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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호황 VS 불황 - 무엇이 경제의 라이프사이클을 움직이는가 Abschied vom Homo Oeconomicus 

군터 뒤크Gunter Dueck(지음), 안성철(옮김), 원더박스, 2017년 

(* 2009년에 '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가 작년에 개정판이 다시 나왔다.)




"네가 배를 만들고 싶다면, 목재를 구하고 작업도구를 준비하고 과제를 나누고
일을 분배하기 위해서 남자들을 불러 모으지 마라. 대신에 남자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열망을 가르쳐라."
- 생텍쥐베리 




자연에서는 대부분 육식동물보다 초식동물이 더 빠르게 번식한다(은행강도보다는 저축자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을 생물학에서는 '제3볼테라 법칙'이라고 부른다. 초식동물에게는 빠르게 증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종족 보전의 요소가 된다. 반면 육식동물은 각자의 영역이 필요하므로 그렇게 빠르게 증가하지 못한다.(29쪽) 


책은 호황과 불황을 특정 지역의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간의 상관관계로부터 비유하여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호황과 불황에 대한 경제학 책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군터 뒤크는 수학자이며, 기업가였다. 그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무시한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경제적 목적만을 고려해서 행동하는 이른바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고 한다. 엄격하게 합리적인 잣대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22쪽) 


그리고 호황과 불황을 나누고 이 시기에 따라 사람들이, 우리들이 어떻게 변하고 대응하는지를 설명한다. 심지어 이러한 시기마다 널리 호응을 얻는 경제학 이론들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호황기 초기에 사랑받는 이론, (신)자유주의

계속되는 호황기에 사랑받는 이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성장과 모두를 위한 복지 

불황 초기에 사랑받는 이론, 케인즈의 국가프로그램

계속되는 불경기에 사랑받는 이론, 감량경여과 리엔지니어링

불경기 후반에 사랑받는 이론, (신)고전주의 


결국 호황과 불황이 일종의 사이클이라면 그것을 느리게 하는 방법은 절제 뿐이라고 말한다.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거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책 초반에 나오는 '국부적 영리함'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경험하는 종류의 영리함이지만, 그 영리함으로 인해 전체 시스템이 실패하게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 잘 사는 방법 대신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 몰락하게 되는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다시 '죄수의 딜레마'와도 연관지어 설명한다. 


이러한 호황과 불황의 라이프 사이클 위에 우리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가는가를 살펴보면서 결국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스트레스'라고 군터 뒤크는 말한다. 자본주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호황에서 불황으로 넘어갈 때 우리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들은 자주 잘못되고 사려깊지 못한 대응들, 행동들을 하게 되고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자초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대의 경영 이론들 대부분은 기업 구성원들에게 긴장과 스트레스를 주어 생산성과를 높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내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탁월한 업무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즐기는 이들이 보기에 이 책은 어쩌면 불순하게 여겨질 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저자는 미국과 유럽을 나누어 비교하기도 한다. 전자가 미국적 방식이라면, 유럽적 방식은 느긋하며 긴장과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 업무를 처리한다고. 


아마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자기 자신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속한 기업은 어떤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한 호황과 불황이 발생하고 어떤 사이클을 그리게 되는 여러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호황 vs 불황 - 10점
군터 뒤크 지음, 안성철 옮김/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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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미래 Die Zukunft Des Konsums

다비트 보스하르트(지음), 박종대(옮김), 생각의 나무 






2001년에 번역된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더구나 <<소비의 미래>>라는 경제경영서적을(경제경영서들은 시류를 타는 탓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읽기 애매해진다). 그런데 이 책, 의외로 단단하고 읽을 게 많으며 십 수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호소력 짙다. 아마 2001년에 읽었다면 제대로 읽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책은 소비자, 소비 문화를 여러 현대 이론들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치밀하게 분석하고 진단한다. 가령 스포츠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아래와 같다.


현대는 광범한 스포츠화 사회이다. 스포츠는 사고 오락(denkunterhaltung)이 되었고, 스포츠에 대한 전통적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특정한 인생관이 되었다. 

- 327쪽 


과거의 스포츠 스타들은 건실한 민족적 영웅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스타는 컬트적 존재이며, 포스트모던적 상표 기법의 법칙에 따라 완벽하게 움직이는 '연출된 가정적 존재(ein inszeniertes konstrukt)이다.

- 329쪽


솔직히 스포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음을 위 인용된 부분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저자는 전반적인 소비자의 태도의 변화, 소비 문화의 변화, 여기에 대응한 상품/서비스/기업의 대응을 분석하면서, 특히 사치 산업, 오락/관광/멀티미디어 산업, 음식, 팝 문화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면서 앞으로의 시대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임을 강조한다. 


* 마케팅 의식의 발전이 곧 경쟁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정말 중요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

* 미래의 시장에서의 투쟁은 더 이상 (구체적인) 상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징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될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당신의 (구체적인) 상품을 잊어버려라.

* 시장의 감성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감성의 영역을 체크하는 것으로 당신의 사업을 시작하라.

- 86쪽 ~ 87쪽 


특히 책 말미에 언급된 시장 조사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최근에 들어서야 주목받는 요소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 시장조사를 함으로써 허위사실만 점점 더 증가한다(합리적 세분화 과정만 증가한다). 

- 시장 조사는 인구통계학 및 구매력에 따른 분류를 신뢰하는 감옥이다. 

- 피드백 시스템(Feedback, 고객의 반응과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 고객을 정적인 표본으로 간주하는 보수주의적 경향을 보인다.

- 유형론을 신뢰한다(방향성에 대한 분석보다는 확정적 형식을 선호).

- 관료주의적인 경향(역동성 대신 관리, 행정).

- 403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 대부분은 지금도 끊임없이 시장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하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방식을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대중에게 수요를 물어보지 않고 상품을 공급하고자 한다. 대중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뿐 아니라,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 ... 따라서 우리는 시장 조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상품을 만들고 그 사용가능성을 고안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중이 그 상품을 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면서 시장을 점령한다." - 아키오 모리타(소니 공동창업자)

 - 404쪽에서 인용 


이에 덧붙여 저자인 다비트 보스하르트는 '성공의 본질적인 요인은 고객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자기 상품에 대한 믿음이다'라고 단언한다. 


무척 흥미롭게 읽은 이 책은 종종 문화 분석서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여러 철학자들의 견해를 언급해서 더 그럴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절판되어 헌책방에서만 구할 수 있을 텐데,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 싶다. 지금 읽기엔 대부분 아는 내용이기도 하고 몇몇 기업의 사례는 부적절하기도 하다(망한 기업이나 서비스를 사례로 들고 있어서). 하지만 이 책이 1997년에 독일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바타이유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 있어 길게 인용해볼까 한다(바타이유의 경제학은 정말 흥미로운데,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바타이유는 이미 <소비입문 La notion de'pense>이라는 이전의 논문에서 이러한 현상을 열거했다. "사치, 상(喪), 전쟁, 종교, 호화 기념 건출물 건립, 놀이, 공연, 예술 그리고 도착적 섹스 행위" 등 이 모든 것은 전통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일체 "비생산적인 지출"로 간주되었고, 손실로서 평가받았으며, 정상적인 인간 살림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우리가 이러한 영역을 도외시하였던 탓에 오히려 우리 사회가 도착적인 증상을 보였다. 바타이유는 궁핍의 경제학 비판에서 궁핍이 아니라 과잉이 정상적인 현존재의 상태라고 주장한 니체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바타이유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그 "추방 영역"들이 경제와 문화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취, 탐닉 혹은 광란까지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인간적인 것을 도외시하는 셈이 되고, 따라서 현대 경제학도 이미 출발에서부터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 131쪽 





소비의 미래 - 10점
다비트 보스하르트 지음, 박종대 옮김/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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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빅픽처

선대인(지음), 웅진지식하우스 



대중 경제학 책이라 여겼으나, 실제로는 주식 투자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겠다. 요점은 세계 경제 흐름의 큰 그림(빅픽처)를 보면서 투자해야 된다는 것. 일종의 가이드북이며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진 않다. 나로선 약간 실망했다고 할 수 있다. 초반엔 꼼꼼하게 정독하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대강 읽게 되었다.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지 않으나,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터라 몇 가지의 지침이 될 만한 언급을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다. 


투자의 기본은 리스크 관리

 - 30쪽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절대 원칙 

첫째,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택해야 한다.

둘째, 투자를 하면서 과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셋째, 반드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 271쪽 


바이오 헬스케어(B), 금리(I), 색산업(G), 석유(P), 인도(I), 중국(C), 기술기업(T), 미국(U), 리스크(R), 환율(E)를 저금리 저성장 시대의 키워드로 주목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2015년도에 출간되었으니, 벌써 2년이 지난 셈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 중 일부는 바로 앞으로 닥쳐온 것도 있다. 가령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정책에 대한 대응이 주목된다. 


한 나라의 경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정치적 불확실성인데, 사람들은 아직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정책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실은 제대로 된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가이드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책 말미에는 여러 추천 도서와 관련 웹사이트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 주식 투자에 대한 방향을 잡고 싶은 이들에겐 괜찮은 책이 될 수 있다. 


선대인 소장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관계로,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봐야 겠다. 






선대인의 빅픽처 - 8점
선대인 지음/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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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박종훈(지음), 21세기북스 


몇 해 전에 나온 책을 이제서야 다 읽는다. 이미 칼럼을 통해 박종훈 기자의 통찰력 있는 글들을 읽었던 터라, 책을 읽는 과정은 마치 복습하는 느낌이었다. 

(칼럼 주소: http://news.kbs.co.kr/news/list.do?mcd=0849#1)


유명세를 치른 책이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테고, 읽은 사람들은 다 읽었을 것이다.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들은 내가 아니라 저 쪽에 있는 사람들인데. 


흥미로운 것들은 경제전문기자(실은 박종훈 기자만 말하겠는가!)가 지적하는 사항들과는 정반대로 국가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국가에서 홍보하고 대단한 성과를 내는 것처럼 포장하는 여러(더 많겠지만) 잘못된 정책들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그런 정책들의 잘못을 지적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지난 대선에 박근혜 대신 문재인을 지지한 이들이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이들에게 포위된 섬처럼 있었듯이. 


아직도 마음의 상처처럼 남아있는 기억 하나가 있는데, 이십 대 중반 어느 공부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일반 대중들은 무식하거나 무관심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식의 말을 했다가, 그 무슨 시대착오적인 계몽주의라는 핀잔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때 계몽주의가 잘못된 것인가, 왜 시대착오적인가, 한참 생각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실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정도인 사람이 대통령으로 앉혀놓고 바람직한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기획들을 버젓이 경제 정책이네, 교육 정책이네, 문화 정책이네 하면서 수립하여 실행하면서 그것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좌파나 빨갱이,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과정을 보면서도, 사람들이 꿈쩍하지 않는 모습에 나는 절망했다, 끔찍했다. 결국 최순실 사태를 통해 사람들은 거리로 나서긴 했지만, 스스로의 지적 능력으로는 그들이 절벽 앞에 서서 떨어질 날만 기다리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카카오톡을 통해 전파되는 가짜 뉴스들을 진짜라고 믿는, 나이든 이들을 보면 아 나이가 든다는 건 지혜스러움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마리오네트가 되는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그들 앞에서 우리가 그들 스스로 깨치길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민주적인 촛불 시위를 보면서 희망을 느꼈을 지 모르지만, 나는 그 촛불 맞은 편에 서서 그것을 반대하는 이들을 보며 불안과 공포, 절망을 끊임없이 느낀다. 이런 점에서 이 책도 마찬가지다.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 책은, 그렇다고 절망을 이야기하진 않지만,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얼마나 허술하고 취약하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특히 자칭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내가 볼 때 시대착오적인 수구라고 여겨지지만)이 만든 구호들과 정책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것인가를 지적하고 있다. 목차만 한 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논조를 알 수 있다. 


경제정책 - 정부는 왜 눈 앞에 닥친 위기도 못 보는가?

기업 - 1등만 살아남는 경제는 왜 위험한가?

부동산 - 집, 살 때인가? 팔 때인가?

세금 - 세금은 군대보다 더 무서운 무기다.

빚 - 이미 당신에게는 2,000만원의 빚이 있다

빈부격차 -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복지 - 복지는 분배가 아닌, 성장의 열쇠다

인구 - 인구 감소가 가져올 최악의 경제 불황

청년 - 21세기 가장 소중하고 강력한 자원, 청년 


이 책은 좌파적이거나 마르크스주의적이지 않다. 정치적 지향으로 따지지만 리버럴하고 중도적이라고 할까. 좌파라든가 빨갱이라는 단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하는 이들이(이는 기자(혹은 기레기)도 마찬가지) 그런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중들을 호도하고 선동하고 있다.(이것도 일종의 계몽주의가 아닌가?)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에 대해선 환호하면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복지 정책에 대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에 동의하는 이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박종훈 기자는 사회안전망이 한 나라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서술한다. 


이 때문에 촘촘하게 잘 짜인 사회 안전망은 그 혜택을 보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를 불황에서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이 된다. 이 같은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바로 '경기 자동안정화 기능Automatic Stabilizer'이라고 한다. 경기 자동안정화 기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경기 불황이나 호황이 왔을 때 정부가 임의로 재정 지출이나 세율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작동해 경기 변동 폭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211쪽) 


이처럼 사회안전망의 경기 부양 효과가 훨씬 강력하지만, 부패한 국가는 인위적인 건설 경기 부양책을 더 선호하기 마련이다. 자동화된 사회 안전망과 달리,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에는 힘 있는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들이 쉽게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3쪽)


몇 해 전부터 서부 유럽 몇몇 국가에서 논의되거나 시범적으로 실행되는 기본 소득 제도도 이런 사회안전망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복지의 차원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나라의 경제 시스템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뼈 아픈 지적들로 채워진 이 책은 웹사이트에 게재될 때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채널로 공유되었다. 대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된 조세 제도(뿐만 아니라 그냥 경제 시스템 자체가 그들을 위해 설계되어 있다)는 이 나라 기업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지만, 그것을 그 누구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김종인이 끊임없이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는 (권위적) 보수주의자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진보적이기 때문이다. 실은 진보적이라는 표현 대신 합리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그가 보기에도 현재 경제 시스템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유층에 유리한 조세 정책은 우리나라를 상속형 경제로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는 유류세와 담뱃세같은 간접세가 전체 세수의 절반이나 되는 반면, 소득세 비중은 낮기 때문에 조세 정책으로 인한 빈부 격차 완화 효과도 거의 없다. (171쪽) 


낙수효과가 실제로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일반 대중들을 빼곤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단어가 먹힌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본주의의 핵심은 결국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있다. 아무리 무능력해도 부모 잘 만난 덕에 세금 한 푼 안 내고 부모의 부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다면, 누가 치열하게 노력하며 발전을 도모하겠는가? (109쪽) 


한동안 IT에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화두였는데,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보격차Information Divide'도 꽤 심각한 수준이다. 문맹률은 낮지만, 문해력도 상당히 낮다는 점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특히 빠른 온라인화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는 건 아닐까. (참고: 한국인의 문해력은 왜 세계 꼴찌인가? http://ppss.kr/archives/66923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 그 시작은 이 절박한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을까. 이 점에서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현재 시점에서 꽤 유용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최고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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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기계 시대 The Second Machine Age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옮김), 청림출판 




Estimated world population figures, 10,000 BC - 2000 AD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World_population 



1775년 증기기관의 등장은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강력한 기계력(mechanical power)의 등장은 모든 면에서 인류 사회를 변화시켰고 이 영향으로 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즉 그 전까지 죽던 이들이 죽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열린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산업 혁명과 버금가는 혁명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며, 이를 '제 2의 기계 시대'라고 말한다. 인터넷, PC, IT로 이야기되는 '디지털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생산성은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의 전부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국가의 능력은 거의 전적으로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을 높이는 능력에 달려있다." 
-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96쪽에서 재인용)


폴 크루그먼의 견해대로, 증기기관은 기존에 있었던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이러한 기술을 '범용 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라고 한다. 하지만 범용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범용기술이 늘 보완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보완 기술은 출현하는 데 몇 년, 심지어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그 때문에 한 기술의 출현과 그것이 주는 생산성 혜택 사이에 시간 지체 현상이 나타난다. 전기화와 컴퓨터화 양 쪽에서 이러한 추세를 분명히 살펴볼 수 있다. (133쪽) 


공장이라면 공장의 구조나 설비의 배치가 새로운 범용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있거나, 공장 노동자들이 이러한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투자한 기업에 컴퓨터의 생산성 혜택이 온전히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까지는 평균 5년에서 7년이 걸린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것은 컴퓨터화 노력을 성공으로 이끌 다른 보완 투자가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반영한다. (137쪽) 

이렇게 새로운 기술이 생산 현장에 적용되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아진다. 즉 예전에 10명이 매달려서 하던 일을 1명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9명은 어디로 가지? 


"GDP에는 우리 시의 아름다움이나 대중 논쟁에서 드러나는 지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재치나 용기도, 지혜나 학습도, 연민이나 헌신도 측정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들은 모두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측정할 뿐이다." - 로버트 케네디(Robert Kennedy) (141쪽에서 재인용) 



뉴스를 보면 1인당 GDP가 어떻고 수출입 현황이나 수익이 얼마나 증가했는가를 말한다. 그런데, 그래서, 우리가 정말도 돈을 제대로 벌고 있는 걸까? 원래 통계라는 게 그런 거다라고 이야기하면 속 편하겠지만, 이런 지표들을 가지고 국민들을 잘못 이해시키니 문제다. 

이런 사정은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의 문제가 되었다. 

2010에 월마트를 설립한 샘 월튼(Sam Walton)의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 여섯 명의 재산은 미국 소득 분포에서 하위 40퍼센트에 속한 이들의 재산을 다 더한 것보다 많았다.(169쪽) 

위 도표는 미국에서 1인당 GDP의 성장과 실제 가계에서의 수입을 비교한 것이다. 1인당 GDP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가계의 실질 소득은 제 자리 걸음이다. 
(한국은 아예 뒷걸음질 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뒷걸음질치는 도표를 들이밀었다간 '종북좌파'로 몰릴 게 뻔하다.)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상위 1 - 2 %의 부는 계속 증가하고 중간은 사라지고 하위만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다양한 비판과 지적, 극복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거머쥐고 있는 쪽에서 쉽게 동의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불평등의 주된 원동력은 우리의 경제 체제를 떠받치는 기술의 기하급수적 성장, 디지털화, 조합적 혁신이었다. (171쪽) 


그리고 빠른 디지털화와 함께 금융의 세계화로 인한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다양한 금융 위기로 나타났다.


그런 한편으로 이윤과 수익이 모두 증가하고 있을 때는 일자리를 없애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다가 경기 후퇴가 일어나면, 통상적인 경영 활동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고통스러운 업무 능률화와 해고를 단행하기가 더 쉬워진다. 경기 후퇴가 끝나면 이윤과 수요가 회복되지만, 일상적 노동을 하는 일자리는 다시 늘어나지 않는다. (179쪽) 


이제 실업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와 데이비스 리카르도(David Ricardo) 같은 19세기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기계화로 노동자의 운명은 점점 더 악화되어 결국 생존 임금 수준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184쪽) 


그리고 빠르게 디지털화된 기계나 소프트웨어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 사이 부는 한 쪽으로만 치우쳐 커져갈 것이다. 


매번 시장이 더 디지털화할 때마다, 이 승자 독식 경제는 조금 더 압도적인 양상을 띤다. (194쪽) 


디지털 상품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를 이룸으로써, 시장 선도자에게 엄청난 비용 우위를 제공하고 여전히 상당한 이윤을 올리면서 경쟁자를 가격으로 물리칠 수 있게 해준다. 일단 고정비가 해결되면, 각각의 한계 단위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197쪽) 


하지만 이런 일자리 감소 문제라든가 상위 1~2%에 몰린 부의 문제를 지적한다고 해서 인정받을까?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기술이 일자리의 순 파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대부분 주류 경제학자에 끼지 못했다. (222쪽)


1983년 레온티예프는 “보다 정교한 컴퓨터의 도입으로 인하여 마치 농경 시대에 있어서 말의 역할이 트렉터의 도입에 의해 감소되고 제거된 것처럼,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로서의 인간의 역할이 감소하게 될 것”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이를 거부한 것도 아니고 이로 인해 일터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위한 어떤 정책을 마련한 것도 아니다.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는 기계가 더 발달할 수록, 비슷한 기능을 지닌 인간의 임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과 경영 전략이 주는 첫 번째 교훈은 가까운 대체물과 경쟁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이 비용 우위에 있다면 더욱 더 말이다. (230쪽) 


우리는 지금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은 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서적들과 도표, 통계들로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부자가 되지 못하고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인가를 지적한다. 반대로 해석하지만 부자가 어떻게 되고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거의 없어 보인다. 

아마 유럽의 저자들이었다면 아마 '연대'를 외쳤을 테지만, 저자들은 소박하나마 몇 가지의 조언을 하고 있다. 이 글에서 그 이야기를 한다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2014년 하반기에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고 나에게 대단한 시사점들을 제시했다. 저자들의, 다소 낙관적인 태도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 책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책 표지 뒷면에 적힌 마이클 스펜스, 로렌스 서머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등의 찬사는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강력 추천! 





제2의 기계 시대 - 10점
에릭 브린욜프슨 &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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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청나게 충격적이네요;; 세상 속 이런 얘기들을 모르고 산다는게 한심하고 부끄러워집니다!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된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실은 공부가 즐거워야 하고 변화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하는데, 우리가, 우리 사회가 이를 힘들고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무척 좋으니, 일독을 권합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짝찾기 경제학

폴 오이어(지음), 홍지수(옮김), 청림출판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시경제학의 핵심적인 개념을 설명할 것이다. 탐색Search, 신호Signaling, 역선택adverse selection, 빈말cheap talk, 통계적 차별Statistical discrimination, 두터운 시장thick market, 네트워크 외부효과network externality 등이 그것이다. (8쪽) 



나는 이미 올해 초 여러 외국 저널의 리뷰기사를 통해 이 책을 접했을 정도로, 나오자 마자 주목받았던 책이다. 하지만 의외로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 책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은 상당수의 독자는 그저그런 대중서라고 생각할테지만, 내가 읽은 바로는 온라인 데이팅으로 시작해 미시경제학으로 끝나는,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도리어 전문 서적에 가깝다. '온라인 데이팅'이 나와 자극적인 내용이 많으리라 여기겠지만. 


네트워크 외부 효과와 혼잡 외부 효과congestion externality는 온라인 서비스에 종사하는 나에겐 매우 흥미롭고 시사적인 개념이었고, 이에 대한 폴 오이어의 설명은 효과적이었다. 



어떤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추가될 때마다 그 상품이 다른 사용자에게 더 가치 있는 상품이 된다면, 그 상품에는 네트워크 외부 효과가 작용한다. ... 수요가 수요를 창출한다. ....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다른 사람들도 페이스북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74쪽 ~ 75쪽) 



동류교배Positive Assortative Mating에 대한 설명에서는 다소 씁쓰리했지만, 그 또한 현실이었다. 



사람들이 짝을 짓거나 무리를 지을 때 무작위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서열화ordered'된다는 게 동류교배 현상의 기본 개념. ... 따라서 동류 교배가 매우 엄밀하게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최고 호감' 여성이 '최고 호감' 남성과 짝을 짓고, '호감도 2등'인 여성은 '호감도 2등'인 남성과 짝을 짓는 식으로 계속 짝이 형성된다. (209쪽) 



폴 오이어는 미시 경제학에서의 핵심적인 개념을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킨다. 책을 읽는 초반, 온라인 데이팅에 대한 내용이 다소 어색하게 다가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개념들에 대한 그의 설명은 재미있었고 미시 경제학이 우리 일상의 다양한 사건들, 그것에 대한 의사결정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시 경제학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을 관통하는 경제학 이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대한 독서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짝 찾기 경제학

폴 오이어저 | 홍지수역 | 청림출판 | 2014.03.27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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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지음), 북돋움 



경제학 책을 읽었지만, 경제학의 생리에 대해 파악하진 못한 듯 싶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저자는 금융 회사에서 종사하는 트레이더이지만, 그가 쓴 글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시사적이며 흥미롭기만 하다. 



경제학은 '사물의 응당 그래야만 하는 면'보다는 '현상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에 더 주목한다.

- 8쪽 


확실히 기준이 있다는 건 다양한 현상과 사건 앞에서 동일한 논조로 설명 가능하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일관되게 서술되어 있다. 



여전히 공부(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하며, 공부는 다른 방법이 지닌 불확실성에 비해서 무척이나 분명하고 불확실성이 적은 성공 방법이다. 

- 161쪽 



특히 평등과 분배, 일자리, 결혼, 자녀 교육, 성공 등 우리가 민감해하는 여러 소재와 주제들에 대해 짧지만 예리한 관찰력과 분석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배우자를 선택할 자유가 주어지는 근대사회에서 일부다처제는 대부분의 남자에게 불리하고 대부분의 여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반대로, 일처다부제는 남성 배우자의 수요를 증가시켜 대부분의 남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 74쪽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러려니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분석하여 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책은 민감한 정치적 소재에 대해서는 정치적 편향성 대신 경제학적 분석, 혹은 경제학자의 인용으로 채운다. 설득력 있는 문장들은 독자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이러한 도금시대를 종식시킨 것은 1930년대의 대공황이었다. 대공황 이전부터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결정적 전환점은 대공황이었다. 

(...) 평등화는 시장의 힘에 의한 점진적 반응이 아니라 정치적 힘의 균형이 급작스럽게 변화한 데서 기인한 것. 

- 36쪽 ~ 37쪽 



일독을 권한다. 국내 저자가 쓴 흥미로운 경제 실용서라고 할까. 


* * 



아래의 인용은 늦은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기억해둘만한 내용이라 옮겨둔다.  



레빗에 의하면 대체로 여덟가지 요인이 성적과 높은 양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엄마가 첫 아이를 출산한 나이가 30살 이상일수록, 아이의 부모가 영어를 쓸수록(미국의 경우), 부모가 PTA(학부모회) 활동을 할수록, 집에 책이 많을수록 성적이 좋았다. 다음 두 가지 요인은 높은 음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아이의 출생 당시 몸무게가 덜 나갈수록, 입양된 아이일수록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요소는 의미 있는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가족 구성원이 온전한 것, 최근에 주변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한 것, 엄마가 유치원에 다니기 전까지 아이를 직접 기른 것, 부모가 아이를 박물관에 자주 데려간 것, 아이를 정기적으로 체벌한 것, 부모가 거의 날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것, 아이가 TV를 많이 보는 것은 성적과 강한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아이의 성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대부분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묘사하고 있고, 영향을 주지 않는 요인은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는 일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로서 '무엇을 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 스티븐 레빗, <<괴짜 경제학>>


레빗의 말이 잔인하게 들리는 이유는 아이를 생각해 부모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데 있다. 

- 166쪽에서 167쪽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저 | 북돋움 | 2012.10.02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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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네요, 레빗의 말이 잔인하게 들리는 건 이미 아이를 낳고 나서는 바꿀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의미라서겠죠. 미국의 통계지만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고, 곧 부모가 되어야 할 입장에서 참 정신이 번뜩 드는 부분이네요.

    수요와 공급의 기준으로 결혼을 보는 것도 재밌네요. 그런 관점에서는 오히려 일처다부제일수록 선택 과정에서는 남자가 더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게ㅎㅎ

    • 경제학의 관점에서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가 흥미롭습니다. 김동조씨의 블로그는 http://seoul.blogspot.kr/ 입니다.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이 책 읽고 난 다음, 저도 자녀 교육 책을 사서 읽어볼까 해요. 쉽지 않은 문제예요. 교육. ㅡ_ㅡ;;

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 10점
아마티아 센 지음, 원용찬 옮김/갈라파고스





센코노믹스 -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아마티아 센(지음), 원용찬(옮김), 갈라파고스 







이 짧은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 생각하였다. 


아마 많은 한국사람들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부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누군가의 말처럼, 한 쪽으로 부가 몰리면 그 부가 넘쳐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는 듯하다. 그런데 이 얼마나 어리석고 순진한 국민들인가. 


현재 한국이 가진 경제적 문제, 불평등, 중산층의 붕괴 등이 발생하게 된 것은 경제를 신경 쓰지 않은 정치인들 탓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신경 쓰지 않는 정치인들 탓이다. 그리고 이 후진적 정치 - 국가 기관이 대놓고 나서서 여론 조작을 하고도 떳떳하게 이야기하는 걸 두고도 정부와 여당은 일언반구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 는 한국 국민들의 현 수준 - 정치적 상황에 둔감하고 공동체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을 고려하는 이기적인 수준 - 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말로는 나라의 미래가 어떠니 이야기하면서 일개 이익 단체 수준의 사고만을 하는 이들에게 이 나라의 정치를 맡겨놓았으니, 국민의 체감 경제는 계속 어려울 것이고, 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 뻔해 보이니, 기대하지 말기로 하자. 


이제 한국 정치를 욕하지 말고 이 나라의 국민들을 욕하자. 민주주의 따윈 필요 없고 잘 살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 국민들을 욕하자.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아마티아 센은 종종 한 나라를 휩쓰는 ‘기근’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벌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제학자답게 그 사례들을 분석하고 제시하면서,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흉작을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는 흉작이 바로 기근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체계적인 공적 교육 시스템, 낮은 문맹율, 그 외 학습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한 나라가 잘 살게 되는 것은 이러한 민주화와 유,무형의 인프라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IMF 경제 위기 상황이 벌어진 것도 비즈니스의 투명성 결여, 특히 금융이나 상거래 체계를 점검하는 정밀한 공적 감시 시스템의 부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전 방위적으로 민주화된 사회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 성장율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 성장율만 비교해봐도 바로 나오는 것임에도 이 나라의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이 짧은 책은 아마티아 센에 대한 소개이지만, 실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고 잘 살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제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아마티아 센은 어려운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빈곤을 넘어서고 모든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어떤 사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제 사례들을 열거해가며,  이 고민을 나누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 모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천적 경제학자의 관점을 알 수 있는 것은 역자인 원용찬 교수의 '옮긴이 해제: 아마티아 센을 말한다'에서 구할 수 있다. 아마티아 센은 '‘공리주의와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합리적 바보(rational fools)라고 비난하며, 기존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개인을 버리고 타자 속에서 살아가는 어떤 개인을 고려한다. 



센이 제안한 것은, 타자의 존재에 도덕적 관심을 갖고, 타자와의 상호관계를 자기 가치관에 반영시켜서 행동하는, 즉 사회적 커미트먼트(commitment, 현실 참여, 약속, 의무, 책임 수행 등을 포함한다)를 갖는 개인이다. 사회적 책무성을 갖는 개인은 경제학에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어 사회와 정치 문제에 경제 윤리의 관점을 부여한다. 이렇게 센은 합리성만을 자기 이익의 극대화로 보는 시각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실제로 그것이 인간생활에서 요구되는 수많은 협동정신과 희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개탄한다. (옮긴이 해제 중에서, 18쪽)



그리고 기존 경제학에서 풀지 못했던 리버럴 패러독스 -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없으며, '파레토 효율'에서처럼 누군가의 이익이 누군가의 손해가 된다는 - 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버럴 패러독스liberal paradox는 아마티아 센이 발견한 논리적 패러독스로 그의 경제학 이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센은 개인의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자유주의(Minimal liberty)를 요청하고 있다. 자유로운 개인의 존재를 인정하여 그들이 갖는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센은 자유주의를 파레토 원리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리버럴 패러독스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마침낸 여기에서 경제학적 파레토 원리에 비후생주의적 요소(개인의 효용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 또는 비효용정보를 고려하여, 자유와 권리를 접맥시키는 작업이 일단락 되었다. 센은 애로의 비독재성의 존건을 최소한의 자유주의로 바꾸어서 불가능성 정리를 ‘가능성 정리’로 대체한다. (옮긴이 해제 중에서, 28쪽)



부분적으로 읽기에 다소 까다로울 지 모르나,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마 그의 다른 책들은 이 책보다 수 배는 더 어려울 테니 말이다. 아마티아 센에 대한 독서는 적어도 현재 한국 사회와 경제를 낙후시키는 여러 문제의 근원이 후진적 정치에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를 언론 종사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 ... 그러기엔 한국 국민들이 후진적인 상태로 악화되었다고 보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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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련님,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현선입니다.

    이번에 지하련님의 리뷰를 7월 3주 <반디 & View 어워드>로 선정했습니다. 어워드 관련 적립금은 지하련님의 반디 아이디로 일주일 이내에 지급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골목을 다니다보면 순수한 사랑으로만 가득 찬 곳에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바람으로 흔들리는 미루나무의 움직임처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나는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지켜보며 보일러로 따뜻해진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온통 평화와 사랑으로 충만하다는." (최갑수,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중에서)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현선 드림



거의 매일 책이 나온다. 수십 년 전엔 읽을 책이 없다고, 또는 최신 트렌드를 짚을 책이 없다는 말이 통했을 지 모르지만, 이젠 어떻게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을 것인가가 화두다. 특히 나 같이 이 쪽 저 쪽 책을 읽어대는 이에겐 더욱더.


최근 나온 여러 경제경영서적 중에서, 세계 경제/금융 위기 이후 나름대로의 해석과 진단, 그리고 그 전망에 대해 서술한 책 몇 권을 리스팅해본다.

10년 후 미래
대니얼 앨트먼 저/고영태


이 책의 저자 대니엘 앨트먼는 '딥 팩트'(deep factor)에 의해 세계 경제, 한 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이 딥 팩트는 '지리학, 문화, 철학, 법적인 틀, 사업 관행' 같은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기업의 경쟁 우위를 만드는 기술력, 원가 경쟁력, 인재풀 등이 아니라 말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딥 팩트가 약한 중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순간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세계대공황
김수행


대학 시절, 김수행 교수의 '정치경제학'을 교재로 경제학 수업을 들었다. 지금 기억 나는 건 거의 없지만 말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직 당시 유일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였고 지금은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는 없다. 학문의 세계에서조차 획일성이 물들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세계대공황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시각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폴트 라인
라구람 G. 라잔 저/김민주,송희령 공역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지에서 '경제 위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위를 차지한 라구람 G. 라잔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 중의 한 명이다. 2010년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중의 하나였던 '폴트 라인'은 세계 경제 위기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작년 말 외국의 몇몇 저널에서 리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읽지 못한 것은 실용적인 책의 범위에 들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 나를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로버트 라이시 저/안진환,박슬라 공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 역할을 하기도 한 로버트 라이시는 이 책에서 세계 경제 위기를 진보적인 시각에서 진단, 분석하고 이를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의 지배
니얼 퍼거슨 저/김선영


경제사 전공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는 경제 위기를 경제사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책은 세계 경제 위기를 역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해석하고 설명한다. 세계 경제 전반을 바라보면서 미래를 내다 보기 위해 이 책만큼 좋을 책이 있을까.


마치 읽은 것처럼 적은 책 리스트는 여러 저널에서 소개된 경제경영서들 중에서 읽으려고 메모해놓은 책들이다. 당장이라도 책들을 구입해서 읽고 싶지만, 읽을 책이 쌓여있는 마당에, 이 책들 중에서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 지... 특히 니얼 퍼거슨의 책은 나오자 마자 읽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못 읽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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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책 중 두어권은 이번주말에 서점에서 사서 읽어야 겠어요. 요즘 책을 너무 읽지 않아서 머리가 돌이 되는 느낌입니다. 흠... ^^

    • 두어권이라.. ㅎㅎ 의외로 읽기 딱딱한 책들이라서 재미없을지도 몰라요.. ^^~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지만요. ㅎ

  • ㅋㅋ 저는 좀 딱딱한 책을 좋아하거든요. ^^ 어제 서점에 들러서 10년후 미래라는 책을 찾다가 meme을 샀습니다. 이거 읽고 추천책들 중 꼭 '두 어권'읽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 MEME(밈)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최초로 소개된 개념입니다. 아마 그 책 읽고 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리처도 도킨스의 책으로 손이 가지 않을까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요... ㅎ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10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이번에도 논쟁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편가르기가 아니다. 편가르기 전에 서로를 탐색하기 위한 전초전의 의미를 띈다. 편이 나뉜 뒤에는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알기 때문에, 대화나 협상이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협상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까지도. 이 또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빨리 결론을 내는 방법 중의 하나다. 그러나 장하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먼저 편가르기부터 하고 있다. (1)

그리고 그 편가르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장하준이다. 하지만 그의 책은 유별나다. 장하준의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과 근거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며 충분히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보기 드문 내용을 가지고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은?

잭 웰치가 최근 고백했듯이 주주가치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아이디어'이다.
- 46쪽


잭 웰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어쩌겠는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잭 웰치가 이런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주주 가치의 노예가 된 기업들 속에 있지 않은가.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라. '주주가치'라는 단어를 자주 발견하게 될 테니.)

요즘 너도나도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마당에, 길게 서평을 적는 대신, 이 책을 읽었다는 의미로 몇 자를 노트해둔다.


1. 장하준의 다른 책들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장하준의 주장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소 식상한 면도 없지 않다.

2. 장하준이 바라보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어떤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신자유주의는 일시적인 경향에 지나지 않으며, 그 경향으로 인해 많은 폐해가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에서 주장하는 바는 대부분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내일 아침 신문의 경제면이나 경제신문을 한 번 읽어보라.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 어떻게 교묘하게 반영되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3. 몇 가지의 주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1)
한국에서 배웠다는 사람들, 좀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 사회의 문제는 '눈과 귀를 닫은 편 가르기'다(한국 전체이려나..). 그래서 발전이 없다. 나와 다르다는 점은 알고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바로 다양성의 시작이고 창조성의 기틀이 된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서로를 설득시키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다른가를 깨닫게 된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풍성해지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런 문화가 없다. 도리어 이런 문화를 이야기하는 순간 소수자가 되고 비주류가 되며, 비상식적이고 세상 모르는 놈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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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 23가지 읽고, 그 관점에서 경제신문 하루치 분석해보기..그런 것 해봐도 괜찮겠네요...

    • 제법 나오지 않을까요. 저도 경제지를 읽다가 몇 번 읽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관련 주간지/월간지에선 더욱 심한 것같아요...

 

위기의 경제 - 10점
유종일 지음/생각의나무



위기의 경제 -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유종일(지음), 생각의 나무, 2008



 

얼마 전 일어났던 용산의 불행한 사건이 나에게는 마치 앞으로 닥칠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의 서막처럼 보여졌다.

전제 군주가 나라를 다스렸던 조선 시대에도 아무런 권력도 없이 그저 가난하기만 백성들의 말을 귀담아 듣기 위해 노력했다.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김철 옮김, 이숲, 2008)을 보면, '조선 정부는 많은 잘못을 저지르긴 했으나 그래도 그때까지 말할 자유를 막은 적은 거의 없었다'라고 언급하는 구절을 확인할 수 있다.
보수적인 신분 제도에,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조선 시대에도, 백성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고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참조:http://musicus.egloos.com/2220434)

그런데 민주적 제도로 뽑은 대통령과 내각, 정부 여당은 백성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한다. 며칠 전 사임한 이동걸 한국금융원구원장은 대놓고, ‘우리는 씽크탱크(Think Tank)가 아니라 정부의 마우스탱크’라고 했다. 심지어 현 정부의 법률제도는 아무런 배경도 없는, 일개 서민이자, 인터넷에서 글을 올리는 미네르바를 구속해버리자, 외국 언론에서마저 신기한 눈으로 이 이야기를 다루었다.

대통령 선거 때의 선거 공약들을 보면, 너무 놀라서 뒤로 쓰러질 지경이다. 세상에, 딱 1년 사이에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유종일 교수의 ‘위기의 경제’는 참 슬프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논문들은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있으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의 어떤 지점이 잘못되었는가를 지적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하루하루 벌이에 하루의 대부분을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가게에서 보내는 우리들이 아니라, 이 나라의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윗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며, 설사 읽는다 치더라도, 읽고 난 다음 고민하는 것은 이 책이 왜 잘못 되었으며, 우리의 정책이 어떤 이유로 해서 타당하고 긍정적이며, 그래서 이 나라의 경제 상황은 우리의 정책과 정치적 의견 속에서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를 설득하려고 들 것이기 때문이다.

유종일 교수는 현 한국의 경제 위기의 문제는 ‘정치’라고 단언한다. 즉 정치적 상황(context) 속에서 경제 문제를 접근해야 하며, 여기에 대한 해법도 먼저 정치적 합의를 이룬 후에 이루어져야 된다고 말한다. 실은 경제 상황이 어렵기로 따지자면, 김대중 정부 때는 최악의 상황이었고 노무현 정부 때에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렇게 볼 때, 현 정부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현재와 같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두 가지 대조적인 경제발전 모델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추진한 이른바 공급중시 성장정책 모델이다. 둘 다 흘러간 과거의 모델이고 유효성이 다했거나 실패한 모델이다. 따로따로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일관성은 있는데,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는 이 두 가지 매우 다른 성격의 모델에서 나온 정책들이 혼재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헷갈린다. 정책의 일관성을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83쪽)


애초부터 경제정책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안전한 외화보유고를 가지고도 환율 위기라는 폭탄을 맞았고, 이것을 시작으로 한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금융 위기 영향도 있지만, 상황이 이 정도까지 악화되지 않게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형성되어있었던 셈이다. 유종일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만 비판하고 있지 않다. 동일하게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 비판한다.


“문제의 핵심은 성장부진보다도 양극화에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에 모두가 무리한 목표라고 생각했던 1인당국민소득 2만 달러를 실제로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실패한 정부로 낙인 찍혀 국민들의 버림을 받은 것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정말로 잃어버린 것은 성장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완화와 감세 등 ‘친기업정책’을 통해서 747 고도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정책의 목표도 잘못되었지만, 수단도 그에 못지않게 잘못되었다. 진정으로 성장잠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우선 기회의 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양적 투자 확대를 위주로 한 성장 단계는 이미 지났고 혁신과 효율적 투자에 의한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적 지배력, 투기, 로비 등에 의한 이익추구가 아니라 혁신에 의해 가치를 창출하는 곳으로 자원이 배분되도록 재벌개혁, 금융개혁, 정부개혁 등을 추진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아니라 필요한 규제는 하면서 규제의 투명성과 효율성, 일관성을 확보하는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155쪽)



하지만 이 책의 후반부는, 산들로 둘러싸인 산 정상에 힘들게 올라가 ‘야호’하고 아무리 소리쳐도, 분명 그 야호 소리는 건너편 산들로 전달되어 부딪혀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장시간 반복해서 야호를 외쳐도 자연스럽게 들려야 할 메아리가 들려오지 않는, 난감한 상황 속에 처해 있는 듯 보인다. 실은 우리 모두가 그런 상황 속에 처해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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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유종일 교수님 말씀은 웬지 좀 신뢰가 가요.

  • noi 2009.02.19 07:04 신고

    요즘 경제에 관한 책을 작업하면서 관련 서적을 읽어야겠다 싶어서 드디어 장하준 선생의 책 [나쁜 사마리아 인들]을 읽었습니다. (지하련님의 포스팅을 떠올리면서요^^) 유종일 선생 책은 논의를 한국 경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네요. 읽어봐야겠슴다.


기로에 선 자본주의
앤서니 기든스/윌 허튼(편저), 박찬욱/형선호/홍윤기/최형익(옮김), 생각의나무, 2000년



‘자본주의는 좋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과연 몇 명쯤 ‘좋다’라고 답할까. 그렇다면 나쁜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매우 편파적인 책이다. 윌 허튼은 분명한 어조로 나쁜 것이라고 주장하고 앤서니 기든스도 그것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습게도 이 책에 정답은 없다. 아마 정답이 나와있는 책은 없을 것이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먹어치워 버리는 현대 자본주의가 그 정답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는 좌파, 또는 중도 좌파의 시각이 아닌 우파의 시각에서 자본주의를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윌 허튼은 ‘사회주의를 자유와 평등, 우애의 가치를 주장하고자 하는 윤리적 가치 체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지만, 보수 우파도 이와 비슷하게 자유주의를 윤리적 체계로 이해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실은 ‘윤리적 가치 체계’란 표현은 조금은 엉뚱해 보여서 허튼의 생각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의 내용이야 다들 예상하다시피 20세기 말을 휩쓴 동아시아와 남미의 금융 위기와 IMF 체제, 그리고 자본주의 세계화와 정보화 등에 대해 다루고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공동체와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는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다 읽고 난 다음 자본주의가 기로에 서 있다는 걸 알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문제가 많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만한 책임에 분명하다. 특히 알리 러셀 혹스차일드(Arlie Russell Hochschild)의 《보살핌 사슬과 감정의 잉여가치》는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글이라 생각된다. 그 외 현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해 놓고 있다.


하지만 그 세력을 확장해가는 자본주의 속에서, 그리고 우리가 먹고 산다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와 결부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류의 책이 얼마나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의문이다. 과연 변화될 수 있을까. 아무리 궁리해봐도 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연일 매스미디어에서, 국회에서, 술자리에서 재벌 기업을 욕하더라도 자기 아들이나 딸이 재벌 기업에 입사하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시대에, 그리고 금융권에서 화폐 경제 끄트머리에 서서 하루에도 수십억, 수백억씩 관리하고 있다면 자랑할 만한 하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혹시 우리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만 너무 귀가 열려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자본주의를 벗어날 힘도, 거역할 힘도 없다. 그럴 바에는 이 잘못된 자본주의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이 책은 다소 힘이 떨어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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