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58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The Brilliant Motor Festival', 그 낯선 즐거움

7월 5일 토요일, 난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The Brilliant Motor Festival) -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발(KSF, Korea Speed Festival)에. 설마 무한도전 때문에? 설마? 아니면 그날 밤에 있었던 공연 때문에. 나도 일찍 간다고 갔는데, 이미 몇 천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ㅡ_ㅡ;;). 이렇게 스피드광이 많았단 말인가! 보통의 레이싱 경기장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것과 달리 송도 스트릿 서킷은 도심에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탁월하다. TV에서 가끔 보던 카레이싱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경기장 바로 옆에 고층 빌딩에서도 구경할 수 있고 ... 이렇게 바로 옆..

몇 장의 사진, 그리고 지나간 청춘

요즘 페북과 인스타그램에 빠져 블로그짓에 뜸하다.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내 아이디는 yongsup이다. 요즘은 먹스타그램으로 빠지긴 했지만. 퇴근길, 나이가 들었다. 조금 있으면 사십 중반이 될 텐데, 스스로 아직 청춘인 줄 안다. 밤 11시, 술 생각이 나는 건, 오늘 때문일까, 아니면 내일 때문일까. 아니면 어제들 때문일까. 나이가 들었다. 그러나 질문들은 줄지 않고 믿었던 답들마저 사라진다.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 참 맛없는 치킨 옆의 맥주가 안타까웠다. 참 맛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대박을 꿈꾸긴 않았지만, 적어도 여유롭게 살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서울, 한국을 사로잡은 21세 자본주의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엉망으로 된 전 회사..

어떤 단상.

가끔 지하철에서 일본 책을 읽는 노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저 분 일본에서 살다 오셨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분들 중 상당수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일본어가 국어(한국어)보다 더 편한 거다. 생각은 일본어(일본식)로 하고 말은 한국어(한국식)로 하는 거다. 그냥 그런 거다. 그리고 아직도 식민지 시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거다. 그런데 아물지 않은 상처(혹은 흉터로 남은)를 자랑스레 미화시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젊은이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흉터는 자랑스런 자신의 일부이고 너희들은 경험해보지 않은 식민지 세대라는 영광의 상처다. 이게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거다. 이번 총리 선임 건도 그런 역사의 일부이다. 식민사관의 문제가 아니라, ..

5월 어느 오후 서울 거리

5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삼각지로 걸어가다 문득 마주친 대도시의 오후 상아색의 구름 한 떼가 지는 해를 감싸면서 하늘 꼭대기에서 땅 밑까지 노을이 가득 차고, 거대한 고독이 이미 식어버린 채 퍼져나가는 시간이다(조르주 베르나노스). 느리게 숨죽여 있던 무채색 건물이 숨을 쉬고 우리들의 숨겨진 영혼이 노래하는 순간이다. 태양이 사라지더라도 태양을 기다리지 않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꿈 속 노을가 근처에서 막걸리 중이다. 그의 삼각지에서.

주말의 (이미 죽은) 보르헤스 氏

나이가 한참 든 독신자에게 사랑의 도래는 더 이상 기대되지 않는 선물이다. 기적은 조건을 제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 '울리카' 중에서, 보르헤스 새삼스럽게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긴다. 무표정한 행인들의 얼굴 밑으로 주체할 수 없는 표정들의 집합체를 읽어낸다. 실은 내 얼굴도 그렇다. 주말 동안 틈틈히 보르헤스의 을 읽었다. 정확하게 보르헤스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은 건 대학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 속담 중에 '회화는 나이 든 사람의 예술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데이비드 호크니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지만, 나는 '위대한 소설은 나이 든 이들의 위안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문득 집에서 내 마음대로 문을 잠그고 혼자 있는 공간이 화장실 밖에 없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슬펐고 놀랍도록 기뻤다. 이렇..

두 개의 문장, 혹은 시뮬라크르로서의 세계

새벽에 잠을 깼다. 메일을 확인하고 앞날에 대한 걱정을 잠시 했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만 늘어난다. 이 시대 탓인가, 아니면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건가, 내가 유독 그런 건가, 이런 잡념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잡은 책이 조중걸의 다. 나에겐 일종의 복습이고 반복이 되겠지만, 돌이켜보니, 서양미술의 역사에 빠져 공부하던 시절이 행복했음을 깨닫는다.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조중걸저 | 한권의책 | 2013.03.04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아리스토텔레스가 군사전문가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를 '불구'라고 조롱하면서 전인적 인간을 이상으로 삼고, 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다윈Charles Robert Darwin과 헉슬리Thomas Henry Huxle..

요즘 어떤 생각

1987년도에 번역 출판된 윌리엄 S. 버로우즈의 소설론을 구했다. 소설을 쓰지 못하니, 소설론만 읽는다. 세상은 바라지 않는 소설 같이 흘러가기만 하고, 평범한 우리들의 하늘이라고 스스로 믿는 그들과 그들의 나팔수들은 한 줌 희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들에게, 그래서 니네들은 미개하고 어리석다며, 그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꺼야라는 패배주의를 은연 중에 심어놓으며, 진실은 조작되었고 할 수 있는 바 최선을 다했다며 강변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거리 데모를 나간 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나갈 생각이다. 세상은 바꾸는 건 깨어있는 시민이지, 그들이 아니다. 우리들에게 상처 입히고 우리들을 왜소하게 만들며 우리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며, 변하지 않는 세상의 질서를 강요하는 그들 앞에서 세상은 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