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 6

농염한 몸짓의 소년 - 티에폴로(Tiepolo)

미의 기준은 바뀌고 미의 대상도 바뀐다. 미소년에 대한 염모는, 어쩌면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른다. 18세기 후반, 시대는 로코코로 향하고 티에폴로는 바로크적 몸짓 속에 로코코적 염원을 담아낸다. 동성애적 갈망이 화폭에 담긴다.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 즉 선미의식은 이런 것이 아닐까. 선한 것이 아름다운 것. 그래서 고대에는 여성의 아름다움보다 남성의 아름다움이 더 추앙받았으며, 이는 근대에까지 이어진다. (요즘은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는데, 예전 싸이월드에 올린 글들을 이렇게 옮긴다. 업무용으로 네이트온을 사용하다 보니, 쪽지로 예전에 올린 글들을 알려주고, 이를 다시 블로그에 올린다.) 2003년 12월 3일에 쓰다. The Death of Hyacinth1752-53Oil..

서양 미술사: 근대 미술 강의 노트 1

오래 전에 어느 문화센터에서 서양미술사를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이지 못한 강의였고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었던 관계로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만, 그 때 정리해놓은 강의 노트가 있습니다. 여러 참고 문헌, 그리고 제가 배웠던 서양미술사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제 이력이 유별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인문학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양미술사는 인문학의 꽃입니다. 철학사(혹은 지성사)와 비슷하게 움직이며, 언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우리들의 정신적 세계를 보여주며, 그 시대의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양미술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들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동시의 철학 책이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

중심의 상실, 한스 제들마이어

중심의 상실 - 한스 제들마이어 지음, 박래경 옮김/문예출판사 제들마이어는 중세의 낙오병으로 그보다 훨씬 민감하고 환상을 보는 데에 도통한 점쟁이들을 모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논의가 이처럼 코기토 인터룹투스(Cogito Interruptus)의 정말 탁월한 실례가 될 수 있는 것은 그의 암시적이고 이해를 갈망하는 듯한 태도 때문인데, 그는 어떤 기호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우리를 팔꿈치로 슬쩍 찌르며 윙크를 한 다음 "당신에게도 보이죠?"라고 말한다. - 움베르코 에코, '철학의 위안'(새물결, 조형준 옮김), 116쪽 이 책은 한스 제들마이어라는 독일의 미술사학자가, 1948년도에 썼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낯설고 기묘하며, 반-현대적이며, 도덕적인 교설과 주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

새 근원수필, 김용준

새 근원수필 (보급판) - 김용준 지음/열화당 새 근원수필(近園隨筆) (근원 김용준 전집 1권), 열화당 며칠이고 조용히 앉아 길게 읽을 책을 띄엄띄엄 산만하게 읽은 탓일까, 기억나는 것이라곤 오늘 읽은 술 이야기 밖에 없다. “예술가의 특성이란 대개 애주와 방만함과 세사(世事)에 등한한 것쯤인데, 이러한 애주와 방만함과 세사에 등한한 기질이 없고서는 흔히 그 작품이 또한 자유롭고 대담하게 방일(放逸)한 기개를 갖추기 어려운 것이다.” “술에 의하여 예술가의 감정이 정화되고, 창작심이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은 예술가에 있어 한낱 지대(至大)의 기쁨이 아니 될 수 없을 것이다.” (199쪽) 내가 기억나는 문장이 이렇다 보니, 인상적이었던 단어 또한 매화음(梅花飮)이었다. 뜻은 매화가 핌을 기뻐하여 베푸는..

세잔

세잔 Cezanne 창해ABC북 모더니즘을 새로운 형태의 고전주의라고 지칭하는 까닭에는 폴 세잔과 같은 예술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인상주의 사이에서 시작해 위대한 고전적 양식으로 귀결되는 그의 예술 세계는 20세기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미술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화이다”라고 생각했고 ‘회화에서 추구하는 진실은 현실에 대한 일루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확신에 이르는 작업’이라고 믿었다. Table, Napkin, and Fruit (Un coin de table) 1895-1900 (150 Kb); Oil on canvas, 47 x 56 cm (18 1/4 x 22 in); The Barnes Foundation, Merion, Pennsy..

근대를 보는 눈 (보충논의)

: Glimpse into Korean Modern Painting 『근대를 보는 눈』- 한국근대미술:유화 1. 이전에 윤범모의 (대원사. 1997)을 소개한 적 이 있었다. 앞에 올렸던 글에서 한국근대미술의 흐름에 대해 길게 설명 하지 않은 것은 윤범모의 을 읽거나, 전시도록을 읽으면 될 것같아 짧게 감상만 적어 올린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보니, 글의 모양새가 가히 좋지 않아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한국근대미 술의 흐름에 대해 글을 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의 글에 서 했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은 그저 도록의 요약 정도이리라. (* 전시 도록의 해설도 윤범모가 했다. 그러니, 을 읽은 사람이라면, 별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시 도록의 도판이 더 정확한 색깔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