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사 54

그리스, 로마의 미술

그리스 고전주의 플라톤이 인간 존재를 완전한 세계(존재의 세계)에서 불완전한 세계(생성의 세계)로 추방된 존재라고 말했을 때, 그 속에는 존재의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와 생성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를 동시에 극복하고자 하는 플라톤 철학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며 동시에 불완전한 세계에서 완전한 세계로 향해 가고자 하는 그의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스 고전주의의 절정기가 막 끝나가는 무렵을 살았던 플라톤 철학은 종종 그리스 고전주의의 철학적 반영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그것은 그가 이데아를 상정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완전으로부터 불완전이 나왔으며 이 불완전은 영원히 완전을 향하여 분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플라톤 철학이 가지는 기본적인 태도에서 기인된 것이다. 플라톤 철학이 그러했..

예술을 이해하는 컴퓨터

미시간에 있는 로렌스 공과대학의 컴퓨터 과학자인 Lior Shamir와 Jane Tarakhovsky는 최근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컴퓨터는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가?(can machines understand art?) 그리고 연구 결과, 가능하다는 것. 마치 예술사가들이 예술 작품의 연관 관계를 찾고 분석하고 평가하듯이 컴퓨터도 특정 작품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For instance, the computer automatically placed the High Renaissance artists Raphael, Leonardo Da Vinci, and Michelangelo very close to each other. The Baroque painters Vermeer, Rub..

음악과 추상 미술 - 칸딘스키와 클레

푸생과 바흐만큼 어울리는 짝도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한 명은 고전적 바로크 예술가이고 다른 한 명은 바로크 음악의 대가이다. 연주되는 음악 밑으로 깔리는 엄격한 작법은 마치 푸생의 고전적 태도를 엿보게 한다고 할까. 라이프니츠의 기하학 - 바흐의 변주 - 푸생의 고전주의를 연결지어 공부하면 참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다. 책이나 잡지를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으나, 정리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메모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그 메모들을 정리할까 하는데, 오늘 발견한 것은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의 이야기다. 추상표현주의 대가 칸딘스키. 그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회화성'를 극한까지 밀고 나가 색채의 율동(리듬과 운동)으로만 구성된 일련의 작품들을 완성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와 초현실주의

노트를 정리하다가 메모 해놓은 것을 옮긴다. 수지 개블릭의 당연한, 하지만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에 대한 지적이다. 보스와 초현실주의를 연결짓는 것은 설명의 용이성 탓이지, 실제로 보스가 초현실주의와 관련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오해하기에 이른 것이다. 보스의 작품은 지극히 후기-중세적이고 고딕적이다. 신의 세계가 가졌던 호소력이 이른 아침의 안개처럼 정오를 향해가면서 사라져갈 때, 그 안개를 못내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보스의 작품은 먼저 중세말, 근대초의 심리적 방어를 위한 공포적 상상력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의지를 강제할 외부의 제어 수단을 바라기 마련이다. 중세 사람들에게 신의 세계란 이 세상의 시작과 끝이었고, 보스는 ..

바로크의 자화상 - 안토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안토니 반 다이크 자화상 1630년도작, 24.1cm*15.6cm, 에칭 판화 오래된 작품은 어느새 내 일상과는 너무 많이 멀리 떨어져있다. 녹슬어가는 내 지식은 서재 한 구석에 박힌 강의노트 속에서 박제가 되고, ... 바로크의 초상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와 15세기 초의 반 아이크 형제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음을 이 작은 자화상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여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나, 그런 피치 못할 사정을 보는 이들이 이해해 주겠거니 하는 여유로움이 있거나, 한 발 더 나아가 여백을 작품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으로부터 시작하거나 ... 여러 가지 이유를 따져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 미술사에서 거친 여백을 드러내거나, 또는 고른 채색의 화면 처리가 사라지는 ..

17-8세기 동양화 속 가을 풍경

화요일 아침 출근길의 빼곡한 지하철 속, 스마트폰을 꺼내 페이스북을 하다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페이지에 업로드된 가을 작품 하나. 그 작품을 보니, 나는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보다 '가을이어서 술 생각 난다'거나, '찬 바람이 부니 왠지 쓸쓸해지는 느낌이다'라는... 가을 자체가 아니라 가을이 불러오는 것에 정신이 팔려있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문득 가을이라는 계절을 생각하게 된다. Tosa Mitsuoki(Japan, 1617 - 1691) Quail under Autumn Flowers ink and color on silk, 97.8 x 41.6cm, Met Museum 출처: http://www.kurl.kr/ZLyOq1 가을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Tosa Mitsuok..

화려한 바로크 양식, 멜크 베네틱트 수도원 Melk Abbey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무대가 되는 멜크 수도원은 9만여권의 장서를 가진 도서관을 가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976년 레오폴드 1세(남부 오스트리아의 군주)는 지금의 멜크 수도원 자리에 자신의 성을 지었고 그의 후손들은 이 곳에서 지냈으며, 1089년 레오폴드 2세가 베네딕트 수도회에 성을 주었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배경은 바로 이 시대부터 시작된다. 12세기 많은 수도사들이 멜크 수도원에서 성경을 옮겨 적으며, 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현재의 멜크 수도원은 18세기 초 Jakob Prandtauer에 의해 새롭게 지어졌다. 이로 멜크 수도원은 중부 유럽의 대표적인 바로크 건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수도원 건축물의 발달은 종교개혁으로 인한 구교의 위기 의식에 기초하고 ..

하기아 소피아 성당

몇 년 전에 갔던 터키 이스탄불(옛날의 비잔티움)의 하기아 소피아 성당 사진을 올린다. 서양사에서 비잔티움은 이방인의 역사다. 그런데 15세기까지 로마 원로원이 있었고 로마 귀족들이 있었던 동로마제국의 비잔티움이 서양에서는 이방인의 역사였다는 건 나에겐 무척 낯선 일이다. 서양사에서 비잔티움은 동로마제국으로만 잠시 언급될 뿐, 자세하게 설명하는 책을 보기란 어렵다. 아마 이 지역의 후손들이 그리스-로마의 후손이 아니라 알라와 마호메트의 후손이 된 탓일까. 현재 남아있는 하기아 소피아 성당은 바로 옆의 블루 모스크에 비한다면 규모가 작고 다소 볼품 없어 보이지만, 이 성당이 지어질 서기 5세기 때에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건축물이었으며, 이 당시에 하기아 소피아 성당의 돔을 설계하고 올릴 수 있..

다 빈치, '최후의 만찬'

The Refectory with the Last Supper after restoration 1498 Convent of Santa Maria delle Grazie, Milan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1498 Mixed technique, 460 x 880 cm Convent of Santa Maria delle Grazie, Milan 종교적인 것들과 무관한 행위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던 시기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14C-16C)였다. 세속화되던 르네상스의 절정기에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지도 모른다. 유럽의 고딕 시대가 종교적 권력과 세속적 권력이 평행선을 달리는 시기라면, 르네상스 시대는 종교적 권력도 세속적 권력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시대라고..

티치아노의 초상화

Titian. The Young Englishman. c.1540-1545. Oil on canvas. Palazzo Pitti, Galleria Palatina, Florence, Italy 이 오래된 초상화는 16세기에 제작된 초상화들 중에 가장 뛰어난 것들 중의 하나에 속하리라. 16세기 베네치아 최고의 예술가였던 티치아노는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영혼의 숨결까지 담아내는 듯 보인다. 르네상스 시기, 일군의 화가들의 붓에서 시작된 위대한 초상화 양식들은 새로운 시대의 한 획을 그으며, 20세기까지 이어진다. 양식의 변용과 혁신을 거듭하면서. 초상화 양식의 역사와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아래 초상화를 보자. 이 흥미로운 초상화는 티치아노가 교황 파울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