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54

misc. 0306

1. 어제 밤에 갑자기 페이스북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건가 싶어 걱정했다. 해킹당한 건 아닌가 하고. 몇 번 비밀번호 찾기와 변경을 하였으나, 에러가 났고, 여기저기 검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에서는 페이스북 관련 검색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어느 인도 미디어 사이트에서 outrage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페이스북 로그인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영문기사를 내기도 했더라. 혹시나 해킹당했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싶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편리함 만큼 위험도 더 커지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도 복잡성의 증가일 것이다. 그러니 어..

호르몬과 꼰대

오전 늦게 도서관에 갔다. 아무래도 집보단 도서관이 이런저런 일을 하긴 더 좋으니까, 주말이면 곧잘 집 근처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옆에 앉은 아저씨. 책과 노트들로 너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 자격증 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자세를 제대로 하고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주위 환경에 이렇게 영향을 많이 받던 나였나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공공 예절을 따졌나. 이렇게 공공예절 따지는 사람이 술에 취해 집에 비틀거리면서 들어갔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오가 지난 시간, 졸음이 밀려들 시간이다. 실은 내가 책을 놓을 공간이 너무 좁은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나는 이렇게 속 좁은 인간이었나. 결국 도서관에서 나왔다. 스트레스는 ..

흰 눈 속의 단상

어느 겨울이 가고, 어떤 눈들이 쌓인 채 녹고, 순백의 그녀 얼굴은 기억나지 않고, 내 이마 위로 세월의 흔적이 스며드는 2월의 오후, 흐린 하늘 아래 희미한 목소리가 날개짓하며 지난다. 지난 눈 내린 풍경이 떠올라 찾은 사진 한 장. 눈 밭에 뒹군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한 중년. 저 끝없는 우주의 무심함이 나를 쓸쓸하게 위로한다.

피노누아 향에 취해

나이가 드니 혼술이 늘어난다. 책을 읽다가, 저녁을 먹다가, 음악을 듣다가, 술 한 잔, 두 잔, 세 잔, ...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잠에 빠져 ... 그러나 이젠 꿈을 꾸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롭지 않고 그저 취할 뿐이다, 피곤할 뿐이다, 늙어갈 뿐이다, 그렇게 남겨진다. * * 롱반 피노누아(Long Barn Pinot Noir). 근처에 홈플러스가 있다면 그 곳에서 만원후반대의 이 와인을 가끔은 만이천원대에서 구할 수 있다. 만이천원대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이다(자주 세일가에 나온다). 코르크마개를 따서 두 세 시간 이상 둔 다음 마시길 추천한다. 아니면 디켄터를 사용해도 좋다. 이 피노누아 와인은 가볍고 산뜻하면서도 적절한 바디감을 갖추고 있다. 풍성하고..

다른 곳으로 가시는 본당 신부님들

몇 년만에 조계종을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 사이 조계종 내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것인지, 아니면 주변을 새로 단장한 것인지, 모습이 좀 변한 듯 했다. 건너편에도 템플스테이 안내센터가 있었고. 대도심 중심지에 큰 사찰이 있는 것도, 그 사찰 앞으로 머리를 민 스님들이 오가는 풍경이 새삼 흥미로웠다. 젊은 스님들 몇 명이 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나이였다. 아니면 삼십대 초반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슨 사연으로 저들은 승려가 되었을까 생각했다. 환하게 웃으며 서로 장난을 치며 거리를 걷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성당 막내 신부님을 떠올렸다. 사제 서품을 받고 바로 본당 보좌신부로 와, 영성체반과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이들의 부..

고장난 출생율(Baby Bust)

어제 처음 Baby Bust라는 단어를 봤다. 좀 늦게 본 셈인데, 우리 말로 옮기면 "고장난 베이비"정도의 느낌이랄까. 이제 더 이상 아기들을 예전처럼 출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동안 나는 이 현상이 잘 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진국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젊은이들도 채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세상이 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하지만 출생율 하락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아기가 아니라 반려동물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언급하듯, 경제 성장이나 재정적인 관점에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경제 위기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기업 경영에도 ..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

2024년 1월 꾸준히 이 영화를 검색하여 들어온다. 나는 기억은 간유리처럼 흐려진다고 여긴다. 아프고 잔인했던 기억은 그렇게 흐릿해지고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한국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그랬던 적이 많아 상처를 그냥 아물기 기다리고 그냥저냥 살아간다. 일본 사람들은 어떨까, 중국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은? 실은 이런 국가적 경계가 생긴 거도 이제 백 년 정도 지났는데. 차라리 지역으로 구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서 어느 지역 사람들은 상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더라고 말이다.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상처를 자연 치유되길 기다리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한 마디로 개소리다. 잊혀지기 전에 냉정하게 바라고 해결하고 내일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

일요일 잡담 - 자유와 경제적 불평등

진영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책마저 오독하게 만든다. 아니면 한 개념이 가지는 풍부한 스펙트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룰루 밀러의 를 너무 정치적으로, 우생학의 관점으로만 접근했던 것같다. 룰루 밀러는 스탠포드 대학 초대 총장의 우생학을 보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더 나아가 차이(다르다는 것)를 받아들이면 내가,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을 적고 있었는데. 하긴 그러기엔 우생학이 그토록 뿌리깊게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그 흔적이 한국 사회에서도 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리처드 윌킨스과 케이트 피킷의 를 보면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정신병이나 미성년자 임신, 가정 폭력 등이 일어난다고 풍부한 통계 자료를 보여주면 이야..

현대적 쓸쓸함, 그리고 스타벅스 커피와 홀로

토요일 아침, 국을 끓이고 밥을 짓고 쓰레기를 버리고 ... 아, 겨울인가, 그러기엔 춥지 않아, 이 불길함이란.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마을에 백 명의 사람이 있고 그 중 한 명이 살해당한다. 사람들은 서로 웅성웅성거리며 누가 범인인지 추측해 대다가 마을 사람들과 교류가 적어 오해를 사고 있던 한 명을 지목하곤 자신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변하였음에도 교수형에 처해버린다. 그리고 그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변호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심하게 때리곤 마을에서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다른 사람 한 명이 또 살해당하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가 살인하지 않았음을 막연하게 추측하곤 외부의 도움을 구하기 시작한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죄가 없는가? 내가 이런 마을에서 살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