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3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콘웨이

다가올 역사, 서양문명의 몰락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콘웨이(지음), 홍한별(옮김), 갈라파고스 제목만 본다면 영락없는 문명사 책이지만(그래서 나도 샀지만), 문명사 책이 아니다. 서양 문명의 몰락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이 책은 서양문명(1540-2093)이 몰락한 지 300년이 된 시점에, 계몽의 후손이라 불리던 이들이 대체 왜, 어떻게 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확실한 정보와 앞으로 펼쳐질 재앙에 대한 지식을 갖고도 대응하지 못했는지를 파고든다. (11쪽) 기후위기에 대한 가상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고 중앙집권 국가가 다시 등장해 이 위기를 겨우겨우 수습해나간다는 이야기다. 짧지만 강렬하고 냉소적이다. 그러나 조금 더 과격하게 표현하면 더..

어느 주말의 침묵

갑작스런 추위를 지나자, 다시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건 이상 기후. 탈정치화, 탈역사화를 떠들던 학자들이 물러나자, 정치적 삶, 정치적 일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유행. 모든 것은 유행이고, 유행을 타는 타이밍은 모든 이들에게 중요해졌다. 진짜 중요한 것은 뒤로 숨어버리고 ... 가산디지털역 인근 커피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다. 몇 개의 전시, 몇 개의 작품을 떠올려 보지만, 역시 예술은 우리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 삶 속에서 예술은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공허한 대기의 무지개같다. 아무런 영향도 행사하지 못하는, 때도는 대단한 통찰을 수놓지만, 그건 마치 미네르바의 올빼미와도 같아서 그걸을 깨달은 때는 이미 시간이 한참 흘러 되돌릴 수 없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