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37

헤르만 헤세, 그리고 담배

1877년에 태어나 1962년에 작고한 소설가. 세계적인 대중적인 인기에 비해 현대 문학사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의 스타일은 19세기 낭만주의적이며 전혀 모더니즘적이지 않다. 이 점은 나로 하여금 마치 스트라빈스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영화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시대, 이 사진이 주는 묘한 매력 때문에 여기 올렸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지만(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담배를 피우는 예술가나 배우의 사진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따라 담배를 피운다. 그 영향으로 인해 대중 미디어에서 담배 피우는 사진이 사라지긴 했지만. 수십년 전 라디오 심야 방송을 듣다보니, 헤르만 헤세의 이나 같은 소설 광고가 참..

아직 나는 만나지 못했다

아직 나는 만나지 못했다 Edgar Degas A Woman Seated beside a Vase of Flowers Oil on Canvas, 73.7 x 92.7cm, 1865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은 저 사각의 캔버스 안 뿐이다. 저 사각형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할 것이다.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 Esse est Percepi(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주의자들은 저 사각형 안에 모든 것들을 담아내려 했다. 캔버스, 혹은 작품의 공간 안에 시작과 끝이 있어야 했다. 라파엘로가 아테네 학당 속에 그리스 철학 전체를 담아내려고 했다면, 젊은 미켈란젤로는 하느님이 아담을 창조할 ..

테넷Tenet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가끔 다운로드 받아 보는 것이 전부다. 극장에 마지막으로 간 건 3년 전이다. 한때 영화에 빠져있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태만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딱히 챙겨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으니, ... 크리스토퍼 놀란의 을 봤다. 아무 내용도 모른 채 매우 어렵다는 풍문만 듣고 봤는데, 어렵다는 점에서는 가 확실히 낫다. '인버전inversion'이라는 기술이 나오지만, 이건 가정이다. 엔트로피의 방향을 반대로 할 수 있다는 가정, 그런 기술을 미래의 누군가가 개발했다는 가정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가정이 들어오면서 영화를 수수께기가 되고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인다. 가 물리학에 바탕을 두고 중력과 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

살아 있는 누군가 마음 속에서의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데미안 허스트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살아있는 누군가 마음 속에서의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라는 뭔가 심오한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글쎄다. 얼마나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을 지는 현대미술 전문가들의 손길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상당히 어려운 단어들로 포장해서 설명할 것이다. 가령 아래와 같이.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은 신체에 대한 폭력성과 자기 분열을 보이는 일종의 '신경증적 리얼리즘neurotic realism'을 나타냈다고 말한다. 허스트의 개념미술은 그러한 증상을 표현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 전영백, , 106쪽 '신체에 대한 폭력성'이 다소 낯설지만, 내가 이해하는 바대로 풀어보자면..

에릭 사티 Erik Satie

에릭 사티(Erik Satie)의 '짐노페디Gymnopédies'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작 에릭 사티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가드 멜리낭(Agathe Melinand, 툴루즈국립극장 공동극장장)은 2016년 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에릭 사티(1866~1925)에 대해 묘사하려니 복잡한 심정이 된다. 그의 성품에 대해 말하려니 조심스럽다. 그는 반항적이었고 농담을 즐겼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등을 돌렸고, 거처인 아르쾨유의 오두막에 처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를 되살리는 것은 아슬아슬한 곡예와 같다. 벨벳 정장차림의 젊은 혁명가와, 공증인 차림을 한 사티 중 누구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니면 언제나 걸어서 교외 생제르맹의 노아유 마을을 가끔 방문하던 사티? 아니면 아르..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기둥

파일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이미지 하나. 그리스-로마 건축에서 기둥 양식을 정리한 것이다. 왼쪽에서부터 도리아식 - 이오니아식 - 코린트식으로 이어진다. 장식과 기교는 풍성해지고 기둥 높이도 올라간다. 그러다가 중세에 다시 사라지지만. 양식의 구분으로도 의미가 있으나, 기둥 단독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건축물 전체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를 더 궁금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이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들 위로 천정을 올렸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론 초반 신전들은 목조였다. 그러다가 하부는 돌로, 상부는 나무로 지어지다가 나중에는 모두 돌로 지어졌다. 기둥에 장식을 덧붙인다는 것은 그만큼 건축술에 여유가 생겼음을 뜻하기도 하고 동시에 본질적인 것 대신 기교에 ..

Grasshopper and Iris, Katsushika Hokusai 호쿠사이

Grasshopper and IrisKatsushika Hokusai (Japanese, Tokyo (Edo) 1760 - 1849 Tokyo (Edo))Edo period (1615 - 1868)late 1820sWoodblock print; ink and color on paperDimensions:Overall: 9 3/4 x 14 3/16in. (24.8 x 36 cm)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7192 한참을 찾는다. 메뚜기를. 붓꽃 사이에 숨어있다. 방금 전까지 산들바람이 불다가 잠시 멈추었다. 에도시대. 현대 일본을 만든 배경이 된 시대. 청나라와 조선이 변화하는 세계를 무시하고 과거에 기대고 있을 때, 에도 시대의 일본은..

탈출 The Escape, 폴 프랭클린

폴 프랭클린이 만든 2017년작 로, 로버트 셰클리가 1958년에 발표한 유명한 단편 과학소설 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영화는 단 16분에 불과하지만 아주 공들여 만들어졌고, 널리 알려진 배우들 - 줄리언 샌즈, 올리비아 윌리엄스 - 이 핵심 배역으로 등장한다. - 슬라보예 지젝, , 9쪽 원작 Store of the Worlds https://www.vice.com/en_us/article/a3ydpz/the-store-of-the-worlds (Full Screen으로 해서 보시길. 짧아서 금방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운은...) *** 어쩌면 저런 세계가 펼쳐질 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Mary Cassatt (American, 1844 - 1926). Young Mother Sewing, 1900. Oil on canvas. https://www.metmuseum.org/ 마음이 따뜻해진다. 봄날의 바느질. 아이의 표정에서는 날 왜 보느냐는 듯하면서도 맞은 편에 대한 궁금함이 묻어난다. 창 밖은 푸르고 집 안은 고요하다. 엄마와 아이 뒤에 있는 꽃화병은 흥미로운 오브제다. 저 화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해 보인다. 잠시 저 곳에 나도 앉아있었으면! 메리 카사트Mary Cassat. 미국 출신의 인상주의 예술가. 그리고 대단한 명성을 누렸던 여성 화가(역사상 거의 최초에 가까운). 평생 독신이었으며 에드가 드가가 죽을 때까지 교류했던 이였다. 작업실도 5분 정도 거리였고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