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97

루시언 프로이드, 조디 그레이그

루시언 프로이드 Lucian Freud 조디 그레이그(지음), 권영진(옮김), 다비치 설마 이렇게 책이 끝나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 첫 장부터 끝날 때까지 저자는 각오한 듯이 루시언 프로이드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말하기로 작정했다. 루시언 프로이드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루시언 프로이드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큰 오산이다. 도리어 이 책을 읽음으로 루시언 프로이드를 좋아하는 현대 미술가의 목록에서 지우게 될 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의 인품이나 성격과 그의 작품을 동일시한다는 사실을 안다. 가끔 어느 전시회에서 어떤 작품을 보고 난 다음, 그 예술가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나는 이 장..

평행과 역설, 다니엘 바렌보임, 에드워드 사이드

평행과 역설 Parallels & Paradoxes 다니엘 바렌보임, 에드워드 사이드(지음), 장영준(옮김), 생각의 나무 (현재는 마티에서 출간된 것으로 구할 수 있다. 역자도 바뀌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작년 내내 띄엄띄엄 읽었던 바렌보임과 사이드과의 대화를 담은 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랍인(팔레스타인이 고향인) 에드워드 사이드. 이 둘의 대화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떠올리면, 종교라든가 인종 갈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은 세계 2차 대전의 희생자로서의 유대인에 대한 서구 사회의 일종의 책임감, 죄의식 등이 뒤섞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졌..

인생, 예술, 윤혜정

인생, 예술 윤혜정(지음), 을유문화사 살짝 궁금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거의 가지 못했다. 미술 잡지도 거의 사지 않으며 미술 관계자와 만날 일도 없었다. 하지만 미술, 아니 예술은 내 삶의 일부다. 내가 마음의 안식을 얻는 곳은 늘 예술이 있는 장소이거나 공간이다. “미술관은 탐색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많은 진실에 둘러싸인 하나의 진실이다.” - 마르셀 브로타에스(20쪽)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 1924 -1976)는 벨기에의 현대 시인이자 미술가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나,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뒤늦게 회고전을 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 현대 미술사에 큰 자취를 남긴 개념미술가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마흔이 되어 미술계로 뛰어들었다. 더 이상 ..

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예술과 풍경 The Pursuit of Art: Travels, Encounters and Revelations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지음), 김유진(옮김), 을유문화사 “모든 화가는 자기 자신을 그린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속 48킬로미터로 달리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좋은 회화와 나쁜 회화를 구분할 수 있다." - 케네스 클라크 빠르게 책을 읽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었다(이건 내 기준일테니,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구나). 마틴 게이퍼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 평론가이면서 데이비드 호크니나 루시안 프로이드와 같은 현대 예술가들의 친구이다(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로 책을 몇 권 내었다). 이미 몇 권의 책들이 한글로 번역 출판되어, 현대 예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손열음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손열음(지음), 중앙books 지금은 구독하지 않는 주간지에서 손열음의 칼럼을 읽으면서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했다. 꾸미지 않은 담백한 문장은 그녀를 처음 만나더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할까. 음악가(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콘스트 피아니스트')가 쓴 음악(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그런지 음악 평론가나 애호가가 쓴 책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할까, 흥미롭다고 할까. ** 그렇다면 상대 음감이란 무엇인가? 제일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절대음감의 반대가 상대음감이다. 한마디로 절대음감이 없는 상태. 절대음감의 소유자가 1만 명 중 하나라는 통계가 맞다면 상대음감은 1만 명 중 9999명이라는 소린데 …. 그렇다면 이것은 아무나 다 가지고 있는..

발상의 전환, 전영백

발상의 전환, 전영백(지음), 열림원 책을 다 읽었으나, 메모를 하거나 리뷰를 하지 못한 책이 여럿 된다. 이 책도 그 중의 한 권이다. 올해 초에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예전 노트를 꺼낼 일이 있어 보다가 이 책을 읽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이젠 뭘 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책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일까, 아니면). 개인이 겪는 상실의 아픔, 사랑과 그리움, 내면의 고통과 불안, 그리고 지극히 사적인 신체적 경험과 그 감각, 그리고 작가의 손에 관하여 미학으로는 미술작업에서 경험하는 관조와 사색, 개입과 참여, 몰입과 침잠, 그리고 포스트모던 아트가 추구하는 주체의 체험과 감각에 대하여 문화에서는 문화번역의 문제, 국가주의와 다른 진정한 문화적 특징에 관한 모색,..

히에로니무스의 수수께끼, 세스 노터봄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수수께끼 세스 노터봄(지음), 금경숙(옮김), 뮤진트리 최초의 인간들이 느낀 지복 뿐만 아니라 불안과 혼란도 숱하게 표현된 그 그림들에서 미래가 보이는가? 보스 자신은 그 어떤 말도 없이, 그림만 남겨놓았을 따름이다. 그의 자취야 토지 대장과 문서, 매매 서류에 남아 있지만, 그는 자신의 예술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 눈에서 사라진 한 남자는, 눈에 보이는 그 많은 것들 뒤에 어떤 것도 남기지 않았다. (21쪽) 일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다. 살짝 어정쩡한 위치의 이 수필집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나 분석이 나오지 않고(세스 노터봄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스 노터봄은 짧고 담담하게 보..

어제 온 책 두 권, 에릭 사티와 데릭 저먼 사이의 예정된 독서

바다 건너 책 두 권이 왔다. 한 권은 에릭 사티Erik Satie의 A Mammal's Notebook. 다른 한 권은 데릭 저먼Derek Jarman의 Modern Nature. 다재다능했던 에릭 사티는, 어쩌면 우리에게 알려진 것 이상으로 매력적인 사람일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끌리는 탓에 그의 글을 읽고 싶었다. 이 책에는 에릭 사티의 악보나 짧은 글 뿐만 아니라 메모, 그림, 카드 등 이것저것 다 들어있다. 이 책은 십수년 전부터 구입하려고 아마존 위시리스트에 올려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더 늦게 결정하면 절판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샀다. 아, 그리고 데릭 저먼!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미술 관련 기사였다. 해외의 어느 미술관계자가 자신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미술 관련 책으로..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 신시아 프리랜드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신시아 프리랜드(지음), 전승보(옮김), 아트북스, 2002 이 책은 현대 미술, 그리고 현대 미술에 대한 여러 이론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요약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종종 나는 신시아 프리랜드의 입장과는 다른 입장에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녀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 글은 각 챕터별로 중요한 점만 이야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더 중요한 이야기도 있을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이 글은 매우 편파적이다. 빌 비올라라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있다. 비디오 아트를 이야기할 때, 백남준과 함께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예술가이다. 몇 해 전 국제 화랑에서 전시를 한 바 있는 그의 작품은 맨 마지막 챕터에 있지만, 이 책..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Die Kulture der Renaissance in Italien 야코프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 안인희(옮김), 푸른숲 청춘은 아름다워라.그러나 쉽게 날아가버리네!즐거운 사람이여, 즐거워하라 내일은 아무 것도 확실치 않으니 Quanto e' belle giounezzaChe si fugge tuttavia!Chi vuol esser lieto, sia:Di doman non c'e' certezza - 로렌쪼 일 마니피코(Lorenzo die' Medici) 굳이 내가 이야기하기 않아도 이 책은 너무 유명하다. 문화사나 예술사가 학문의 주류로 등장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책이며, 역사 서술에 대해 있어 새로운 방식을 선 보였으며, 이탈리아 르네상스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