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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최근 몇 년 꽤 힘든 나날을 보냈던 건 사실이다. 그게 잘못된 이직 탓인지, 아니면 내 능력 부족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 고민하더라도,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할 수 있는 건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것임을. 


나이가 들면 말이나 행동이 분명해질 것이라 여겼는데, 오히려 정반대가 된다.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고 알고 있던 것도 다시 한 번 더 묻게 된다. 


최근 블로그에 신변잡기는 거의 올리지 않고 책 읽은 티만 냈다. 이번 주부터 헤밍웨이 인터뷰를 읽기 시작했다.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탓에, 심리학 책 한 권, 앨리스 먼로 단편집,  헤르만 헤세 수필집과 함께 같이 읽고 있다. 헤밍웨이의 대표 소설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기억 나지 않는다. 해는 또다시...나 누구를 위해 종..도, 노인과 바..도 읽었는데. 기억 나는 건 노인과 바다 마지막 부분뿐이다. 다시 읽어야겠다. 


회사를 옮겼다. 강남 역삼동이다. 근처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고, 퇴근길 술친구를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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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禁酒)가 금주(琴酒, 거문고와 술)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 보니, 한달 이상 술을 마시지 않은 게, 그 때 이후로 처음인 것같다. 나 혼자만의 사랑에 빠져, 나 혼자 발광하다가 차였을 때. 그리고 한참 후 그 때 그 소녀를 다시 만났는데, 그 땐 왜 계속 만나지 않았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그 소녀 참 좋아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나, 잘난 척하지만, 내 깊숙한 곳엔 어떤 컴플렉스가. 결국 그런 문제와 부딪힌다, 그러니, <<하나비>>같은 영화만 좋아하는 것이다. 막판에 가서 폭발하곤 끝장내는. (하긴 컴플렉스 없는 현대인이 어디 있을까. 거대 도시에서의 삶, 자본주의 아래에서의 강력한 경쟁을 경험한 지 이제 고작 150년 정도 되었는데, 저 오래된 농경생활에서 벗어나...)  


침묵의 끝은 폭발과 함께 오는 정지. 


한 달 정도를 쉬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번 일은 3달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런 직업적 불안정함이 나는 이제 싫다. 몇 군데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볼 예정이다. 사업을 꿈꾸지만, 지난 일 년 간 경험을 돌이켜볼 때, 나는 아직 사업을 감당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고 결정내렸다,고 여긴다. 


그 사이 책 읽는 눈과 글을 쓰는 손, 그대를 만나러가는 발, 화사한 색을 마주 하는 가슴,들이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때 먼지를 치워주던 이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21세기. 


불가피한 이유로 한 달 반 이상 술을 마시지 않고 있는 지금, 술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나를 보며, 스스로 신기한 듯, 묻곤 한다. 정말 술 생각이 없는 거야? 


실은 도망치고 싶은 거다. 어쩌면 모든 이들이 지금 여기에서 도망치고 싶은 거다. 다원주의는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개인주의는, 결국 힘없고 어리석은 개인에게 거창한 자유(결국엔 전혀 자유롭지 않았던)와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자신과 무관한 사건들에 대해서까지)을 묻는다. 결국 자유를 누리고 책임을 다하려면, ... 글쎄, 의외로 어렵고, 화가 나고, 불공평하고, 뭔가 저질러야만 할 것같은 느낌에 휩싸인다. 결국 자유도 버리고, 책임도 버린다. 그냥 시키는 대로 사는 거다. 


하지만 나는 무뇌아가 아니다. 


비 속 바람에 우산이 날렸고 나는 없는 힘마저 꺼내 우산을 잡았다, 그렇게 그 때 사랑을 잡았다면, 그렇게 기회를 잡았다면, 그렇게 탁월한 선택을 했다면, 그 아름다운 우산은 날아가지 않았을 텐데, ... 어느 사월 월요일, 비가 왔고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비가 그치고, 바람이 멈추고, 어둠이 내려오고, 동화책을 읽어달라던 아이가 잠에 들고, 의미 없는 잔소리를 하던 아내가 아이 옆에 눕는다. 


아, 그런데, 이 노래, 너무 좋기만 하다. 금주琴酒를 하지 못하고 금주禁酒를 하는 중년에게, 이런 애잔한 노래가 어울리는 법이다. 더 늦기 전에 춤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고, 사랑도 배워야겠다. 더 늦기 전에, 사랑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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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도 많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 ... 그리고 술도 마셔야 하고 ... ... 사무실에서 회의가 끝나고 난 다음 Competitive Strategy와 Strategic Innovation에 대해 팀원들에게 설명하면서 매우 우울해져 버렸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 전략 실행과 조직 관리, 또는 리더십... 무수한 고민들이 장기판 위로 떨어져 내리는데, 그 어느 것 하나 뾰족하게 나에게 해답을 주지 못한다. 돌아돌아 다시 제 자리로 온 느낌이랄까. 그나마 조금 성장한 것같으니,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아본다. 

요즘은 밤 10시만 되면 졸린다. 그리고 잠을 청한다. 

내일은 좋은 일이, 다음 달에는 좋은 일이, 내년에는 좋은 일이, 나와 우리 가족, 이 나라, 전 세계, 그리고 이 은하계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Coldplay의 Trouble을 들으며,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셔왔던가. 그런데 왜 그 때가 그리운 거지. 돌이켜보면 나는 다시 지금 이때를 그리워하게 될까... 세월은 수수께기처럼 우리를 스치고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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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잠을 설쳤다. 일요일 오후에 낮잠을 잤고 밤 늦게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한 탓이다.

집 근처 홈플러스 마트에 갔더니, 프랑스산 삼겹살 1KG을 9,800원에 팔고 있어서, 이를 소주,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1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화를 못 시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냉동 삼겹살이라 고기는 다소 질겼다. 먹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싼 가격을 감수해야 했다.
(그건 그렇고, 삼겹살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인가?)


오전에 사무실에 도착해 두 번의 회의를 했더니, 오전 시간은 다 지나가버렸고, 수면 시간이 채 3시간이 되지 않는 터라 점심식사 대신 낮잠을 택했다.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부치는 수준이었으나, 한결 나아졌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밀려드는 햇살의 두께와 밀도, 밝기는 한 여름날의 그것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모양이다. 여름이 올 때면, 일본의 어느 여가수의 노래가 떠올라, 아래 유튜브 영상을 옮긴다.
(이 가수, Port of Notes의 보컬리스트였다.)


올해 여름, 즐거운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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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입술이 건조해졌다. 1층 편의점에서 입술 보호제를 사왔다. 사무실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다가 오래된 mp3를 Play시켰다.

흘러나오는 Georgia on my mind~.

내 나이 드는 건 모르고, 남 나이 드는 건 안다. 내 잘못은 모르고 타인의 잘못은 안다. 그래서 후설은 이성의 지향성을 이야기했던 것일까.

정신없이 1월 보내고 나자, 이런 저런 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이기 시작한다.

어김없이 월요일은 야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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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근처 중국집에서 마파두부밥을 시켜먹었다. 맛이 없었다. 소스는 (마치 내 감정의 쓰잘데없는 거미줄처럼) 형편없이 끈적거렸다. 밥은 퍼져있었고 고통스러운 밍밍함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말없이, 기계적으로 숟가락을 들어 입 안으로 퍼다 넣었다.

 

육체적 시간의 불규칙함은 정신적 긴장을 무너뜨린다. 무너진 마음의 긴장은 몇 달 동안 얼어있다가 이제서야 겨우 녹아 한껏 봄날의 투명을 자랑하고 싶지만, 산짐승, 산새가 들지 않는 냇물의 쓸쓸함과도 같다.

 

1999 12 25일의 연주 동영상을 보면서, 20대를 돌이켜보며 회한에 잠긴다. 일본어는 거의 하지 못하지만, Port of Notes의 보컬리스트의 목소리가 참 좋다. 참 좋다.

Port of Notes / ほんの少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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