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味적 우주 73

샤또 세규르 드 까바냑 Chateau Segur de Cabanac

오랜만에 깊고 부드러운 와인을 마셨다. 붉은 빛깔이 나는 알콜은 원래 바람이 지나는 풍경을 나풀거리는 가로수의 잎사귀로 알아차릴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 안 한적한 공간 안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일상이 가져다 준 긴장한 마음을 잠시 풀고, 피곤에 지친 몸을 낡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마시는 것이 제격이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한동안 그러지 못하리라.) 용산 후암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식당. 남산도서관 인근의 독일 문화원 옆 주차장 아래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일 비노 로쏘(IL VINO ROSSO)에서 나는 이 와인을 마셨다. 샤또 세규르 드 까바냑(Chateau Segur de Cabanac) 2003. 오래된 와인을 마실 때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오후 일찍 시작해 해질녁까지 이어지는 술자..

Villa Antinori 2005

Villa Antinori Toscana 2005 Sangiovese 60%, Cabernet Sauvignon 20%, Merlot 15%, Syrah 5% 오랜만에 맛보는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으면서도 향긋한 묵직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와인이라, 이제서야 마신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다. 안티노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이며, 이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샵가격은 4만원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다른 년도의 이 와인의 맛은 잘 모르겠다. 축복받은 해인 2005년산이라는 것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이 가격에서는 다른 좋은 와인들도 충분히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 오랜만에 와인 리뷰다. 이제 자주 올릴 생각이다.

B&G Bordeaux 2005

Barton & Guestier Bordeaux Merlot - Cabernet Sauvignon, 2005 일요일 저녁 김포공항 이마트에서 한 병 구입해 마셨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마신 것이, 결국 한 병을 다 마시고 말았다. 지난 한 주, 심리적 긴장과 정신적 불안이 극에 달해 있었으며, 내가 취하는 어떤 행동들도 최선의 것이 되지 못했던 순간들로 채워 있었다. 너무 황당해서 누군가에게 말하지도 못할 어떤 일을 겪었고, 지난 일요일 그것을 끝냈다. 다행히 이 와인은 특별함이 없었다. 특별했다면, 나는 와인 향에 기뻐했을 것이고 결국 술을 더 마셨을 지도 모른다. 여느 프랑스 와인이 그렇듯이, 멜롯과 카베르네 쇼비뇽의 조합이다. 그런데 멜롯의 달콤함만 부각되고 카베르네 쇼비뇽의 거칠고 깊은 풍미는 ..

Harmonium, 2004

Harmonium 2004 Firriato Italy, Sicily Nero dAvola 100% 난생 처음 시실리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처음 마시는 와인은 꽤 부담스럽다. 마셨을 때 너무 맛이 좋다면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고 흥분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분이 상하고 가격부터 따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와인은 매우 견고하다. 예상보다 빨리 마신 탓도 있지만, 디켄팅을 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일 게다. 하지만 견고한 틈 사이로 싱그러운 과일향과 묵직한 바디감은 좋은 와인을 가지는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특히 Nero dAvola라는 품종도 처음이고 시실리 와인도 처음이었다. 이 사실도 아주 오랜만에 와인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한 달에 두 세 번 이상 와인을 마시지만, 최근 1년 정도..

Bourgogne Chardonnay Vieilles Vignes 2005, Albert Bichot

Bourgogne Chardonnay Vieilles Vignes 2005 Albert Bichot, France 가끔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 대형할인마트에서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와인 전문 샵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은지. 그런데 이런 대답이면 어떨까. 와인마다 틀리다고. 작년에 갔던 양천구에 위치한 어떤 와인샵에서는 내가 자주 가는 강남의 어느 와인샵보다 가격을 10% 정도 비싸게 받고 있었다. 가끔 어떤 와인 경우, 몇 만원까지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똑같은 와인을 어느 와인 샵에서는 30% 세일가격에 판매하고 어느 와인샵에서는 정상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와인샵이나 시중 와인 전문 샵에서는 와인의 보관에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에 비싼 와인을 구입할 때..

Marques De Elche, Reserva 2001, Spain

Marques De Elche, Reserva 2001 Monastrell, Alicante, Spain 와인을 즐겨 마신 지 2년이 되었다. 제작년 이맘때쯤, 소주, 맥주, 양주까지 마신 상태에서 입가심으로 마신 프랑스 1999년산 생-에스테프 와인에 빠진 이후, 거의 매주 1병씩 마셨다. 혹자는 와인이 매우 비싼 취미라고 하지만, 자신의 경제적 처지에 맞게 소비하고, 저렴한 와인들 속에서 보물 찾기를 한다면, 한 달에 몇 만원으로도 가능한 취미이다. 다만 가격이 좀 높은 와인을 마실 기회가 적어지지만 말이다. 이 와인은 암스테르담의 스피치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하였다. 세일 가격인 6유로 정도 주고 구입한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스페인에서는 4~5유로에, 미국에서는 6달러에 구입할..

Chateau Godeau, 2003, Saint Emilion Grand Cru

Chateau Godeau 2003, Saint Emilion Grand Cru 얼마 전 롯데백화점 세일 기간 중에 운 좋게, 저렴한 가격에 구한 와인이었다. 솔직히 Grand Cru 등급 와인에 길들여지면, 경제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신대륙 와인이 제 아무리 과일향이 풍부하고 좋다고 하더라도, 프랑스나 스페인 와인을 따라오려면 한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와인, 풍부한 과일향으로 입 안을 가득 자극하면서 부드러운 피니시를 자랑한다. 멜롯 75%에 카베르네 쇼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적절히 브랜딩한 와인으로 Grand Cru 등급의 와인들 중에서 다소 저렴한 편에 속한다. 세일 기간 중 이벤트 와인으로 나왔으며 약 20,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실제 판매 ..

Chateau Reysson, 2003

Chateau Reysson, 2003 크뤼 부르조아 슈페리어 등급 치고 제법 싼 가격이었다.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좋았다. 중량감이 느껴질 정도의 무거움을 추구하는 나에게 이 와인은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미디엄 바디라고 하나, 더 가벼운 느낌이다. 하지만 이 가벼움은 와인 특유의 향으로 감싸져, 기분을 좋게 만든다. 와인 샵 가격은 3만원 대 초반이며, 와인바에서는 6만원 이내로 마실 수 있다. 프랑스 보르도 오메독 지역의 와인이면서, 크뤼 부르조아 슈페리어 등급을 이 정도 가격에서 맛볼 수 있는 것도 드물지만, 마신 후에는 적절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종종 마트에서 2~3만원대에서 크뤼 부르조아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이때는 놓치지 말고 구입해서 마시길. 와인샵에..

Marques de Caceres 마르께스 드 까세레스 크리안자

스페인 와인 특유의 묵직함과 약간 거친 듯하면서도 깊은 탄닌향을 맛볼 수 있는 근사한 와인이다. 와인샵이나 마트 와인 코너에서 약 3만원대 이하로 구할 수 있는 와인으로 이 가격대의 신대륙 와인(미국, 칠레)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로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은 없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더구나 2003년도 빈티지. 구입: 홈에버 월드컵점 가격: 24,000원 강력하게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