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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현대자동차의 예술 사랑 -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후기




얼마 전 나는 무척 흥미로운 행사에 참석했다.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지난 6월 21일 토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예술(혹은 예술가)에 대한 고민, 열정,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많은 활동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참석하게 된 계기는 그저 이 작은 블로그 하나를 운영한다는 이유뿐이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이 잘 된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회사에서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내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순수 예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거기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 많은 기업들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몇몇 기업들은 탈세 용도로), 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은 문화재단과 리움을 통해, 금호는 미술관, 아트홀과 함께 클래식음악에 대한 지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내가 현대자동차의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너무 특별했다. 다른 기업들이 직접적인 투자와 지원이라면, 현대자동차는 (어쩌면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위험도가 높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순수 예술 전반의 생태계와 순수 예술에 대한 저변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여기에 대한 솔직한 내 반응은 '와우'였다.



(이대형 큐레이터의 강연 장면)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어 오후까지 이어졌다. 나는 여기에서 이대형 큐레이터를 만날 수 있었다. 나도 많은 큐레이터를 만났고 그 비슷한 일을 했으며 예술에 대한 사랑은 누구 못지 않다고 자부하는 터였지만, 그 앞에서는 솔직히 주눅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한국 미술은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기업에서 이런 유형의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한 것은 현대자동차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나는, 우리들은 기업의 브랜드와 순수 예술과 결부시키는 방법을 일차원적으로(혹은 피상적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아트콜라보레이션(art collaboration)을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와 직접적인 연상이 일어나야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마음 한 곳에선 이건 산업디자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차라리 디자이너와의 협업이라는 이해가 되지만, 순수 예술가와의 협업이 제품으로 나온다는 건 ... 하긴 디자인과 순수 미술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고, 이 정도라도 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대부분의 작가들은 스스로를 알리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고 나서서 하는 것도 주저하는 마당에.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전혀 방식으로 아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모할 정도로. 이미 현대자동차는 영국 테이트모던과 11년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세상에 한국 기업이 영국 최고의 미술관에다 이런 짓을!!). 테이트모던 역사상 최장의 파트너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테이트 모던보다 더 지원했으면 했지, 덜 지원하진 않은 모양이니. 이미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관의 갤러리 아트존은 현대자동차가 지원하고 있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를 통해 국내 중견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첫 번째 작가로 이불(Lee Bul, 1964년) 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여전사’라는 수식어를 가진 이불은 작품 활동 초기부터 퍼포먼스, 설치, 조각 작업 등 행위예술과 설치 예술을 통해 아름다움, 파괴 등을 주제로 인습을 타파하는 작업을 펼쳐왔습니다. 1990년대 후반 사이보그 시리즈 작업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2000년대 이후 개인의 기억, 경험을 반영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http://brand.hyundai.com/ko/art/with-mmca/mmca-hyunda-series.do 





그렇다면 현대자동차의 아트 마케팅은 어떻게 다르길래, 내가 '와우'라는 반응을 보였던 걸까. 이대형 큐레이터의 설명과 관련 안내 자료들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면 크게 3가지로 말할 수 있다. 



1. 우리들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내재화. 


한때 서양미술사를 공부했고 미술계에 들어가 뭔가 해보려고 했던 내가 늘 고민하고 부딪혔던 문제는 전시를 한 두 번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 전까지 없었던 예술에 대한 사랑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내 꿈은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즐기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인데). 도리어 이 작품 돈 될꺼야 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나았다. 적어도 그러면 이 작품은 왜 돈이 될까 하는 고민이라도 하니 말이다.


계량적 가치는 평가하긴 어려워도 설명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 가령 작품성이나 감동, 왜 이 작품은 위대한지 따위를 설명하자면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대형 큐레이터는 자신이 외국의 명품 회사와 일을 할 때, 그 회사의 담당자들이 가진 미술사적 이해와 폭넓은 지식으로 참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전시 한 두 번 본다고 해서, 미술 서적 한 두 권 본다고 해서 어제까지 예술에 관심 없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가 예술 마케팅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예술 마케팅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대형 큐레이터는 직접 자료를 만들어서 현대자동차 딜러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예술 마케팅 회사가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예술을 사랑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변할 테니 말이다. 이렇게 현대자동차는 변하고 있었다. 


그는 이와 비슷한 변화를  '내재화'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이것이 진짜 변화라고. 그런데 누가 이런 변화를 지원할 것인가. 많은 갈등과 고민, 오랜 기간 동안 투자하고 지원해야 하는 일인데. 현대자동차의 예술 마케팅이 기대되는 것은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2. 콘텍스트를 움직이는 관계 미디어 


어쩌면 자동차도 미디어? 그럴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행동경제학에선 자동차는 강력한 효과를 지닌 메시지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자동차에 문화 예술을 씌운다면? 


문화는 마케터들의 판단과 방향성을 지배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간파하고 있는 기업이 만든 청사진을 따라 나머지 기업들은 상품을 만들거나 마케팅 활동 등을 진행한다. 현대자가 문화예술 마케팅을 통해 문화 자산을 쌓는다면 주도적으로 청사진을 그려 타깃 시장을 지배하고 이끌어날 수 있게 된다. 

또한 고객은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서 기업을 바라본다. 문화가 고객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고객은 자동차의 기본적인 가치를 넘어서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소양이 있고 이에 집중하는 현대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고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된다. 

- '현대자동차 문화지원 사업 소개' 중에서 


이렇게 생각해보자. 현대자동차의 문화지원 사업, 즉 현대차의 아트 마케팅을 통해 우리는 순수 예술을 보다 쉽게, 바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순 있지 않을까? 현대자동차라는 브랜드가 일종의 관계 미디어가 되는 셈이다. 


아마 순수 예술의 입장에서는 다소 어색하고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현대자동차의 이 도전적인 문화 예술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국내 기업들 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까지 따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지 않을까. 나는 희망적으로 이걸 기대해본다. 



3. 미술생태계 중심, 그리고 사람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의 문화 예술 마케팅은 한국의 미술 생태계의 경쟁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순수 예술 지원 할동은 갤러리 운영이나 작품 구입 정도다. 실은 이 정도 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은 여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도리어 국립현대미술관을 지원하고(미술인프라 지원),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작가 전시 프로그램(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을 운영한다. 그리고 다양한 아트콜레보레이션과 이를 판매할 갤러리 아트샵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경쟁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들 속에서 원숙한 예술미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한국의 중진 작가들을 겨냥한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리고 여기에 전 세계에 한국 미술을 알려온 이대형 큐레이터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가 더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 


(갤러리 아트샵에 판매되고 있는 초콜릿 고려청자) 



현대자동차의 아트 마케팅은 환경, 즉 콘텍스트(기업과 미술 생태계) 속에서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의 중심에 작가과 관객을 위치시킨다. 그리고 기업, 자동차, 미술, 사람이 하나가 된다. 실은 이런 시도를 꿈꿀 수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이를 실제로 행하는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수익 창출이 목표인 기업이 매우 무모해보이는 아트 마케팅을. 

 

어쩌면 이 표현이 현대자동차의 아트마케팅을  제대로 표현하는 문장일 듯 싶다. 


"최고의, 중장기에 의한, 진정성을 위한 현대자동차의 문화예술 마케팅" 



미술계를 떠나 시간 날 때 전시 보고 관련 잡지나 책을 보는, 이젠 미술 애호가일 뿐일 나에게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기회를 준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특히 현대자동차에서 아트마케팅의 새로운 장을 펼쳐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대형 큐레이터와 그 외 현대차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도 아낌없는 성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 현대자동차의 다양한 문화 예술 마케팅 및 지원활동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 브랜드 웹사이트(http://brand.hyundai.com/ko/main.do)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ACCESS - an interactive art installation by Marie Sester 

(이대형 큐레이터가 강연을 하는 동안 알게 된 작품이다. 우리가 무심코 보고도 지나치는 골목, 거리 위의 카메라들. 그것이 지닌 폭력성을 드러낸 예술 작품이라고 할까)



토요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부 전경. 역시 전시 관람의 최고 시간은 토요일 오전이다. 한창 미술 관련 공부를 할 때, 토요일 아침 일찍 나와 몇 시간 동안 인사동과 사간동 일대를 헤매던 기억이 난다. 그 땐 무슨 열정으로 그렇게 돌아다녔을까, 궁금하다. 누군가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문학 전공자였던 내가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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