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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지음), 송은주(옮김), 민음사 




결국은 울고 말았다. 소설 끄트머리에 가서, 오스카와 엄마가 아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비극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TV 방송 뉴스 채널로 가보라. 모든 뉴스들이 현대판 비극들로 도배되어 있다. 뉴스 앵커나 기자들은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인양, 무미건조한 어조와 '이건 진짜야'라는 눈빛으로 또박또박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오스카는 아빠를 찾아나선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아빠를. 



첫 번째 메시지. 화요일 오전 8시 52분. 누구 있니? 여보세요? 아빠다. 있으면 받으렴. 방금 사무실에도 전화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는구나. 잘 듣거라, 일이 좀 생겼어. 난 괜찮다. 꼼짝 말고 소방수가 올 때까지 기다리래. 아무 일 없을 거다. 상황을 좀 더 알게 되면 다시 전화하마. 그냥 아빠는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전화했어. 곧 다시 걸게. 


아빠로부터 네 개의 메시지가 더 와 있었다. 9시 12분, 9시 31분, 9시 46분, 10시 4분에. 나는 그것들을 듣고 또 들었다. 무엇을 해야할 지, 아니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어떤 기분이 들어야 할지 미처 알 겨를도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10시 22분 27초였다. 

발신자 번호를 봤다. 아빠였다. 

- 35쪽 ~ 36쪽



소설은 어수선하고 수다스럽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아홉살 꼬마 오스카에겐 모든 것들이 호기심의 대상이자, 그리움의 대상이다. 사진들이 나오고 문장들마저 조각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설 작법으로 비극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고 빙빙 둘러가는 과정을 반영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빙빙 둘러, 오스카를 따라가며 9월 11일을 아주 천천히 떠올리며, 그 사건 한 복판에 있었던 어느 가족의 슬픈 이야기를 소설 결말부에 가서야 비로소 마주한다. 


소설에 대한 형식적 파괴, 또는 실험적인 변화가 작품 속 깊숙히 들어가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스토리와 형식은 하나의 형태를 지니며,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원하지 않던 비극과 그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가족의 노력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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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 다비드 - 수직형 무허가 거주 공동체

Torre David: Informal Vertical Communities

알프레도 브릴렘버그 등 저, 김마림 역, 미메시스






이 책은 토레 다비드(Torre de David(the Tower of David), Centro Financiero Confinanzas)라는, 금융위기로 미완성된 초고층 빌딩이 어떻게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의 거주지가 되었고, 이 건물이 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수행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기록하고, 어떻게 발전해나갈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베네주엘라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초고층 건물에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모습은 위험천만한 일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이 수직형 무허가 거주 공동체는 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토레 다비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요소 중의 하나는 무엇보다도 바로 공동체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공통 기반은 거주자들의 종교적인 제휴를 넘어서서 같은 목적을 공유한다는 기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토레 다비드의 공동체는 보다 진보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또한 그 공동체가 운영되는 데 있어서 행정적인 실패 등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지속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 번성했던 공공 집단들과 달리, 토레 다비드는 어떤 정권이나 체제 혹은 생활 방식에 대한 반감이나 저항을 바탕으로 생겨난 공동체가 아니다. - 365쪽 











2014년 7월 22일, 베네수엘라 정부는 토레 다비드에 거주하는 이들 중 72%를 이주시켰고 2015년 4월 현재 28%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나머지 이들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entro_Financiero_Confinanzas)


이 책은 건축학 서적이면서 사진집이고, 공동체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 연구를 담고 있는 인문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딱딱해 보일지 모르나, 공동체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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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유적이란, 비-현실적이다. 마치 만화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 앞에 나타나서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일상 속으로 들어오지만, 기억에 남지 않고 현실과는 무관하거나 반-현실적이다. 가야 시대의 고분 위로 나무 하나 없는 모습을 보면서 관리된다는 느낌보다는, 신기하게도 나무 한 그루 없구나, 원래 묘 위엔 나무가 자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생각은 논리와 경험을 비껴나간다. 그 당시 인구수를 헤아려보며 이 고분을 만들기 위해 몇 명의 사람들이 며칠 동안 일을 했을까 생각했지만, 이 역시 현실적이지 못했다. 


자고로 현실은 돈과 직결된 것만 의미할 뿐, 나머지는 무의미했다.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20대 때 알았더라면, 나는 돈벌기에 집중했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이 점에서 진화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그러나 불편하기만 한 비밀을 알려준 셈이다. 


여름휴가다. 





사람들은 바다로 들어갔지만, 해변 근처만 얼쩡거릴 뿐, 깊은 바다로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아예 걸어다녔다. 바닷물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은 좋았지만, 그건 떠있다는 기분보다는 내 눈높이로 낮은 파도가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파도는 햇살을 머금고 소리를 내며 내 눈 앞까지 와서 사라졌다. 그러고 보면 내 눈 앞에서 사라진 것들은 참 많았다. 사라진 것들의 목록을 적고 싶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 그것들이 걸어나와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는 기억되지만, 실현되지 않고 개념은 절대로 개별화될 수 없다. 






아들에게 공룡발자국을 설명해주었지만, 그에겐 너무 어렵거나 너무 낯설거나, 무서운 것이었다. 공룡은 사라졌고 흔적으로만 남았다. 가끔 우리의 영혼이 분자, 원자 따위까지 쪼개질 수 있다면, 그것들이 공기 속에서, 혹은 시간에서 서로 연결되어 사유할 수 있다면, ...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던 사이에 아들은 저 멀리 뛰어가기 시작했다. 해변을 따라 나있는 나무 산책로는 아이가 뛰기엔 다소 위험해보였고, 아마 이 사소한 위험이 그를 자극했을 것이다. 





여름휴가 때마다 도서관으로 가던 버릇은 여전해서 휴가 마지막 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원래 계획은 휴가지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지만, 그건 너무 사치스럽고 공허하기만 한 상상일 뿐이다. 


요즘 자주 내일이 두렵고 무섭다. 내가 그토록 증오하던 사십대가 되었고 사십대가 되자 무력하기만 한 나를 보고 있을 수 조차 없다. 그런데 아마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애초에 이 나라의 시스템이 잘못 설계되거나 사소한 설계 변경들이 모여 문제 해결력은 커녕, 장애 처리에서만 모든 자원이 소비되기에 이르렀다. 시스템의 문제이니,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시스템을 설계하고 도입한 자들은 이미 없고 그걸 운용하는 이들은 경험 없는 초짜들이거나 낙하산들이다. 아니면 그렇게 스스로를 포장하고 언론들이 뒷받침해준다. 언론들은 연일 정부를 비난하지만, 그 비난도 계산된 정치적 타협일 뿐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을 게다. 


여름휴가를 다녀왔고 여름휴가가 끝났다. 난생 처음 모든 이들이 가는 7월말 8월초에 휴가를 갔다왔다. 어느새 나는 지워졌고 그 자리에 가족이 자리잡고 있었다. 


휴가를 떠나기 전 로또 한 장을 구입했는데, 5등도 되지 않았다. 뭔가 운 좋게 당첨된다면 ... 참 좋을 텐데, 아마 모든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겠지. 실은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삶이 개선되거나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현대 자본주의는 그렇지 못하다. 마치 르네상스에서 중세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랄까. 소란스럽게 세속화에 열광하며 계량적 가치와 도구에 맹목적인 믿음을 가졌던 근대인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할까. 


토니 주트의 <<20세기를 생각한다>>를 휴가 내내 읽을 계획이었나, 겨우 몇 장 읽었을 뿐이다. 다만 그의 놀라운 시각은 20세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한국은 파시즘 국가에 가깝고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파시즘의 메시지임을 알게 되었다. 파시즘 정당은 하층 계층의 미묘한 심리을 자극하여 지지를 얻고 확고한 신념이나 주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태도만 공유할 뿐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정당도 여기에 속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는 마르크주의를 억지로 연장시키는 것일 뿐, 마르크스와는 별 관련없다. 유태인이 20세기 초 유럽에서 희생당한 것은 유태인들만의 커뮤니티를 고수하면서 정치 권력에는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 동시에 그 당시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독일어를 구사하던 그들이 도리어 희생되었다는 아이러니. 그리고 홀로코스트를 현대 이스라엘은 아주 흥미롭게 정치전략에 결부시켜서 미 유태인 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은, 아마도 토니 주트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피곤하다. 집에 오자마자 몇 시간 낮잠을 잤고 다시 잠자리에 들 것이다. 마음은 어수선하고 내일은 무섭다. 달리기를 해야 하고 무조건 1등을 해야만 한다. 사십대에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이십대엔 몰랐다. 이제 오십대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조만간 리뷰를 써서 올리겠지만, 강력 추천한다. 일종의 20세기 지성사, 사상사가 될 법한 이 책은 20세기를 리뷰하면서 현재를 다시 읽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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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뜨아 2015.08.11 17:19 신고

    와. 글을 참 멋지게 잘쓰시네요~
    저책을 장바구니에 살며시 담긴했는데.... 읽기는 쉬울려나 모르겠습니다.

    • 지하련 2015.08.12 22:59 신고

      책은 무척 재미있습니다. 전문적인 연구서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강연을 책으로 옮긴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읽기 어렵진 않습니다. 다만 한 세기를 여기저기 오가며 서술되기 때문에 문맥을 따라 읽는데, 다소 어려움을 느낄 순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있지만, 매우 천천히 읽게 되더군요. 벌써 한 달째 잡고 있습니다. 뭐, 읽은 시간도 그리 많지 않지만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


그저 좋은 사람 (원제: Unaccustomed Earth 길들여지지 않는 땅)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박상미 옮김), 마음산책 





출처: http://www.telegraph.co.uk/culture/books/10304137/The-Lowland-by-Jhumpa-Lahiri-review.html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이 헬레니즘(Hellenism) 시대였으니, 이 시기는 고향을 떠나 바다 건너 도시로, 전 세계가 고향이 되거나 고향이 사라진 때였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한다'는 이율배반적 싯구가 역사 최초 등장한 시기였으며, 전쟁으로, 혹은 폭정으로 몰락하는 도시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시를 향해 떠나던 시기였다. 젊은 알렉산드로스 3세가 길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고 사랑은 없고 사랑하는 나만 있었던 시대였다. 어디서 왔는지 묻지도 말고 사랑하냐고 좋아하냐고 묻지 말고 그저 하룻밤을 보내던 연인들의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시대가 다시 도래했으니, 바로 20세기 후반 이후의 우리 시대다.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익히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그녀의 소설을 읽었다. 그녀는 미국인인가, 영국인인가, 인도인인가? 아니면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건가? 깨진 도자기 파편이든지 집터의 흔적이든, 역사적 기록이 가능한 이래, 한 번도 코스모폴리탄을 경험한 적이 없었던 한국 사람들은, 한국 독자들은 줌파 라히리가 던지는 메시지를 알기나 할까? 


나는 이 소설집을 아주 길게, 혹은 띄엄띄엄, 이미 지쳐버린 사무실의 텅빈 점심 시간에, 하루에 꼭 두 번씩 정지했으면 하고 바라는 지하철 안에서, 외로워 마시는 술 한 잔이 목을, 위를, 온 몸을 적실 때마다 더 외로워지는 술자리에서, 나와 피부색이 다른, 아빠나 엄마 한 쪽이 동남아나 아프리카계인 소년, 혹은 소녀가 소설가가 되어 문단의 화려한 조명을 받는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 순간은 언제쯤 올 것인가. 많은 독자들이 열광하며 따르는 시대는 올 것인가.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 한국은 참 절망적인 곳이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들은 단정하고 예의 바르며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다. 어쩌면 모든 위대한 소설이 다 그러할 것이다. 읽으면 아프지만, 다 읽고 나면 '그래, 우리 삶이, 내 삶이 이렇지', 되뇌이게 된다. 


이 단편집은 미국에서 살아가는 인도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다. 그런데 '이민(immigration)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는다.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이 빠진다면, 평범한 미국인들의 가정 이야기다. 그렇다. 어디에서나 살아가는 건 똑같다. 줌파 라히리는 이렇게 보편성을 끄집어 내며,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랑하지만,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헤어짐은 있으나,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이별이거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최선을 다해 서로를 아낀다. 각자의 방식이 다르겠지만, 다르다는 건 축복이다. 갈등이 있고 오해가 있고 사건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지나가는 바람일 뿐, 서로 마주 잡은 손을 놓치지는 법은 없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같은 땅 위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영원히 길들여지지 않을 그런 땅 위를 말이다.


오랜만에 참 좋은 소설을 읽었다.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쓰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다. 계속 노력했다면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래, 용기가 없었다. 어쩌면 내 인생이나 네 인생이나 똑같아라는 말을 하기 싫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줌파 라히리의 인터뷰는 글을 쓰는 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해준다. 




출처: http://blog.naver.com/lesliepak/220067661295 (번역해주신 에게해님께 감사하며)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저 | 박상미역 | 마음산책 | 2009.09.0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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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꾸는바보 2014.12.13 08:58 신고

    이베이에서 파는 75센트하는 중고책 구입해서 읽고 있는데요..첫번째 이야기부터 예사롭지 않네요. 첫소설로 퓰리처상 받았다는게 이해가 됩니다.

    • 지하련 2014.12.15 11:09 신고

      아, 이베이! 이베이에서도 중고책을 파는군요(당연한 이야기지만). 영어로 읽으면 더 좋을 것같아요. 뭐랄까 편한 영어를 사용할 것같아요. 이창래의 소설을 영어로 읽으려다 포기한 경험이 있는 저로선. ㅜㅜ;;;
      줌파 라히리의 다른 소설도 읽을 계획인데, 밀린 책들이 너무 많아서 아마 내년 여름은 되어야 할 것같아요. ㅡ_ㅡ;;

남자 삼대 교류사 - 8점
박유상 지음/메디치미디어



남자 삼대 교류사

박유상(지음), 메디치 



나이 마흔에 아들을 얻었다. 늦어도 이렇게 늦을 수가 없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니, 준비가 되었을리 만무하다. 모든 게 낯설고 힘들다. 한 해 한 해 나는 나이가 들 것이고 주름이 늘 것이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아들이 야구를 하자거나 축구를 하자고 했을 때, 내 나이는 쉰을 넘길 것이니, 내가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을 테고 ...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신문을 읽다,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 아버지 - 아들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남자들의 교류사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을 가졌던 터라, 이 책은 내심 반가웠다. 못난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읽어야 겠다 여겼다. 


하지만 책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거나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 기대란, 아버지가 된다는 것, 한 가정을 이끈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혹은 안내)와 그에 따르는 사례를 기대했는데, 이 책엔 사례만 나오기 때문이다. 


사례만 나온다고 해서 이 책을 폄하할 순 없다. 그 이유는 사례로 나온 윤여준(현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집안의 가풍이 충분히 모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민주주의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대화와 타협, 협상 역시 어려서부터 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의 권위가 실추되거나 어른의 위치가 상실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아내나 아이들은 그와 가장 먼저 의논한다. 그러면 여준은 상대의 의견을 먼저 묻고, 그 의견이 옳으면 지지하고 부족하면 지적한다. 이런 것이 넓게 보면 공론을 만드는 과정이며, 의견 수렴의 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106쪽) 



그 결과, 책은 일종의 가족사에 머물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윤씨 가족을 통해 우리는 바람직한 아버지 상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아들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끔 도와주며, 귀담아 들어주고, 성실, 신뢰와 같은 삶의 기본적인 태도에 방점을 찍는 것. 그리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여 모범을 보여주는 것.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런 연유로, 윤여준 이사장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많은 이들이 찾는 정치인이 된 것일게다. 그리고 그런 그도 그의 아버지에게서 좋은 가르침을 받았던 것일 테고. 


집안에 책이 가득하고 책을 읽는 아버지의 모습을 늘 보여주는 것.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바를 먼저 실천해 보이는 것. ... 이 책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나온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책인 셈이다. 


다만 그것이 현재 정치 한복판에 서있는 어떤 이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소 걸리긴 하지만, 반대로 이 책을 통해 한 인물의 됨됨이가 그의 아버지에게 얼마나 많이 기대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족) 매일 격무에 시달리고 회식에, 접대에, 밤 늦게 들어가 아이들 얼굴 보기도 힘든 한국의 직장인 아빠들에게 이 책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주말에는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 결국 한국 기업에 다니는 아빠들의 현 주소가 먼 미래의 한국까지도 결정짓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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