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2

화요일을 견디기

명동의 어느 까페 2층에서 바라보는 외부 세계 속 남자들은 한결같이 봄과 어울리지 않는 딱딱하고 어둡고 건조한 색상의 자켓을 입고 있었고, 드물게 지나는 여자들은 지나온 과거처럼, 그렇게 다가올 내일도 힘들고 희망없을 지도 모른다는 어떤 두려움에 윗니로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 날, 나는 하루 종일 회의를 했고 하루 종일 뭔가에 대해 떠들었다. 그 언어들은 낯설었지만, 아직 나는 낯선 세상을 즐기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 아직. 아직. 헤르타 뮐러의 '저지대'를 읽고 있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준까진 아닌 듯하다. 이런 식으로 쓰는 뛰어난 소설가들은 그녀 말고도 여럿 되기 때문이다.

남자가 철든다는 것에 대해

철든 남자만큼 안타깝고 슬프고 절망스러운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종종 우리들은 성직자들에게서 ‘철 들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철들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이니, 성직자들에게는 종교적 관점에서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는 ‘종교적 관점’이 될 것이다. 성직자들은 신앙을 향한 ‘철없는 열정’을 숨기고 있다. (즉, 모든 열정은 철없음의 소산이다!) 마음 속에서는 늘 자신들이 믿는 신을 향한 끝없는 신앙심을 숨겨져 있는 탓에, 그들은 자신의 생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가끔 철든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병상 위의 남자다. 죽음을 향해 가는 남자. 자신의 생명력이 부질없음을 깨닫는 그 순간, 남자는 갑자기 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