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8

misc. 23.04.11

같은 성당을 다니는 원양 컨테이너선 선장이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에는 컨테이너만 있고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몇 달을 배 위에서, 바다 위에서 보내야 하니, 상당히 건강도 그렇거니와 심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임을 미처 몰랐다. 배에 오르기 전에 이런저런 검사를 받은 후에 오른다고 하니. 저 끝없고 평온한 바다만 보고 나도 저 바다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한때의 바람일 뿐이다. 요즘 역사책과 지리정치학이나 경제학 책에만 손이 가게 된다. 특히 한국 역사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로 서양사 책들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찾으면 아이들을 위한 책이나 중고등학생용이 있을 뿐이다. 아니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 교양 서적이 대부분이다. 좀 깊이 있는 지식..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앨버트 O.허시먼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 Exit, Voice, and Loyalty: Responses to Decline in Firms, Organizations, and States 앨버트 O. 허시먼 Albert O. Hirschman(지음), 강명구(옮김), 나무연필 앨버트 허시먼은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경제학과 정치학 사이의 미묘한 영역으로 들어가, 통찰력 있는 주장을 담은 책들 때문일 것이다(실은 정치학에 가까운 책들이다). 이 책, 또한 경제학과 정치학 모두를 아우르며 모든 조직들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퇴보, 위기 상황 앞에서 그 조직의 고객/구성원/이해관계자들은 어떻게 대응하며 움직이는지, 그 양상들이 ..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지그문트 바우만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그문트 바우만(지음), 안규남(옮김), 동녘, 2013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뒤늦게 읽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2013년에 번역되었으니, 이 무렵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그 동안 나는 이 문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쫓기듯 살아왔다. 어쩌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럴 것이다. 저 거대한 외부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가에 이해가 점차 옅어지고, 관심 마저도 둔해져 하루하루, 혹은 한주한주 벌어지는 회사 일에 치여 멍청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저 세계에서의 사소한 변화가 우리 개개인이 살아가는 이 작고 소중한 일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와 고통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이 책이 씌여..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짐 로저스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짐 로저스(지음), 전경아(옮김), 리더스북 짐 로저스는 조지 소로스가 만든 퀀텀 펀드 출신의 투자가이다. 최근 몇 해전부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전망을 이야기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아마 이 책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나온 책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내용이 나쁜 건 아니다.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이 책은 독서의 가치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 책은 짐 로저스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일본인 편집자들이 짐 로저스와 인터뷰를 하여 원고를 정리하기도 하고 짐 로저스가 쓴 칼럼들을 모으기도 하여 낸 편집본에 가깝다. 그렇다고 짐 로저스가 쓰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짐..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기옌

2030 축의 전환 (2030: How Today's Biggest Trends Will Collide and Reshape the Future of Everything) 마우로 기옌(지음), 우진하(옮김), 리더스북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17쪽) “우리가 오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양조장, 빵집 주인들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에 신경을 쓴 덕분이다.” - 애덤 스미스 (300쪽) 책을 다 읽은 다음, 마우로 기옌(Mauro Guillen)라는 저자를 기억해두기로 하였다. 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2030년 즈음에 예상되는 세계의 변화상에 대해서 조사하고 연구하였으며, 이 ..

대선과 공적 영역

어떤 문제, 사태에 대해 아예 관여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그 누구도 비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관여를 하는 사람,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비난을 거듭한다. 이 때까지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어떤 문제였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비난과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사적 이익의 영역에서는 First Mover Advantage가 있지만, 공적 이익의 영역에서는 First Mover의 Role & Responsibility만 있을 뿐이다(하지만 영악한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공적 이익의 영역에서마저 Advantage를 누리려고 한다). 이번 대선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현..

돈의 정석, 찰스 월런

돈의 정석 Naked Money 찰스 월런(지음), 김희정(옮김), 부키, 2020년 이 책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화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제 현상에 대한 교양 서적이다. 특히 2008년 미국 금융 위기(한국은 큰 영향이 없었으나, 미국은 1929년부터 1939년의 경제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었으며, 그 당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의장인 벤 버냉키(Ben S.Bernanke)가 경제대공황을 전공한 경제학자여서 다행이었다는 언급이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할 정도이니,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중요성,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여러 나라의 경제 상황을 이야..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빈곤의 종말 The End of Poverty 제프리 D. 삭스(지음), 김현구(옮김), 21세기북스, 2006 극단적 빈곤이 의미하는 기아와 질병, 그리고 생명의 낭비는 한마디로 전 인류에 대한 모욕이다. - U2의 보컬 보노의 ‘추천의 글’에서 (5쪽) 상당히 무거운 책이다. 진지한 프로퍼간다다. 제프리 삭스는 이 책 내내,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대놓고 기부하라고, 돈을 내놓으라고 주장한다. 올해 초에 읽은 앵거스 디턴은 (2015년)을 통해 ‘원조 환상’에 대해서 비판하지만, 그보다 약 10여년 전에 출간된 삭스의 (2005년)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즉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국, 부유층의 원조와 기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원조와 기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지만, 적어도 ..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지음), 리더스북 재테크란 애써 벌어들인 자산이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 애쓰는 행위이고, 때로는 자산을 늘리기는커녕 보험처럼 예기치 못한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며, 그 중에서 일부는 자산을 지키는 것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한다. 재테크란 노동의 가치와 달라서 중간에 새어나가는 비용들이 자산가치 증가분을 잠식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몇 년째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내더라도 이후 서너번 만 마이너스 수익률이 되면 다시 본전이 되는 것이 투자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연체동물처럼 유연하게 수익을 낼 때는 투자하고 상황이 나쁘면 빠질 줄 알아야 한다. (297쪽) 솔직히 나는 재테크 따위엔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

위대한 탈출, 앵거스 디턴

위대한 탈출 The Great Escape 앵거스 디턴Angus Stewart Deaton(지음), 최윤희, 이현정(옮김), 김민주(감수), 한국경제신문 읽은 지 한두 달 지났다. 메모를 하며 빠르게 읽었지만, 대단한 흥분을 느끼진 못했다. 를 읽을 때만큼 기대를 하였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이제 '불평등'의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제기는 마르크스(주의)와는 전적으로 다른 흐름이다.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최소한 함께 살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무리 내에서는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불평등은 문명이 준 "선물" 중 하나였다. 코헨의 말을 다시 인용하자면 "문명의 잠재력을 창출하는 과정 자체가 동시에 그 잠재력이 문명에 속한 사람 모두의 동등한 웰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