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162

이우환, 그의 베르사이유

Lee Ufan Versilles 2014. 6. 17 - 11. 20 이우환, 베르사이유 전 "작가에게 만족이란 게 있겠는가만, 이번에 나는 베르사이유에서 하고 싶은 작품을 70%는 한 것 같다. 전시 이후에 작품은 어떻게 되는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작품이란 결국은 잠깐 모였다 흩어지고 사라진다. 하이데거는 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은 대지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을 자연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그런데 예술가란 세우고 사그라지는 그 양쪽 모두를 보는 사람이다. 그 양쪽으로 열려 있음은 무한의 세계다." - 이우환(아트인컬쳐, 2014년 7월호에서 재인용) 이우환이 프랑스 베르사이유에 신작 10점을 선보였다. 그냥 전시가 아니라, 베르사이유를 위해 새로 작품을 만들었다. "..

오치균 - 빛, 노화랑

오치균 - 빛 2014. 06.11 - 06.25 노화랑 Gallery Rho, 서울 Seoul Armani lamp on the Santa Fe bench | acrylic on canvas | 116x78cm | 2013 출처: http://www.rhogallery.com/ 연필로 글씨를 쓰는 나는 오치균의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화폭에 남긴 흔적들에 각별한 친밀감을 느낀다.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중략) 오치균이 손가락으로 물감을 으깰 때 재료가 육체와 섞이는 그 확실한 행복감을 나는 짐작할 수 있다. 재료를 장악하고 그 재료를 육체화해서 재료를 마소처럼 부릴 수 있는 자만이 예술가인 것이다. 언어는 기호이고 또 개념인 것이어서, 나는 오치균이 색을 부리듯이 말을 부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르네 강둑에서의 일요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마르네 강둑에서', 1938 "언젠가 그(카르티에 브레송)는 내게 자신이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은 기하학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계를 즉각 평면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를 통해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진은 새로운 형태의 드로잉이며 미술이고 예술이다. 이는 브레송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의 열정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피사체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찰나의 순간에 기록하는 가능성, 다시 말해서 보이는 것이 일깨우는 기하학을 향한 것이다. 사진 촬영은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94년 2월 8일. 앙리..

기업과 문화예술 - 현대모터스튜디오 방문기 그 첫 번째.

사람들이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과연 그럴까? 1년에 한 번 정도 문화예술 관람을 하는 사람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 '영화'를 빼고 통계를 낸다면? 여기에다 뮤지컬을 뺀다면? 나는 솔직하게 사람들은 문화예술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보다 문화예술과 친해지길 원한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예술적인 것은 어디에나 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아래의 건물같은. 현대모터스튜디오(보도자료 인용) 현대자동차가 문화예술에 보여주는 최근 행보는 무척 흥미롭기만 하다. 현대차는 이미 국립현대미술관에 10년간 120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금액이나 기간 면에서 국내 최대, 최고 규모다. 그들은 국내 다른 기업들이 산하 문화관련 비영리 법인을 통해 지..

고려시대 향로,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시대 향로국립중앙박물관, 2013. 12. 17. - 2014.02.16 방 안에 향을 피워둔 적이 있었다. 좋은 향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리를 상쾌하게 한다. 어떤 이는 방 안에 향을 피워두었더니, 절간같다고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간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는 향에 대해서 생각하고 향로가 가지는 문화적 위치를 알게 하였다. 고려 청자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향에 관련된 문화적 이해도 도울 수 있는 유익한 전시였다. 향로는 향을 피우는 데 사용하는 용기이다. 향로에는 3개의 다리가 달린 것, 둥근 받침이 달린 것, 긴 손잡이가 달린 것 등 형태와 크기가 다양하며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향로도 달라진다. (...)고려시대는 향로의 형태와 재질면에서 가장 다양했던 시기로 통일신라시대 향로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바티칸 박물관 전, 한가람 미술관

바티칸 박물관 전 Musei Vaticani - 르네상스의 천재화가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12. 12. 08 - 2013. 03. 31 대체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는 실망스럽다. 일반에게 잘 알려진 대중적인 소재- 인상주의나 바로크, 르네상스 등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 로 진행되는 기획 전시의 대부분은 복제화임을 밝히지 않는 작품들과 해외 미술관에서 대여하기 쉬운 유명 작가의 평범한 작품들로만 구성되고, 떠들썩한 매스미디어 홍보와 강남이라는 지리적 장점을 살린다. 그러나 이는 미술 전문가의 입장일 뿐, 일반 대중의 입장은 아닐 것이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를 본 것이 아니기에 전시를 보러가지 말라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좀 더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

올해의 작가상 2013,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3 Korea Artist Prize 2013. 7. 19 - 10. 20 국립현대미술관 겨울바다공성훈캔버스에 유화, 97x130.3cm, 2010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모습이 가득한 화가 공성훈(1965년생)의 그림은 자연에 대한 외경이나 그로부터 비롯되는 숭고미가 아니라, 더 이상 착취될 수 없을 정도로 착취된, 인간에 의해 한갓 연극 무대장치처럼 가공된 자연을 보여준다. (...) 우리가 이들 그림에서 느끼는 경탄은 그림 속에 재현된 자연에 내재한 숭고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니다.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자연은 마치 과장된 옷과 차림새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서글픔과 애처로움을 느끼게 하는 피에로처럼 보인다. 자연은 스스로의 장관을 한껏 뽐내고 있지만, 그 한껏 과장..

나티 우타릿(Natee Utarit), 갤러리 현대

Natee Utarit 나티 우타릿 2013. 10. 10 - 11. 3 Gallery HYUNDAI 1970년생 태국 화가 나티 우타릿은 서구의 눈에서 보기에 너무 익숙하다. 동아시아 미술이 서 있는 지점을 희극적으로 작가 스스로 보여주는 건 아닐까. 중국의 왕광이가 자신만의 화법으로 팝 아트를 비틀어, 현대 중국의 이념적 지형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과 달리 나티 아타릿은 서구의 화법에 자신의 몸을 숨기고 태국을 드러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서구적 화법으로 포장한 한국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외국에 나간다고 한들, 그 속에서 지역성(locality)을 읽어내듯, 태국 화가의 서구적 작품 속에서 그 지역성을 읽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그 속에서 도리어 과감하게 지역성을 드러내..

I'M NOT A PINE TREE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 윤석남 개인전, 학고재

I'M NOT A PINE TREE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YUN SUKNAM 윤석남10.16 - 11.24, 2013, 학고재 Hakgojae 너와 11-초록으로 물들고 싶어, 113.5x57.5cm, 2013. 제공 | 학고재갤러리출처: http://news.sportsseoul.com/read/life/1254774.htm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 있다. 윤석남의 작품들이 그렇다. 몇 주 전 오랜만에 나간 주말 나들이에서 만난 윤석남의 작품은 어수선하던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했다. 그녀의 작품은 어머니 지구(가이아)로부터 뻗어져 나와 모든 존재에 깃든 모성의 흔적, 혹은 그리움을 담고 있었다. '나무'라는 소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에는 그녀의 작품은 나무의 느낌은 뒤로 밀리고 그 위에 그려진..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David Hockney Bigger Trees Near Warter2013. 9. 3 - 2014. 2. 28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과천 국립 현대미술관 (각 나라의 국립미술관끼리는 소장 작품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협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료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작품을 전시하는 비용보다 작품 운송/전시 과정에 들어가는 보험료가 더 비싸 한국의 국립 미술관들은 이런 협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전시를 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보험료를 내기 위해 국립 미술관의 예산을 늘여야 된다고 이야기하면 아마 난리가 나겠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기만 하고, 결국 공공을 위해 존재하는 국공립 예술 기관들이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