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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우리 일상이 건축을 결정짓는 걸까, 아니면 건축이 우리 일상을 결정짓는 걸까. 


대구에서 개인적 공간이 희박한, 하지만 오래전엔 자연스러웠던, 공동체적 가치를 가졌던 건물을 보고 .. 

그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건축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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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 다비드 - 수직형 무허가 거주 공동체

Torre David: Informal Vertical Communities

알프레도 브릴렘버그 등 저, 김마림 역, 미메시스






이 책은 토레 다비드(Torre de David(the Tower of David), Centro Financiero Confinanzas)라는, 금융위기로 미완성된 초고층 빌딩이 어떻게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의 거주지가 되었고, 이 건물이 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수행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기록하고, 어떻게 발전해나갈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베네주엘라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초고층 건물에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모습은 위험천만한 일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이 수직형 무허가 거주 공동체는 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토레 다비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요소 중의 하나는 무엇보다도 바로 공동체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공통 기반은 거주자들의 종교적인 제휴를 넘어서서 같은 목적을 공유한다는 기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토레 다비드의 공동체는 보다 진보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또한 그 공동체가 운영되는 데 있어서 행정적인 실패 등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지속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 번성했던 공공 집단들과 달리, 토레 다비드는 어떤 정권이나 체제 혹은 생활 방식에 대한 반감이나 저항을 바탕으로 생겨난 공동체가 아니다. - 365쪽 











2014년 7월 22일, 베네수엘라 정부는 토레 다비드에 거주하는 이들 중 72%를 이주시켰고 2015년 4월 현재 28%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나머지 이들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entro_Financiero_Confinanzas)


이 책은 건축학 서적이면서 사진집이고, 공동체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 연구를 담고 있는 인문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딱딱해 보일지 모르나, 공동체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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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건축 - 상 - 10점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다빈치

 

 

 

 정통 현대건축의 금욕적인 표현에 건축가들이 이제 더는 주눅들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순수한 것'보다는 이것저것 뒤섞인 혼성품이, '정확하고 깔끔한' 것보다는 적절히 타협한 것이, '쉽고 단순한' 것보다는 한 번 비튼 것이, '분명하게 표현된' 것보다는 애매한 것이, (... ...)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보다는 관습적인 평범한 것이, 배제하는 것보다는 수용하는 것이, 혁신적이면서도 남겨진 흔적을 지닌 것이, 직접적이고 명쾌한 것보다는 모순에 가득 차 있으며 불분명한 것이 좋다. 나는 명확한 통일감보다는 너저분해도 생동감 있는 것을 중시한다. 나는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이중성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나는 의미가 명료한 것보다는 의미가 풍부한 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기능만큼이나 내부에 감춰진 기능이 좋다. 그리고 둘 중 어느 하나를 고르기보다는 둘 모두를, 즉 흑이냐 백이냐 선택하기보다는 흑과 백 모두, 때로는 회색을 택한다.

- 로버트 벤투리, "건축의 다양성과 대립성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1966) 중에서 (<<내 마음의 건축>>, 상권 67쪽에서 재인용)

 

 

 

출처: http://www.paperny.com/venturi.html

 

 

1월에 읽은 책을 이제서야 블로그에 옮긴다. 하지만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 상하권으로 나누어진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내 마음의 건축'은 잔잔하고 서정적이면서도 현대 건축이 우리에게, 혹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어느 새 우리 주변에는 딱딱하고 건조하기만 한 건물들로 빼곡하게 둘러쳐져 있다. 획일화된 아파트들, 사무용 빌딩들, 도시는 딱딱해져가고 사람들은 대화보다 침묵을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 풍경의 일부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풍경과 건축은 별도의 영역을 가지며, 즉물적인 풍경마저도 도시 안에선 무의미하게 방치되었다.

 

이런 세태에, 요시후미의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우리가 생활하는 - 잠 자고 먹고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하고 잠시 앉아서 쉬기도 하는 공간으로서의 건축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해준다. 

 

특히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의 '어머니의 집Mother's House'는 현대 건축, 혹은 기하학적인 공간이 어떻게 우리 일상과 만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요시후미는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을 소개하며 책을 읽고 보관하는 공간에 대해 사색하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향수'에 등장한 폐허가 된 성당 - 산 갈가노 성당 Abbazia di San Galgano 을 찾아가기도 하고, 안동 하회 마을에서 지내면서, 정작 우리는 잊고 지내던 옛 조선 건축에 대해 칭찬하기도 한다.

 

책은 도판을 위해 크고 양장으로 제작되었으나, 글은 짧고 여유로우며 진솔하다. 도판은 풍부해서 저자가 소개하는 물의 다양한 면면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 책 읽기를 권한다.

 

 

 

하권에 대한 리뷰

2012/03/11 - [책들의 우주/예술] - 내 마음의 건축 - 하, 나카무라 요시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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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건축 - 하 - 10점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다빈치

 

 
일요일 아침, 조심스럽게 일어나 서재로 와서 밀린 독서를 하였습니다. 독서가 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제 독서는 가족의 즐거운 일상을 방해하는 이기적인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내에겐 이런저런 수다를 할 남편이 필요하고 이제 겨우 백일이 되어가는 아이에겐 눈을 마주칠 아빠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제 독서란 아주 이기적인 것이지요.

하지만 습관은 어쩌지 못하는 탓에,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내와 아이를 방해하지 않고 일어나는 조심스러움이 일요일 아침의 키폰인트인 셈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이 책은 블로그 이웃이신 하늘바다 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이 책은 상권, 하권, 이렇게 두 권으로 나왔는데, 저는 이 책을, 여행을 가서 자연 풍경보다는 사람 사는 공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나카무라 요시후미도 건축도 그런 것이라 여깁니다. 그런 탓에 찰스 무어Charles Moore의 아래 말을 습관처럼 인용하곤 합니다.


"위대한 건축물을 실감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 건축물 안에서 잠을 깨는 것이다."



기분 탓인지, 상권이 하권보다 나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둘의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이렇게 하권부터 리뷰를 올리는 것은 상권은 지난 1월에 읽었고 하권은 오늘 다 읽은 탓입니다(상권에 대한 서평도 조만간 할 생각입니다만...). 

하권에 소개된 건축물 중에 제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단 가즈오의 집'입니다. 단 가즈오, 일본의 작가인데, 국내에는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일본 문학들 속에서 몇 번 이름만 접한 작가입니다. 단 가즈오에게 집이란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러나 아래로 축 처진 초가지붕 아래 온돌방이 있고 저녁 불빛이 아련하게 새어나오고 온돌방을 데우는 연기가 초가지붕 주위를 감싸며 올라가는 한국 저녁 풍경은 나 같은 타향 사람에게조차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거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예전부터 온돌방 한 칸뿐인 생활에 대해 오래도록 헛된 집착을 가져왔으며 나머지는 부엌과 변소면 충분하다... 복잡한 짐도 없는 그 온돌방 안에서 유유자적 늙어가고 싶은 소망이 있다. 
- <<맛있는 방랑기>> 중에


저도 단 가즈오처럼 그런 집을 꿈꾸지만, 그건 그저 꿈이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물이란 사람과 함께 하는 곳이고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그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정한 건축물이란 그 누구-사람이든 자연이든-도 서로 해하지 않으며 그 사이로 들어가 조화를 이루며 평화를 추구한다고 할까요.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건축물들 모두 그러한 건축물입니다. 


'내 마음의 건축'이라는 제목이 붙여있긴 하지만, 실은 사람이 살고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책이며, 그 공간을 계획하고 만드는 이들에 대한 책이기도 합니다. 하권 마지막에 저자의 후기 속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지나치게 계획성을 추구하지 말 것
- 낙천적일 것 



이 두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마치 모든 것들을 행할 때의 태도라고 할까요. 얼마 전 '혼다 이펙트Honda Effect'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라면 수업 중에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 단어는 비즈니스의 성공이 철저한 사전 시장 조사, 치밀한 전략,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실행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계획된 것을 재빠르게 수정하고 그 때 그 때 환경에 맞추어 학습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혼다 오토바이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죠. 그러니 지나친 계획성은 도리어 우리의 걸음을 늦게 만들 수도 있는 법입니다. 또한 약간 허술해 보이는 계획이라도 낙천적일 땐 그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후기의 저 두 구절이 마음에 와닿은 이유입니다. 

하권의 첫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작업이고, 마지막 건축물은 루이스 칸Louis Kahn의 작업입니다. 그 두 건축물의 사진을 옮깁니다. 루이스 칸의 솔크연구소는 정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http://blog.parisinsights.com/?cat=18
르 코르뷔지에 '사보아 주택'


http://patriciamguevara.blogspot.com/2011/01/salk-institute.html
루이스 칸, 솔크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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