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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미술사 책을 읽기는 하나, 그건 일 년에 한 권 될까 말까이다. 한때 책을 내기도 했고 강의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십 수년 전 일이고, 마지막 잡지 기고를 한 것도 꽤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다 우연히 강의 제의가 들어왔다. 요즘 아내의 일로 커뮤니티 자치 활동을 잠시 도와주고 있는데, 그 곳에 계신 분의 제안으로 한 차례 강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아래는 간단한 강의 개요다. 막상 적기는 쉽게 적었으나, ... 도판 찾는 게 일일 듯 싶다. 요즘은 워낙 온라인 아카이브가 잘 되어 있어 쉽게 도판을 찾을 수 있으나, 정확하고 적절한 도판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지라, 꽤 시간이 걸릴 듯 싶다. 동네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나중에 공개적인 장소, 가령 북까페 같은 곳에서 한 번 더 하면 좋을 것같기도 하다. 이런 강의도 자주 해야 까먹지 않는데, ... 머리가 굳어져서 큰 일이다. 


*** 

 

미술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현대미술감상법 


우리의 마음과 예술의 경향 

‘예술은 없고 예술가만 있을 뿐이다’라고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의 첫 문장으로 적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 뒤에 놓여진 예술가의 삶과 그 시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 때의 예술작품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중세 말의 고딕 성당을 알기 위해선 그 당시 사람들의 신앙에 대한 깊은 공감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13세기의 유럽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마음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바라볼 때 비로소 예술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가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신앙의 문제에 있어서 현대의 어떤 사람은 조용히 교회당에 가서 기도를 올리고 아침저녁으로 묵상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교회당 대신 거리로 나가 자신의 신앙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로마네스크 성당과 고딕 성당의 차이는 이와 비슷합니다. 신의 존재와 신앙의 문제 앞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각기 다른 마음과 태도도 그 시대의, 그 나라의 예술작품을 만듭니다. 





생-드니 성당. (1135 - 1144)



매너리즘과 현대 

예술사에서 매너리즘(마니에리즘)은 16세기 중후반의 지배적인 양식을 의미합니다. 일종의 퇴보로 이해되었던 탓에, 이 양식의 명칭은 경멸적입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 시대의 예술은 가장 현대적인 예술로 인정받기에 이릅니다. 우리는 예술 양식이 어떻게 경멸당하고 다시 받아들여지게 되는가 흥미로운 역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그 당시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알게 됩니다. 


틴토레토, <최후의 만찬>, 1592-94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예술은 크게 고전주의(고전적 예술)과 낭만주의(낭만적 예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식에서의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가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시대와 예술가들,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해하며 현대 미술에 있어서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도 함께 탐구합니다. 


라파엘로, <초원의 성모>, 1505 



자연주의와 기하학주의 

서로 대립되는 양식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대립되는 양식이 아니라 우리가 외부 세계와 마주할 때 취하게 되는 양식적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자연주의와 기하학주의가 함께 드러낼 때도 있습니다. 자연주의 작품과 기하학주의 작품을 함께 비교해가며 예술가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이해하도록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해봅니다. 


이집트, <사자의 서> 일부, BC.1275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소장품기획전>으로 보는 현대미술과 우리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소장품기획전>은 현대 미술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전시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 미술 작품 안에 그러한 것들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살피고, 현대 미술 작품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합니다. 


론 뮤익, <침대에서>,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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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늦은 봄에 올린 포스팅을 새로 올린다.
야니스 크세나키스.
그리스가 자랑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다. 얼마 전 나이브에서 야니스 크세나키스 박스 세트를 구입했다. 놀라운 박스 세트였으며, 지금 듣고 있는 동안 흥분과 전율을 감출 수 없다. 그 박스 세트에 대한 리뷰는 다음에 올리기로 하고, 몇 년 전 글이긴 하지만, 다시 올린다. 

*      * 
 
현대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고작 해봐야 에릭 사티나 바르톡 정도. 뽈 발레리는 '회화만한 지적인 예술은 없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지적인 것들의 대변자라 할 수 있는 수(수학)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예술은 회화가 아니라 음악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 중세 시대 내내 조형 예술이 철저하게 무시당한 것에 비해 음악은 신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의 낭만주의자들(후기구조주의자들)은 기하학주의라는 뿌리 깊은 편견에 도전하였지만, 실은 기하학주의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피타고라스-플라톤의 기하학주의는 더욱 강화되었다. 아무렇게 그린 선이나 도형을 무한히 반복하면 일정한 모형이 나온다는 카오스 이론은 우연한 낭만주의에서 규칙적인 고전주의로 가는 어떤 방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언어학에서 시작된 구조주의 또한 이 세계를 하나의 패턴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형태의 기하학주의는 아닐까.
(도리어 기하학주의에서 시작된 양자역학이야 말로 반기하학주의로 나아가는 흐름이 아닐까?)

현대 음악들 대부분은 불협화음을 사용하고  듣기 불편하고 자극적이다. 아마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감상자에게는 지독한 고문같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아니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도 예외는 아니다. 음반을 구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듣는 것마저도 어느 정도의 인내를 감소해야만 하니까.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문외한인 나에게도 크세나키스의 음악은 매우 독특하다. 보통의 음악은 물결처럼 흘러간다. 그것이 협화음이든 불협화음이든. 그런데 크세나키스의 음악은 흘러간다는 표현이 적당하지 않고 일정한 모양의 음들이 규칙적으로, 무리지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학적으로 고도로 계산된 일련의 움직임들이 눈에 보이듯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음악을 듣는 내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듣는 이의 지성에 호소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를 강요하는 듯 하다. 그는 건축적 음악을 만들었고 그것이 그의 음악적 신념이자 태도였다. 마치 잘 마무리된 대리석 벽돌처럼 생긴 음들이 흘러다닌다고 할까.

유튜브에서 그의 음악을 옮긴다. 즐거운(?) 감상을.


Ata 1/2



Ata - 2/2

Comment +2

  • 89명의 연주자가 동원되는 무시무시한 곡이지요. 저는 커플링된 Akrata를 가장 좋아합니다. ㅎㅎ

    • ㅎㅎ 저는 집에서 볼륨을 올려놓고 크게 듣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ㅜㅜ... (가족들이 싫어해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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