다 돌아온 토요일 저녁, ... 한없이 슬픈 OST를 들으며 ... 참 오랜만에 혼자 술을 마신다. 오마르 카이얌도 이랬을까. 인생은 뭔지 모르지만, 술 맛은 알겠다고...

금요일의 의미

인터넷서점의 출판사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서평 이벤트 2개에 참여했다. 그리고 2개 다 당첨되었고 1주일 동안 2권을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려야만 했다. 허걱. 1주가 지난 건지, 2주가 지난 건지 가물가물하다. 한 권의 책을 빠르게 읽고 서평을 올렸다. 서평의 첫 문장이 이렇다. '이 책, 천천히 읽어야 한다' ㅡ_ㅡ;; 나머지 책은 이제 서문을 읽었다. ㅜ_ㅜ (아, **출판사님 미안) 읽고 있던 손재권 기자의 책, 알렝 투렌과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은 멈춰진 상태다. 제안서 하나를 써서 수주했고 여러 번의 미팅 끝에 또 하나 계약을 할 예정이다. 조직 개편이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도 뽑아야 한다. 아는 분의 소개로 '머리에 쥐 나는' 원고 작업을 하나 하고 있고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이다.그렇다. 금요일이..

나를 지켜낸다는 것, 팡차오후이

나를 지켜낸다는 것 팡차오후이(지음), 박찬철(옮김), 위즈덤하우스 이 책, 천천히 읽어야 한다. 아주 천천히 오랜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되새겨가며 내 일상을 반추하며 내 몸 깊이 받아들여 내 삶을 바꿀 책이다. 현대의 우리들은 서양의 학문을 먼저 접한다. 몇 구절을 암송하기는 하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고 ‘천자문’을 익히기는 하나 입시용일 뿐이다. 서양의 학문은 이미 확고하게 있는 나란 존재를 기반으로 외부 세계에 집중한다고 하면, 동양의 학문은 흔들리는 내 마음과 알 수 없는 외부 세계를 하나로 이어나간다. 수신(修身), 자신을 직시하여 한계를 깨는 힘.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 인격이 어떠하며, 나는 과연 본받을 만한 사람인가. 저자는 ‘설령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하더라도 그 본질적 목적은 자아완..

2013년 속초 여행의 기록

여행에 대한 기억은 사진으로 되살아난다. 사진이 없으면 여행은 없다. 그저 사라질 뿐이다. 여행 이후 쌓이는 건 사진이고 추억은 사진에 기생하는 어떤 것이 된다. 작년 늦가을 속초를 다녀왔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사람은 나고 자란 곳을 잊지 못한다. 내가 자란 곳이 중소 도시이듯, 이런 도시에 가면 살고 싶어진다. 바람이 막힘없이 흘러가는 도시, 조금만 움직이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시, ... ... 나도 서울에 지쳐가고 있었다. 내가 서울로 올라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누군가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 죽음을 겪는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남으로써 부재를 경험한다.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지켜보며 자신의 가치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는 순간, 우리는

벨앤세바스티안 신보를 사지 않은 지도 ... 몇 년이 지났다.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는 순간, 우리는 늙어간다. 락을 들은 지도, 몸을 흔든지도, 맥주병을 들고 술집 안을 이리저리 배회한 지도 참 오래 되었다. 시를 외워 사람들에게 읊어준 지도, 새로 나온 소설에 대해 지독한 악평을 한 지도, "그래, 세상은 원래 엉망이었어"라며 소리지르곤 세상과 싸울 각오를 다진 지는 더 오래 되었다. 이 노래 들은 지도 참 오래 되었구나. 포티쉐드다! 중간에 베스 기븐스가 담배 피우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압권!

리처드 브라우티건

태양은 누군가가 석유를 붓고 성냥으로 불을 붙인 다음, "신문 가져올 동안 좀 들고 있어"하며 내 손에 놓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아 불타고 있는 거대한 50센트 짜리 동전 같았다. (23쪽) 가을은, 마치 육식 식물 속으로 질주해 내려가는 롤러 코스터처럼, 포트 와인과 그 진하고 달콤한 와인을 마셨던,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의 기억에서 오래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39쪽) 나는 그녀와 섹스를 했다. 그것은 막 1분이 되기 전의 영원한 59초와도 같았고, 아주 수줍게 느껴졌다. (52쪽) - 리처드 브라우티건, 중에서 출처: http://www.pasunautre.com/ 리처드 브라우티건을 읽으면 왠지 우울해진다.

뭉크와 나

Beach Landscape, Edvard Munch, 1889(출처: bofransson.tumblr.com) 모니카 봄 두첸의 책 을 다 읽은 것이 2주 전이고 간단하게 리뷰를 올린 것은 지난 일요일이다. 몇몇 작품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그걸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최근 올라가는 글들 대부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그 글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흔적마저 내 기억에서 사라질 책과 그림에 대한 단상들을 메모해두는 용도랄까. 고료를 받고 쓰는 글과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전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나는 전업 블로거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 올리는 글들은 종종 아주 형편 없다. 어제 퇴근길, 바람 속에서 글 제목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나 뭉..

오늘의 미술, 브랜든 테일러

오늘의 미술브랜든 테일러 지음, 송기매 옮김, 예경, 2002 1970년대 이후의 현대 미술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화가가 나오고 너무 많은 용어가 나온다. 당연, 이 책의 결론은 "혼란스러움"이다. 그러나 이를 '혼란'으로 볼 수도, '모색'으로 볼 수도 있다. 모더니즘의 대안, 회화와 정치, 형식의 도난, 미술관 속의 미술, 정체성 이야기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현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실험과 고민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편견없는 시각에서 서술하고자 하는 저자의 이러한 노력은 이 책이 다소 밋밋하게 읽히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다. 2004년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가라타니 고진이 '문학'에 대해 다소 고전적인 발언을 한 강연 원고가 실려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말, 문학은 실천적..

세계 명화 비밀, 모니카 봄 두첸(지음)

세계 명화 비밀모니카 봄 두첸(지음), 김현우(옮김), 생각의 나무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 고야의 , 마네의 , 고흐의 , 뭉크의 , 피카소의 , 잭슨 폴록의 이라는 작품에 대해 쓰고 있다. 원제는 'The private life of a masterpiece'. 일반 독자가 읽기에도 좋고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이가 읽기에도 나쁘지 않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개별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서 잭슨 폴록의 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고흐와 뭉크는 그들 삶의 아픔만큼 그들 작품이 가지는 울림은 어쩌지 못했다. 도판도 나쁘지 않고 설명도 무리없이 읽힌다. 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