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57

근황과 단상

마을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공공근로를 하시는 노인들을 먼 거리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공공근로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마 십 여년 전엔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몸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주 느리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마 과학자들은 호르몬의 작용이라고 말하겠지만,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요. 채식을 하지 않고 육식만 하는 경우, 대장암에 걸릴 빈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몽골 지역 사람들은 그냥 고기만 먹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대장암 빈도는 현저히 낮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실은 평균 수명이 낮아 대장암 걸리기 전에 죽는다고 해요. 따지고 보면, 암이라는 것도 ..

짧은 휴식, 혹은 분실

하늘의 푸른 빛이 보이지 않았다. 목이 답답해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시작을 대륙에서 날아온 모래먼지들이 알려주었다. 반도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남자의 삶도 불투명한 대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한 남자가 길을 서성거렸다. 거리는 어두워졌고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켰다. 와이퍼가 비소리에 맞추어, 자동차 소리에 맞추어, 사람들의 걸음 속도에 맞추어, 메트로놈처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 남자도 건널목 앞에서 왔다, 갔다, 왔다 하였다. 비가 내렸지만, 어둠 속에서 비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비의 존재를 소리로, 살갗에 닿는 익숙한 차가움으로, 펼쳐진 우산 표면의 작은 떨림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어느 저녁, 그는 지하철역 근처 실내포장마차로 향했다. 포장마차 입구 골목길 밖에 놓여진..

'공정성이라는 기준 - 한동훈과 조국'이라는 글과 권리 침해?

현재 아래 글은 '권리침해'로 인해 막혔다.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거나 당사자 간의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게시물(댓글) 등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임시조치"라고 한다. 뭐, 읽기 싫으면 막으면 된다. 딱히 권리 침해한 건 없어보이는데... ;;; 이 글이 권리를 침해했다면 이 글에서 인용한 기사가 더 권리를 침해한 것처럼 읽히니까. 내가 화가 나는 부분은 얼마나 할 일들이 없으면, 개인 블로그에 까지 와서 권리 침해로 게시글을 막느냐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는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공정성을 해친 이들과 일개 블로거의 다툼이 예상되어 해당 글의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했다고 적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말이냐. 일개 블로거가 공정성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이들과 왜 싸..

피로 누적

수요일엔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0시나 11시에 퇴근하는 일정이 이어졌다. 예전엔 이것저것 할 수 있다는 걸 내심 뿌듯해 했는데, 지금은 전혀 좋지 않다. 결국 조직의 문제인데, 조직의 여러 리더들 중 한 명으로서 결국 내 문제인 셈이기도 했다. 이 때 누적된 피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 운동이라도 해야 될 듯 싶다. 오는 수요일에는 세미나 발표도 하나 있다. 어젠 모 대학교에 가서 제안발표를 했다. 수십 년 전 대학시절이 떠올라 다소 울적해졌다. 그 땐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술만 마셨다. 그 탓에 결국 시인이 되지 못했다. 토요일 도서관에 나와 수요일 세미나 발표본 준비를 한다. 그 준비 전에 어제 챙기지 못한 업무 이메일을 몇 통 보내고. 주제는 ..

misc. 0306

1. 어제 밤에 갑자기 페이스북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건가 싶어 걱정했다. 해킹당한 건 아닌가 하고. 몇 번 비밀번호 찾기와 변경을 하였으나, 에러가 났고, 여기저기 검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에서는 페이스북 관련 검색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어느 인도 미디어 사이트에서 outrage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페이스북 로그인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영문기사를 내기도 했더라. 혹시나 해킹당했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싶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편리함 만큼 위험도 더 커지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도 복잡성의 증가일 것이다. 그러니 어..

호르몬과 꼰대

오전 늦게 도서관에 갔다. 아무래도 집보단 도서관이 이런저런 일을 하긴 더 좋으니까, 주말이면 곧잘 집 근처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옆에 앉은 아저씨. 책과 노트들로 너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 자격증 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자세를 제대로 하고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주위 환경에 이렇게 영향을 많이 받던 나였나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공공 예절을 따졌나. 이렇게 공공예절 따지는 사람이 술에 취해 집에 비틀거리면서 들어갔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오가 지난 시간, 졸음이 밀려들 시간이다. 실은 내가 책을 놓을 공간이 너무 좁은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나는 이렇게 속 좁은 인간이었나. 결국 도서관에서 나왔다. 스트레스는 ..

흰 눈 속의 단상

어느 겨울이 가고, 어떤 눈들이 쌓인 채 녹고, 순백의 그녀 얼굴은 기억나지 않고, 내 이마 위로 세월의 흔적이 스며드는 2월의 오후, 흐린 하늘 아래 희미한 목소리가 날개짓하며 지난다. 지난 눈 내린 풍경이 떠올라 찾은 사진 한 장. 눈 밭에 뒹군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한 중년. 저 끝없는 우주의 무심함이 나를 쓸쓸하게 위로한다.

피노누아 향에 취해

나이가 드니 혼술이 늘어난다. 책을 읽다가, 저녁을 먹다가, 음악을 듣다가, 술 한 잔, 두 잔, 세 잔, ...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잠에 빠져 ... 그러나 이젠 꿈을 꾸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롭지 않고 그저 취할 뿐이다, 피곤할 뿐이다, 늙어갈 뿐이다, 그렇게 남겨진다. * * 롱반 피노누아(Long Barn Pinot Noir). 근처에 홈플러스가 있다면 그 곳에서 만원후반대의 이 와인을 가끔은 만이천원대에서 구할 수 있다. 만이천원대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이다(자주 세일가에 나온다). 코르크마개를 따서 두 세 시간 이상 둔 다음 마시길 추천한다. 아니면 디켄터를 사용해도 좋다. 이 피노누아 와인은 가볍고 산뜻하면서도 적절한 바디감을 갖추고 있다. 풍성하고..

다른 곳으로 가시는 본당 신부님들

몇 년만에 조계종을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 사이 조계종 내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것인지, 아니면 주변을 새로 단장한 것인지, 모습이 좀 변한 듯 했다. 건너편에도 템플스테이 안내센터가 있었고. 대도심 중심지에 큰 사찰이 있는 것도, 그 사찰 앞으로 머리를 민 스님들이 오가는 풍경이 새삼 흥미로웠다. 젊은 스님들 몇 명이 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나이였다. 아니면 삼십대 초반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슨 사연으로 저들은 승려가 되었을까 생각했다. 환하게 웃으며 서로 장난을 치며 거리를 걷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성당 막내 신부님을 떠올렸다. 사제 서품을 받고 바로 본당 보좌신부로 와, 영성체반과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이들의 부..

고장난 출생율(Baby Bust)

어제 처음 Baby Bust라는 단어를 봤다. 좀 늦게 본 셈인데, 우리 말로 옮기면 "고장난 베이비"정도의 느낌이랄까. 이제 더 이상 아기들을 예전처럼 출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동안 나는 이 현상이 잘 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진국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젊은이들도 채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세상이 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하지만 출생율 하락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아기가 아니라 반려동물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언급하듯, 경제 성장이나 재정적인 관점에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경제 위기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기업 경영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