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96

에릭 사티 Erik Satie

에릭 사티(Erik Satie)의 '짐노페디Gymnopédies'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작 에릭 사티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가드 멜리낭(Agathe Melinand, 툴루즈국립극장 공동극장장)은 2016년 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에릭 사티(1866~1925)에 대해 묘사하려니 복잡한 심정이 된다. 그의 성품에 대해 말하려니 조심스럽다. 그는 반항적이었고 농담을 즐겼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등을 돌렸고, 거처인 아르쾨유의 오두막에 처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를 되살리는 것은 아슬아슬한 곡예와 같다. 벨벳 정장차림의 젊은 혁명가와, 공증인 차림을 한 사티 중 누구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니면 언제나 걸어서 교외 생제르맹의 노아유 마을을 가끔 방문하던 사티? 아니면 아르..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Mary Cassatt (American, 1844 - 1926). Young Mother Sewing, 1900. Oil on canvas. https://www.metmuseum.org/ 마음이 따뜻해진다. 봄날의 바느질. 아이의 표정에서는 날 왜 보느냐는 듯하면서도 맞은 편에 대한 궁금함이 묻어난다. 창 밖은 푸르고 집 안은 고요하다. 엄마와 아이 뒤에 있는 꽃화병은 흥미로운 오브제다. 저 화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해 보인다. 잠시 저 곳에 나도 앉아있었으면! 메리 카사트Mary Cassat. 미국 출신의 인상주의 예술가. 그리고 대단한 명성을 누렸던 여성 화가(역사상 거의 최초에 가까운). 평생 독신이었으며 에드가 드가가 죽을 때까지 교류했던 이였다. 작업실도 5분 정도 거리였고 둘..

한영수 (1933 - 1999)

밀린 신문을 읽다가 '한영수'를 발견한다. 사진가다. 자세히 알진 못하나, 광고 사진가로 유명했다고 한다. 가끔 광고 사진가라고 하면, 상업 사진가로 이해한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시선을 속이며 자극하며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하지만 한영수 앞에선 이러한 생각은 편견이 되어 무너진다. 실은 그의 광고 사진을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도리어 광고 사진보다는 젊은 시절 그가 찍었던 전후 서울의 모습만 빼곡하게 검색된다. 그래서 한영수는 우리에게 지나간, 경험하지 못한, 아련하게,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 때 그 장소를 비밀스럽게 드러낸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흔적도 없었다. 그 땐 배고프고 힘들고 아팠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러나, 한영수 사진 속의 서울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그 때 그랬던 곳이..

어빙 펜Irving Penn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어빙 펜(Irving Penn)의 사진을 자주 보았지만(그만큼 유명한 탓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형적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어빙 펜 이후의 많은 패션 사진 작가나 사진기자들이 어빙 펜의의 사진을 따라하였기 때문임을. 최봉림의 글을 읽으면서 어빙 펜과 함께, 어빙 펜이 찍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아마 관심에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미스에 대해서. 회화에 잭슨 폴록이 있다면 조각에는 데이비드 스미스가 있다고 해야 하나. Portrait of Smith by an unknown photographer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는 피카소, 홀리오 곤잘레스(Julio Gonzale..

The Death of Bara, 1794. - 자끄 루이 다비드

The Death of Young Bara, Joseph Bara or The Death of Bara is an incomplete 1794 painting by the French artist Jacques-Louis David, now in the musee Calvet.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_Death_of_Young_Bara 1793년 12월 7일 대서양 연안의 Vendee에서 왕당파 당원들에 의해 살해당한 13살의 소년 'Bara'. 고전주의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서정적이며 슬프고 애처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어쩌면 자끄 루이 다비드만이 그릴 수 있는 작품일 지도. 신고전주의는 의도된 고전주의다. 자끄 루이 다비드는 '혁명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

올림픽과 예술 - JR (프랑스 예술가)

리오데자네이루의 어느 아파트 위에 설치된 높이뛰기 선수의 모습. 전형적인 프로퍼간다(propaganda)이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건 작품 자체가 가지는 완성도 때문일 게다. 프랑스 예술가인 JR은 이미 이 분야에선 세계적인 명성을 지녔다. 올해 봄, 그의 장기인 눈속임으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이렇게 만들었다. 루브르 광장 앞 피라미드에 아래와 같이 작업한 것이다. 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1989년 미국인 건축가 I.M.페이에 의해 만들어진 투명 피라미드는 17세기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축된 루브르 궁와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근대와 대비되는 현대의 정신을 보여준다고 할까. JR는 이 투명 피라미드를 살짝 지우면서, 다시 이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피라미드에 담긴 어떤 태도를 되새기길 원하는 것이다..

뒤러Durer, The Knight, Death and Devil(기사, 죽음 그리고 악마)

The Knight, Death and Devil 기사, 죽음 그리고 악마Albrecht Dürer 알브레히트 뒤러 1513, Copperplate 동판화 기사 옆으로 죽음과 악마가 그가 가는 길을 방해한다. 이 명료한 동판화는 르네상스 시기의 신념을 보여준다고 할까. 인간이 가는 길을 과거의 유물들 - 죽음, 악마 - 이 훼방 놓으며 가지 못하게 한다. 알브레히트 뒤러는 종종 후기 고딕적 양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의 사상 만큼은 근대적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기사는 도상학적으로 진리를 수호하는 자로 해석된다. 과거 종교인이 가졌던 역할을 이제 기사가 가지게 된 것이다. 이 극적인 변화는 르네상스 시기를 문예부흥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시기가 아니라, 급속하게 변화하는 혼돈기였음을 짐작케한다. 결국 고딕적..

수건을 든 베로니카, 엘 그레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 베로니카는 피와 땀으로 얼룩진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닦아 준다. 그리고 그 수건 위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 새겨진다. 아래 작품은 그 기적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이콘화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엘 그레코가 비잔틴의 이콘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스 태생의 엘 그레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르네상스 후기(매너리즘)의 화풍을 배웠고 이후 스페인 톨레도로 가서 화가로서의 명성을 쌓는다. 엘 그레코, , 캔버스에 유채, 84 cm * 91 cm, 1580년경, 톨레도, 산타쿠루즈 성당 슬픔에 젖은 베로니카가 수건을 펼쳐 보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여줄 때, 어떤 비장미까지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수건과 뒤 배경 ..

잠자는 뮤즈, 브랑쿠시Brancusi

출처: http://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88458 잠을 자고 있는 두상이라는 주제에 대해 콘스탄틴 브랑쿠시는 거의 20년 이상 몰두했다. '잠자는 뮤즈'를 구상하고 작업할 때, 그는 근본적인 형태와 단순화된 세부를 위해 개념들(ideas)을 줄여나갔으며, 이를 위해 극적인 요소와 디테일을 피했다. 그는 관성으로 인해 무겁게 내려앉은, 그러면서 평화롭게 쉬는, 바닥에 엎드린 머리의 모습으로, 나른함(languor)의 본질을 만들었다. -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설명을 번역함. * * 저런 잠이라면, 영원할 것만 같다. 1910년, 브랑쿠시는 왜 저런 잠을 꿈꾸었을까. 잠은 죽음과 맞닿아있고 꿈과 연결된다. 삶은 멈추고 운동하는 것들은 모두 사라진다. 네 태양..

게리 위노그랜드 Garry Winogrand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1928 ~ 1984) 현대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사진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적절한 작가가 있다면 바로 게리 위노그랜드가 될 터. 예술에서의 모더니즘Modernism은 도시와 함께 시작한다. 보들레르는 근대 도시 파리를 걸어다니며 모더니티를 이야기하고 익명성에 주목했다. 그 도시의 산책자는 파리를 지나 뉴욕에 와 자리잡는다. 거대 도시에서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전화를 거는 사소한 일상도 드라마가 되고 어떤 사건의 시작이거나 종결, 또는 클라이맥스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지며 의미들 속에서 한 없이 가벼워진다. 거리에 나서면 발가벗겨지는 기분과 함께 그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희열에 들뜬다. 길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