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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라는 이름의 성장통

바람직한 미래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그것은 반드시 고통과 아픔을 수반한다. 그것이 성장통이라면 좋겠지만, 때로 그것은 절벽이거나 지옥이거나 나락일 수도 있으며, 그리고 그게 끝일 수도 있다. 오이디푸스가 맹인이 되는 것은 죽음을 뜻하는 알레고리다. 우리는 아픔을 딛고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며,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 속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꿈, 우리가 왜 아파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여야만 한다. 무엇을 잘못 했으며,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꿈도, 일도, 사랑도. 수십년 전 술 한 잔 마시면 외우던 시 한 편 있었다. 그런 삶을 꿈꾸었는데, ... 나이가 들어도 그 시 구절은 변하지 않는데 말이다. 박꽃 신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

우울한 피곤,들 너머의 피로사회

한병철의 를 읽고 난 다음, 그의 책들을 몇 권 더 샀으나, 아직 읽지 못했다. 한병철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그가 철학자가 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다음, 한참 지난 뒤까지 나는 직장인을 거부했다. 작가나 예술가라는 틀도 싫었다. 꿈을 꾸긴 했으나, 그 꿈을 명료화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 몸에서, 내 마음에서 용기가 빠져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갑작스럽게 피었다가 졌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준비하지 않는 봄을 맞이한 내 마음은 정처없이 떠돌기만 했다. 그걸 잊으려 야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상당히 피곤하다, 우울하다. 우리는 준비한다고 노력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준비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준비해야 ..

카테고리 없음 2021.04.15

홀스티 선언문 Holstee Manifesto

https://www.holstee.com/pages/manifesto 이것이 당신의 인생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이 있다면 자주 그것을 하라.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다면 바꿔라.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만둬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텔레비전을 꺼라. 삶의 반려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면 멈춰라.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시작할 때 그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나친 분석은 그만둬라. 삶은 단순하다. 모든 감정은 아름답다. 음식을 먹을 때는 마지막 한 입까지 감사하라.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에게 마음과 두 팔, 가슴을 열어라. 우리는 서로의 다름 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열정에 대해 묻고 당신의 꿈과 영감을 그들과 함께 나눠라. 자주 여행하라. 길을 잃는 것이 너..

기다림

기다림은 시간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는, 느린 걸음이다. 동시에 마음의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심적 동요이기도 하다. 그것은 너무 미세해서 알아차리기 힘든 진동이자 떨림이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예측가능성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희망이라든가 바람만 있을 뿐. 몇 분, 혹은 몇 시간 후, 또는 더 먼 미래의 어떤 결론을 알지 못하기에 기다림은 모험이며 방황이며 결국 우리의 영혼에게 해악을 끼칠 위험한 존재다. 그러면서 기다림은 누구, 언제, 어떤 일로, 어떻게에 따라 그 무늬와 색채가 달라지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기다림은 다채로운 변화이며 파도이고 햇빛이 잘게 부서지는, 빛나는 물결같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별의 운동처럼 한참을 들여다 보아야만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내 마음은 철거 중

낡은 마음을 부수고 새 마음을 올린다, 올리고 싶다. 늙은 마음을 허물고 젊은 마음으로 교체한다, 하고 싶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철거중 #내마음 #재건축 #들어간 #내마음 #내일상 #봄날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9 4월 8 7:42오후 PDT 내 발걸음은 바람을 달고 앞으로 무한 반복 중. 그러다 보면, 끝에 가 닿겠지. 그 끝의 풍경은 어떨까, 하고 한때 상상했지만, 상상은 현실 앞에 무너지고 사라지고 그저 그 끝도 오늘의 반복이거나 복사이거나 혹은 어제의 모습.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걷는다 #터널 #끝은어디일까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9 3월 29 4:25오전 PDT 키케로의 말처..

텅빈 주말의 사소한 희망

설 연휴가 지난 어느 토요일, 종일 집에 틀어박혀 두 권의 책을 다시 펼쳤다(리뷰를 쓰지 못했기에). 젤딘의 과 바라트 아난드의 . 그리고 한 권의 책, 게오르그 짐멜의 를, 억지로 다 읽었다,고 여기기로 했다. 과 를 정리해 블로그에 올렸다. 오랜만에 트래백(trackback)을 해볼까 했더니, 네이버 블로그엔 그런 기능이 아예 없었다. 아난드는 콘텐츠의 미래는 '연결관계connection'에 있다고 했는데... 아이와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전복과 산낙지를 샀다. 며칠 전부터 전복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서 주말에 간 것인데, 살아있는 낙지를 보더니, 그것도 먹고 싶다고. 결국 전복과 산낙지를 사와 집에서 산낙지부터 회로 준비했다. 하지만 살아있는 걸 자르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거의 ..

파리 Paris, 명동 Myeong-dong

아직 대기 틈으로 봄이 스며들기 전, 혹은 그렇게 스며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안은 숙녀들이 지나가던 세종로 인근 카페에 들어가 잠시 머물렀지.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고, 그 남자도 지나고 그 여자도 지나고 사랑도 지나고 이별도 지나고, 내 철 없고 순수하던 마음도 그렇게 지나가 버렸지. 하지만 내 몸은 철 없는 채로, 순수한 채로 여기 있는데, 이 몸에 어울리던, 그 마음은 사라지고 지치고 의욕 마저 희미해진, 누군가의 마음만 남아 그 몸과 싸우고 있었지. 그러다가 어느 새 봄이 오고, 황사가 오고, 미세먼지가 내 코와 입을 통해 내 폐로 들어오고, 내 깊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 억지로 잊고 있었던 그 옛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계절이 오고, 그 핑계로, 혹은 다른 핑계로 술을 마시고 자유로운 일탈..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나쓰메 소세키(지음), 오석윤(옮김), 책세상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의 놀랍고 아름다운 시작은, 어쩌면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소설은 독자가 읽게 되는 첫 문장들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어쩌면 '하이쿠 소설'이라는 후대의 평가도 우호적인 것일지도.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 가는..

새벽 3시 고요한 더위

도심 한 가운데 호텔 입구의 새벽 3시는 고요하기만 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호텔 안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 풍경이 연상되는 것은, 호텔이라고 하면, 놀러오는 곳이라는 인상이 깔려있어서다. 떠.나.고.싶.다.모.든.것.을.버.리.고.저.끝.없.는.우.주.여.행.을. 호텔은 해마다 한 두 번씩 돌아오는 낯선 우주다. 호텔의 하룻밤은 아늑하고 감미로우며 여유롭지만, 그와 비례해 시간은 쉽게 사라진다. 새벽 3시. 여의도 콘래드 호텔 바로 옆 빌딩에서 며칠 째 새벽까지 일을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원하지도 않았으며 끌려다녔다. 이런 식이라면 그만 두는 게 상책이나, 관계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관계는 우리는 견디게 하고 지치게 하며 상처 입히고 미소짓게 만든다. 관계..

패스트푸드 저녁

야근을 할 때면, 혼자 나가 햄버거를 먹고 프로젝트 사무실로 돌아온다. 재미없는 일상이다. 근사하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는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많고 긴장을 풀 수 없다. 잘못 끼워진 나사 하나가 전체 프로젝트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왜 여기에... 퇴근길에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요즘은 ... 조용한 단골 술집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하지만 조용하면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이니, 다소 시끄러워도 혼자 가서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가끔 바Bar같은 곳을 들리지만, 벌이가 시원찮은 샐러리맨이 가서 맥주 한 두 병 마시기엔 눈치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