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2 2

노산군(魯山君), 자규시(子規詩)

오규원의 (문학동네, 1996년 초판)을 꺼내 읽는다. 그리고 늘 생각나는 시 한 편을 옮긴다. 우리에게는 단종으로 알려진, 노산군이 17세 지은 시(詩)다. 원통한 새가 되어서 제궁을 나오니외로운 그림자 산중에 홀로 섰네밤마다 잠들려 해도 잠 못 이루어어느 때 되어야 이 한 다 할꼬두견새 소리 그치고 조각달은 밝은데피눈물 흘러서 봄꽃은 붉다하늘도 저 애끓는 소리 듣지 못하는데어찌하여 시름에 찬 내 귀에는 잘도 들리는고- 노산군(魯山君), , 1457년. 17세의 사내가 지은 시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1996년 이 시를 읽고 한참 울었다. 문득 이 시를 읽으며, 그 때의 상념에 젖는다. 이 시를 짝사랑하던 여대생에게 보내주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무모한 짓이었구나. 시인 오규원 선생님이 ..

어떤 푸른 이야기, 장 미셸 몰푸아

어떤 푸른 이야기(une histoire de bleu) 장 미셸 몰푸아(Jean-Michel Maulpoix) 지음, 정선아 옮김, 글빛(이화여대출판부) 늦가을, 잔잔히 비 내릴 때, 하늘의 흐느낌을 듣고 있다고 상상해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럴 때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착잡한 눈물을 슬레이트 지붕과 아연 홈통을 두드리는 맑디맑은 빗물에 보태는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부드러운, 거의 평온해진 동작이다. 이 시각, 이 계절에, 우리는 언어를 뒤흔들지 않고, 거기에 우리 자신을 내맡긴다. 이번만큼은 그 적절함이 빗줄기의 속삭임과 유리창의 어둠에 정말 잘 어울린다고 확신하며. 그 순간, 뜻이 확실치 않아 오래 전부터 밀쳐두었던 책 몇 장을 다시 읽어보고 싶으리라. 이번에는 그 감동을 되찾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