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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렸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알 턱도 없었고 알기도 싫었을 것이며 알려는 의지도 없었다. 이미 선 긋기는 시작되었다. 저 땅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곳이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모한 용기에 뒤이어 오는 경제적 고초와 무참한 절망, 패배감이 아니라 빠르고 현명한 포기였다. 그리고 그 포기 대신 내 포기는 종북들과 빨갱이들 때문으로 몰아가면 되었다. 지난 잃어버린 10년 정권으로 인한 것이면 되었다. 헬조선도 경제에 뛰어나지 못한 진보 정권으로 인한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엎지르진 물이고 뒤짚기엔 너무 강력하다. 그러니 왜 나에게 꿈과 희망을 밀어넣는가! 나에게 필요한 건 한 끼 밥과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와 종편 TV에서 틀어대는, 나보다 불쌍하고 처참한 북한 사람들의 실상이다. 


갑자기 추워진 29일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청계광장으로 가는 길은 을씨년스러웠다.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몇 블럭 떨어진 곳까지 들렸지만, 행인들은 무심하기만 했다. 죽어가던 역사학자 토니 주트는 '정치는 경제를 이긴다'라고 말했지만(그래서 제대로 된 정치가 선행되어야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그런 발언 따윈 좌파 호사가들이나 좋아할 말이다. 한국에서 보수라고 알려진 이들에겐 토니 주트도 좌파로 읽혔을 것이다. 하긴 제대로 된 보수가 어디 있으려고. 내가 보기엔 조선 시대에 통용될만한 세계관과 천민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흥미로운 결합이 한국 보수주의자들가 아닐까 싶지만. 


얼마 전 알게 된 한국학의 대가인 고(故) 제임스 팔레 교수는 조선을 노예 사회로 규정한다. 그는 문헌(호적부)에 기초하여 등록된 인구의 3~40%가 노비였다는 것이다. 더구나 같은 민족을 노비(노예)로 삼은 나라는 조선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조선으로부터 현대 한국은 고작 100여 년이 지났다. 그런 사회가 오백년 이상 지속되었다. 그 사회의 정신이 고작 100년 지난다고 잊혀질까. 


종종 나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들 중의 한 가지는, 참 똑똑하고 입 바른 소리도 잘 하며 뭔가 제대로 살 것같은 사람들이 꼴통 짓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 다들 현 정권의 약점을 시작 초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그냥 묻어버린 것이다. 나라의 미래 따윈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한국의 몇몇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으며, IMF 시기를 통해 단련되었다고 믿기 때문일까. 아니면 국민들은 개 돼지들이고 밥만 먹게 해주면 된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제 공중파는 다 잡았고 종편들까지 우리 편이니,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 어려운 고시 패스했다고, 유수의 국내외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대단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쳤다고 해서 믿어선 안 된다. 그 전에 먼저 그 사람의 생각, 태도, 성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과연 사람들은 그렇게 할까) 


하긴 이번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세상은 아마 그대로였을 것이다. 조선소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그 곳을 오가던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저 파란 지붕을 가진 저택까지 들리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은 측은한 마음으로 파란 지붕의 안주인만 바라봤을 테니까. 세월호 아이들이 바다 속에서 죽어가고, 조선소 사람들이 갑작스레 직장을 잃고 가정이 파괴되어도, 사람을 겨냥해서는 안 되는 물줄기를 사용해 결국 목숨을 잃게 만들어도, 어차피 고작 한 표 밖에 없는 선거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고 결국엔 다 종북과 빨갱이로 수렴될 족속들이니까. 


결국 다 노비들일 뿐이다. 가인 김병로(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위원장의 조부) 선생은 보수주의자이면서 정권에 반발해 야당 생활을 했지만, 국회의원 선거 때 선거 벽보만 붙이고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래 것들한테 어떻게 표달라고 고개를 숙이냐"는 것.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젠 한 술 더 떠, 모든 콜센터 직원들은 "갑질 해대는 고객"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주인과 노비가 만날 일은 없고 노비는 노비들끼리 서로 갑질하느라 정신없는 나라가 되었다. 세상이 이러니, 어찌 어디 촌구석에서 나고 자란 상고 출신 대통령을 주인으로 인정할 수 있었을까. 그런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했던 사람과 대면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 나라의 상층부는 조선 시대 - 일제 시대 - 현대 한국을 거쳐도 변하지 않았다. 감히 어떻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가.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노비들끼리 몇 프로 되지 않는 재물을 두고 싸우느라 정신없게 만들면 세상 관리는 편해진다. 그리고 정권에 반발하는 이들에겐 가끔 무서운 경험을 한 두번 시켜주거나, 그들에게도 재물의 안락함을 한 번 맛보게 해주면 그 뿐. 이데올로기 시대는 갔고 똑똑한 젊은이들은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잘 살 수 있으니, 자 이제 밖으로, 세계로 나가라,고 하면 그 뿐이다. 걸핏하면 나가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니면 사업을 해라, 그리고 망해라, 그러면 네 인생의 실패는 네 탓이니, 국가를 원망하지 말아라. 국가는 이미 이런저런 지원사업으로 결국 실패하게 될 네 사업에 돈을 주지 않았느냐.


글이 두서 없다. 아이를 안고 소리를 질렀지만, 청계광장의 많은 인파와 바로 옆 종로 거리의 행인들의 극명한 대비 속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그 사이 이태원에선 할로윈 파티로 즐겁게 보냈을 청춘들을 떠올리면, 글쎄, 우리에게 따뜻한 변화라는 것이 올까. 전투력을 잃어버린 야당 국회위원들과 너무나도 예의바르고 신중한 대선 후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는 대통령을 불쌍한 사람으로, 그녀를 조종한 최 모 여인만을 공격하고, 그 대신 그 둘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정부 여당, 검찰, 국정원 등에 대해선 아무렇지 않은 듯 길을 걷고 커피를 마시고 단풍 구경을 간다. 마치 느리게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그렇게 이 나라는 무너지고 국민들은 사라지고 대신 영악한 주인들과 바보같은 노비들로 채워진다. 조선 시대처럼. 


한동안 임진왜란 뒤 무능하기만 했던 선조는 왜 왕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었는데, 왕과 사대부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상부상조했던 것이다. 왕은 사대부들에게 학문을 배웠고 사대부들은 끊임없이 왕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대부분의 왕들은 사대부들보다 똑똑하지 못했으니까. 왕이 사라진다는 건 사대부들에게 치명적인 일이다. 그들이 가진 권세와 재물은 왕의 대칭구도로 인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임을.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능한 대통령으로 인해 국회의원들과 감찰 기관들, 행정 각료들은 그들이 가진 힘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며 부를 축적할 수 있으니까. 서로의 약점을 숨기고 미래란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변화할 것같으면 충분히 미디어를 통한 세뇌와 다양한 색깔론과 종북몰이, 그리고 부정적인 수단이 마련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법률은 촘촘하게 정권에 대드는 이를 잡아가두기에 충분하다. 어차피 노비들은 노비들일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매질과 약값, 또는 기름진 고기를 주면 그 뿐이다. 그러니 상고 출신 대통령에겐 대들어도 무능한 대통령을 감싸고 그녀를 조정했다고 여기지는 무녀까지 배려하는 것이다. 


그래도 청춘들은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할로윈을 즐기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어제 청계광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왜 사람들이 이것밖에 없지 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나라란 없고 대통령의 의사결정은 신뢰를 잃었다. 그야말로 위기상태다. 한국은 북과 대치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내려오기라도 하면 그냥 끝이다. 그건 북 때문이 아니라 미국은 신속하게 답 없는 한국을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이라도 미국은 눈 밖에 나있는 북을 공격하면 그 뿐이다. 딱 1주일이면 충분하다. 일본은 그 상황을 즐길 것이며 중국은 이미 끝난 북의 일부를 가지고 갈 것이다. 사람들은 욕을 하고 비난을 하지만, 말 뿐이다. 헬조선이라고 하면서 헬조선의 연휴를 즐긴다. 나라 걱정한다고 하면서 집 안에서 뉴스만 본다.


변화는 움직이는 자들로 인해 만들어진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저지지율은 5%대 였다. 지금 대통령의 지지율은 10%가 넘는다. 확실히 노답이다. 내가 이렇게 길게, 두서없는 글을 이유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이다. 우리에게 미래는 짧지만, 아이들의 미래는 길기 때문이다. 이와 똑같이,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많은 이들이 이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가 제대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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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을 구독한 지 몇 달이 되었다. 그 전에는 모바일 포털사이트나  Social Media, 특히 페이스북을 통한 소비가 대부분이었다. 이럴 경우 미디어 편식이 발생한다. 또한 예전이라면 스포츠신문을 읽어야만 볼 수 있는 기사만 읽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처럼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 나는 스포츠신문을 읽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디지털을 통해선 그냥 스포츠신문만 읽는 느낌이다. 그만큼 엉망이 되었다. 더구나 제대로 된 기사문을 읽을 일이 줄어든 셈이다. 


다시 종이신문을 읽기 시작하자 여러 모로 장점들이 많아졌다. 다소 느리지만, 깊이있는 칼럼들을 읽게 되었다고 할까. 하지만 디지털 세대의 여론과는 다소 무관해 보인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정치적 무관심을 지나 대중 일반의 정치적 이해와 판단능력을 마비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여기 블로그에 대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듯하여, 아래 칼럼 읽기를 권한다. 지금 20대 이하 세대는 정말 힘든 시기를 살아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치를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관여해야 하는데, ... 너무 걱정스럽다. 


송호근 칼럼 - 한국 청년 잔혹사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0419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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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생 2016.08.31 22:59 신고

    종이신문에 관해서 과제를 쓰려하는 학생입니다만, 2026년에는 한국에서 종이신문을 보기 힘들꺼라는 통계도 있길래 여기에 질문드려봅니다.
    종이신문이 없어질꺼라고 보시나요? 안없어진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종이신문이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궁금한게 워낙많은데 질문드려봅니다 ㅎㅎ;

    • 지하련 2016.09.01 02:56 신고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심지어 학자들이나 전문가들까지도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주제예요. 그걸 덜컥, 저에게 물어보시면.. ㅜㅜ.

      아마 관련 자료를 찾으면 너무 많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어떤 주제는 너무 많은 자료 때문에 힘들고, 어떤 주제는 자료가 너무 적기 때문에 힘들죠. 그런데 이런 경우는 공부를 하던지, 직장 생활을 하던지, 반드시 겪게 되는 문제예요.

      몇 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검색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 읽어보세요. 그럼 나름대로의 해답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riss.kr 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학위논문들을 검색할 수 있으니, 이와 관련된 석사나 박사학위 논문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해당 주제에 대한 논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종이판을 내던 뉴스위크지는 아예 종이 주간지를 없애버렸습니다. 뉴욕타임즈의 경우, 디지털화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위싱턴 포스트에 밀리는 인상을 주고 있죠. 영국의 가디언지도 디지털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의 중앙일보도 여기에 속한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 모노클 같은 잡지는 종이잡지로 수지타산을 맞추고 있어요. 국내에는 B 매거진이 대표적인 경우죠. 뭐, 신문은 아니지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은 너무 쉽게 하셨습니다. 그런 질문은 마치 '왜 살아야 하나요?'와 비슷한 류입니다. 다만 '왜 살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무한한 답이 있어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지만, '종이신문에 대한 질문'의 답은 몇 가지로 정해져 있고 여기에 대한 답은 자료를 찾아 읽어보시면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럼.




점심을 간단하게 햄버거로 처리하고 도로를 걸었다. 작은 분수와 가로등에 달라붙은 채 갓 핀 꽃을 보여주고 있는 화분들을 보면서 참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점심 시간 길가로 쏟아져 나왔다가 다시 사무실로 향하는 사람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지만, 그 웃음도 참 비현실적이었다.


모두, 우리들의 비극적 상황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모른 척할 것이고, 모른 척 하던 사람들이 다 죽고 도시는 폐허가 될 것이다.

이런 도시는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실크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많이 만날 수 있다. 이젠 성채만 남아 부서지는...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과거는 과거의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 변화를 거부한다. 세상은 변하지 않고 정지해있다. 그들은 마치 파르메니데스의 후예들 같다. 아직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믿고 있다. 자리는 고정된 것이고 사람은 변하는 것이니, 고정된 자리에 사람을 끼워맞추면 된다.


하지만 한국이 이토록 엉망이 된 것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정 반대다. 자리에 맞는 사람을 만들 수 있는 교육(훈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사람들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나는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이런 국가가 되기 위해선 몇 백년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 이름만 남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 ..





커피향은 은은하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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