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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더 고독했던 때는 없네 


- 고트프리트 벤 (Gottfried Benn, 1886 ~ 1956) 



8월처럼 고독했던 때는 없네

성숙의 계절 -, 땅에는

붉은, 황금빛 신열(身熱)

그런데 그대 정원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는가? 


맑은 호수, 부드러운 하늘,

깨끗한 밭들은 조용히 빛나는데

그대 군림하는 왕국의 개선(凱旋)은,

그리고 그 개선의 자국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것이 행복을 통해 드러나는 곳,

술 냄새 속, 물건 소리 속에

시선을 나누고, 반지를 나누는 곳에서

그대는 행복의 적(敵)인 정신에 몸 두고 있네 






지독했던 8월이 가고, 여기저기 긁힌 마음의 가장자리는 찢어진 헝겊으로 잘 덮어두곤 가을 놀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몸에 무리를 주기 마련. 노트 정리를 하다가 메모 해 두었던 벤의 시를 읽으며, 문득 고독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게, 고독한 건 아닌가. 


이번 가을 벤의 시집 읽으면서 보내야 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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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 행성




 박정대

     

 


 콜 미, 가수는 밤 새 노래를 하고 나는 로즈제라늄 곁에 누워 있네

 여기는 12월의 입구를 떠도는 고독 행성


 방울토마토처럼 입 안 가득 깨물고 싶은 밤


 그 밤의 옆구리로 밤새도록 눈발들은 허공의 밀사처럼 소리 없이 내리는데, 눈발들이 내려와 고독고독 쌓이는 이곳은 하얀 침묵의 지붕을 모자처럼 쓰고 서 있는 고독 행성


 콜 미, 밤 새 가수는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지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쌓이는 노래들


 고독 행성에 호롱불이 켜지는 점등의 시간이 오면 생의 비등점에선 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고 톱밥 난로의 내면을 가진 천사들은 따스하게 데워진 생의 안쪽에서 영혼의 국경선을 생각하네


 콜 미, 가수의 목소리도 가랑잎처럼 바람에 뒤척이는데 창문 밖 국경수비대들도 하얀 눈발을 뒤집어쓰고 곤하게 잠든 세계의 지붕 밑


 천사들의 숨결에 로즈제라늄만 사붓이 흔들리는 시간


 여기는 바람이 불 때마다 저 홀로 펄럭이며 아득하게 깊어가는 한 잎의 고독 행성





'고독고독'하다는 게 무얼까. 나도 참 '고독고독'한데, '고독고독'하다는 게 뭘까. 뒤늦게 박정대의 시집, '사랑과 열벙의 화학적 근원'을 찾으니, 절판되었다. 도서관에서 복사라도 할까. 


고독고독한 바람이 불고 고독고독한 가수가 '텔미'를 부르는 행성, 고독고독하게 밤 새 눈이 내리고, 아득하게 깊은 사랑에 빠지고 싶지만, 고독고독하기만 한 바람을 가진 고독고독한 이의 행성, 고독 행성. 


따스한 봄바람 부는 대도시 서울은 나이가 들수록 고독고독해지만 한다. 실은 그런 시대이고, 그런 행성인 게다. 


고독고독고독....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박정대, 웅진, 2007 




고독고독한 일상을 견디기 위한 짧은 노래 하나. 


Sarabande - Ludovico Einaudi by Angèle Dubeau & La Piet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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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Segal,

Wendy with chin on hand, 1982




잊고 지내던 조지 시걸(George Segal)을 보고 울 뻔 했다, 아라리오뮤지엄, 낮고 어두운 실내 한 구석에 있던. 


이 작품은 아라리오 뮤지엄에 있던 작품이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었던, 가장 비슷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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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이 거꾸로 되었다기 보다는, 매우 불규칙해졌다. 가령 어제는 밤 10시에 자서 새벽 3시에 깨어나지만, 오늘은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오전 늦게까지 잠자리에 못 일어난다는 식이다. 일이 밀렸고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어떻게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왔다. 택배를 받을 것도 있고 출퇴근 시간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의외로 집에서 시간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북마크된 여러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에드워드 호퍼 전시 소개 페이지와 마주하게 된다. 미국적 경험(American Experience)의 재료와 구조(grain and texture, 적절한 번역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에드워드 호퍼가 그렸던, 그 20세기 초반의 미국적 경험은 이제 전 세계적 경험으로 바뀌어져 있다.

고독 속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것.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런데 우린 모두 지금 그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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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Friends of American Art Collection.

에드워드 호퍼(1882-1967), 소설가 존 업다이트가 묘사하기를, "정적이 흐르고, 고요하며, 금욕적이면서 빛나고, 고전적인" 예술의 창조자인 그는 가장 오랫동안 이어지며 대중에게 인기있는 20세기 미국 화가들 중의 한 명이다. 무척이나 비밀스러웠던 이 중요한 예술가, 호퍼는 고독과 자기 반성(introspection)을 자신의 작품의 중요 주제로 만들었으며, 미국적 경험의 재료와 구조의 한 부분으로 찬미했다.  (전시 소개 중에서 번역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Office at Night, 1940
Oil on canvas
56.4 x 63.8 cm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사용자 삽입 이미지
Chop Suey, 1929
Oil on canvas
81.3 x 96.5 cm
Collection of Barney A. Ebsworth


출처: http://www.artic.edu/a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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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08.03.14 18:42 신고

    grain and texture.. 합쳐서 '감촉' 어때요? 미국적 경험의 감촉 그 자체..^^ 호퍼가 그렇찮아요?^^
    저도 호퍼 좋아해요. 가벼운듯 하면서도 사람을 깊숙히 빨아들이는.. 저 식당에 나도 가 앉아 커피한잔 했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드는...

    • 감촉.. 좋은데요.
      호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차분해지면서 종종 스산해진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부정적인 느낌은 아닌... 저도 같이 커피 한 잔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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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Lorca diCorcia, W. September 1997, #3, 1997. Fujicolor Crystal Archive print. 122 x 152,5 cm.




오래된 미술 잡지를 뒤지다가 2000년대에 기대되는 작가의 한 명으로
Philip-Lorca diCorcia를 외국의 어느 큐레이터가 추천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여기 올린 이미지의 상태가 좋지 않아, 실제 사진이 주는
'극적인 고독감'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사진들이 다 이런 류는 아니다.
그의 사진들 중 일부는 마음에 들고 일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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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하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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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날의 고독>> (원제 : 태어남의 잘못에 대하여)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에디터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루마니아어를 버리고 평생을 미혼으로 남은 채 파리 어느 다락방에서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적이면서도 신비한 분위기에 휩싸인 어떤 매력을 풍긴다. 또한 그의 프랑스어는 어느 잡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 세기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문장들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이 매력, 그의 문장만으로 그를 좋아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가 가지는 인생에 대한 태도에 있다. 가령 이런 문장들, “젊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할 유일한 사항은 생에 기대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났다는 재앙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그 재앙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미친 듯이 날뛰면서 그 사실을 잊으려 안간힘 쓰고 있다”, “정신적 완성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 - 언제나 도박에서 실패했다는 것”

그는 분명 현대가 가져다 준 니힐리즘의 한 극단에 이른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절망하고 생을 저주했다는 것과 그가 오래 살았다는 사실은 독자에게 묘한 배신감을 들게 만든다. 그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밤낮 나의 염두를 떠나지 않는 것 중의 하나로 <죽음>이 있다. 또 나는 항상 자살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떤 독일의 저널리스트가 ‘당신은 자주 자살을 논제로 하는 것 같은데, 정말로 자살은 하지 않는군요’하고 나에게 농담을 한 일이 있는데, 자살이라는 관념은 말하자면 나의 <보조자>이며, 이 관념 덕택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죽음이란 생을 낭만화하는 원리이다. 생에 로맨틱(낭만적) 차원을 주는 원리이다’라는 노발리스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죽음이 없다면 생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허무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왜냐면 그의 허무주의는 수사적인 차원에서만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래 때때로 그가 싫어진다. 하지만 그의 글은 대체로 음울하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대신 매우 열정적이다.

나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함부로 추천하지는 못한다. 그의 생각은 너무 극단적이기 때문에.

에밀 시오랑의 다른 책들도 몇 권 번역되어있지만, 구할 있는 책은 <<절망의 끝에서>>라는 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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