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283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지음), 휴머니스트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군사력이므로,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한 때 같은 나라였으므로 정치적, 외교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짧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근 세계사나 지리, 혹은 지정학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유튜브로 볼 수 있는 삼프로TV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투자방송이나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인문학적 배경이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방송들을 편성해 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추천한다!) 삼십 대 후반 약 이 주 정도 이스탄불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도시는 중세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한 쪽으로는 상당히 낙후되..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예정된 전쟁 Destined for War -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지음), 정혜윤(옮김), 세종, 2018년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 투키디데스 인간사를 다루는 철학자, 법학자, 사회과학자들을 내내 괴롭혀온 주범은 바로 그 원인의 복잡성이다. (15쪽) 이 복잡성으로 인해 우리는 문제를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이를 분석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동시에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알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앞을 가로막는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 우연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몰락하고 말 것이다. 인류는 예측..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지음), 송태욱(옮김), 자음과모음 재미있게 읽었다. 의외로 금방 읽을 수 있다. 일본 학자의 책들은 의외로 쉽고 명쾌하게 읽힌다. 가라타니 고진도 마찬가지이고 사사키 아타루도 그렇다. 이와 반대로 한국 학자들의 책은 상당히 어렵고 난해하며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나조차 어렵다. 실은 쉽게 씌여진 책은 너무 뻔한 이야기만 적고 있어 시간이 아깝고 깊이를 가진 듯한 책은 이 학자는 자신도 알고 쓴 것일까, 그 스스로도 이 단어나 이 개념을 제대로 알고 쓴 것일까 되묻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한국 학자가 쓴 책에는 손을 대지 않고 번역서에만 손이 갔다. 다만 이건 내가 한창 공부할 때이니, 지금 나오는 책은 어떤지 잘 모른다. 최근 읽은..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Entropy 제레미 리프킨(지음), 이창희(옮김), 세종연구원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제 1법칙), 엔트로피의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제 2법칙) - 50쪽 그리고 고전 경제학 이론대로 하다가는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165쪽 대학 때부터 이 책을 알고 있었으나, 이제서야 완독했다. 너무 뒤늦은 독서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 시절엔 어떤 이유에선지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과학책도 아니고 철학책도 아니며 그렇다고 경제서적도 아니다. 그러나 물리학 법칙에서 시작해 고전물리학을 비난하고 근대 기계론자들-베이컨, 데카르트, 로크, 애덤 스미스 등-을 엄청 공격한다. 뉴턴 물리학을 부정하며(‘뉴턴 물리학은 운동하는 죽은 물질을 순수한 양으로 다..

돈의 정석, 찰스 월런

돈의 정석 Naked Money 찰스 월런(지음), 김희정(옮김), 부키, 2020년 이 책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화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제 현상에 대한 교양 서적이다. 특히 2008년 미국 금융 위기(한국은 큰 영향이 없었으나, 미국은 1929년부터 1939년의 경제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었으며, 그 당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의장인 벤 버냉키(Ben S.Bernanke)가 경제대공황을 전공한 경제학자여서 다행이었다는 언급이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할 정도이니,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중요성,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여러 나라의 경제 상황을 이야..

고래가 가는 곳, 리베카 긱스

고래가 가는 곳 Fathoms: The World in the Whale 리베카 긱스Rebecca Giggs (지음), 배동근(옮김), 바다출판사 고래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샀다. 고래의 삶, 일생 같은 게 궁금했다. 그리고 그 일부를 알게 되긴 했지만, 책 대부분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고통받는 고래의 모습과 환경 오염 이야기뿐이었다. 20세기 후반 후기구조주의라든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의는 우리를 르네상스 이후 인간의 오만함, 바로크적 근대주의에 대한 반발,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이끌었다면, 최근의 인문학적 논의는 철학적인 견지를 넘어서 실제 우리 문명, 문화, 일상생활의 문제, 가령 환경 오염이나 기후 위기, 경제적 불평등이나 정치적 갈등으로 우리를 유도한다. 그리고 이 책 또한 고..

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제이머 헌터

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Not To Scale 제이머 헌트Jamer Hunt(지음), 홍경탁(옮김), 어크로스 환경주의자들의 진언.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243쪽) 스케일(scale)을 ‘사물을 측정하거나 비교하는 체계로 사용되는 숫자의 범위’라고 책에선 설명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규모'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이 단어는 '저울, 또는 저울의 눈금이나 비례나 지도의 축척'을 뜻하기도 하며, 음악에서는 ‘음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측정 기준이나 등급'을 뜻한다. 이 책에서 '숫자의 범위'라고 설명한 이유는 측정 기준 안에서는 우리는 알 수 있고 이 범위나 기준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측정하지 못해, 알 수 없게 되는 상황을 ..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콘웨이

다가올 역사, 서양문명의 몰락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콘웨이(지음), 홍한별(옮김), 갈라파고스 제목만 본다면 영락없는 문명사 책이지만(그래서 나도 샀지만), 문명사 책이 아니다. 서양 문명의 몰락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이 책은 서양문명(1540-2093)이 몰락한 지 300년이 된 시점에, 계몽의 후손이라 불리던 이들이 대체 왜, 어떻게 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확실한 정보와 앞으로 펼쳐질 재앙에 대한 지식을 갖고도 대응하지 못했는지를 파고든다. (11쪽) 기후위기에 대한 가상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고 중앙집권 국가가 다시 등장해 이 위기를 겨우겨우 수습해나간다는 이야기다. 짧지만 강렬하고 냉소적이다. 그러나 조금 더 과격하게 표현하면 더..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The Conscience of a Liberal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지음), 예상한, 한상완, 유병규, 박태일(옮김), 현대경제연구원BOOKS, 2008년 ‘미래를 말하다’라는 번역서의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이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지 않고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어떤 조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대신 이 책을 통해 지난 약 백 년간의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와 이로 인해 심해진 경제적 불평등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사회도 미국 사회와 비슷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08년도에 번역 초판이 나오고 2009년에 나온 32쇄본이다. 엄청 팔린 책인 셈이다. 폴 크루그먼의..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윌리스 파울리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Rimbaud and Jim Morrison: The Rebel as Poet 월리스 파울리 Wallace Fowlie(지음), 이양준(옮김), 민미디어, 2001년 듀크대학의 불문학 교수인 윌리스 파울리는 랭보를 사랑했던 짐 모리슨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락스타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파리에서 시인을 꿈꾸었던 짐 모리슨을, 자신이 평생을 읽고 연구했던 프랑스의 시인 랭보와 비교하면서. 그래서 이 책은 랭보 소개서라기 보다는 짐 모리슨에 더 시선이 가지만, 나에게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파울리 교수가 랭보의 시편에 대해 설명하던 챕터였다. 솔직히 그 동안 랭보에 대한 많은 글들-한글로 된-을 읽었으나, 윌리스 파울리 교수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랭보가 가장 흥미진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