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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우리 일상이 건축을 결정짓는 걸까, 아니면 건축이 우리 일상을 결정짓는 걸까. 


대구에서 개인적 공간이 희박한, 하지만 오래전엔 자연스러웠던, 공동체적 가치를 가졌던 건물을 보고 .. 

그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건축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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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태양은 내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았다. 투명한 대기는 흐릿한 내 미래와 대비해 더욱 무겁게만 느껴졌다. 동대구역은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동대구역은 공사 중이었다. 대학 시절 몇 번 대구엘 갔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내 소심함 탓이었다. 나는 배려한다는 핑계로 내 소심함을 감추었다. 그래서 나 말고 당신이 적극적이길 바랬다. 어긋나는 건 예정되어있었고 나는 일반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일 때문에 내려갔다. 일이라는 것도 임시적인 것이라, 적극성을 버리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거나 세월 속에 자신의 습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는 건 나를 오래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만 사는 환경이 달라졌을 뿐. 그래서 내가 적극성을 띄자 당신은 뒷걸음질 치며 떠났다. 



지방 도시의 매력은 낮은 스카이라인이다. 빌딩 숲이 드물고 저 먼 하늘까지 보였다. 유럽 도시는 다들 몇 백년 된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지만(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가), 여기는 아니다. 백년 넘어가는 집을 보기 드물다. 내가 살던 그 도시에선 19세기말 20세기초 지어진 개항기의 일식 건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다다미집도 있었는데 ... 하긴 그 전에 지어졌을 법한 초가집이나 기와집들도 다 사라졌으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흘러나왔고 사투리를 쓰는 여자가 새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서울 생활에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대구에 알던 사람이 있었던가. 지금 아는 사람이 대구에 살고 있을까. 내가 알았던 그 때 그 사람은 지금 그 사람과 동일한 사람일까. 세월은 균열을 만들고 기억을 어긋나게 한다. 내 기억과 당신의 기억은 다르다. 내가 기억하는 당신과 당신이 기억하는 당신이 다르고, 당신이 알아주었으면 하던 나와 내가 알아주었으면 했던 당신은 다르다. 



조심스럽게 대문 앞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른다. 그러면 집 현관이 열리고 마당으로 나오는 인기척과 함께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골목길을 질주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대낮 동네를 시끄럽게 한다. 그 때 동네는 아이들의 소리로 요란했다.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지만. 아이들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대문만 남았다. 무수히 작은 손가락들이 거쳐갔을 초인종은 이미 고장났고 철제 대문은 녹슬었다. 



아무도 상처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무심해진 걸 '쿨'한 걸로 오해했던 90년대를 지나, 근래에 들어선 우리 모두 상처로 뒤범벅이 되었다. 이젠 너도 상처 입었고 나도 상처 입었으니, 그냥 없는 척 살자고 한다. 상처 입지 않은, 입을 일 없는 그들은 우리와 다르고 다른 곳에 살고 다른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른 차를 타고 다른 곳에 놀러가니, 그들은 상처 입은 우리를 보고 너희들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들 중 일부는 그 때 그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 후 골목 어딘가로 사라졌을 텐데. 


서울의 더위와 대구의 더위는 다른데, 그건 대기 때문이다. 자동차 때문이기도 하고, 빌딩의 수 때문이기도 하고, 당신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은 그 때 대구에서 무엇을 했던가. 그 때 더위는 참 지독했는데. 



골목은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기억은 골목을 가지고 있다. 골목길 끝은 늘 이야기로 넘쳐났고 쓸쓸했지만 따뜻했다. 아니 지나간 세월로 인해 이제 온기를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 


다시 대구에 내려갈 예정이다. 그리곤 다시 내려갈 일이 없을 것이다. 내가 맡은 일이 끝날 테니. 대구에서 술 한 잔 하고 올라오면 좋을 텐데, 그럴 기회가 있을 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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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am1969 2016.09.21 20:06 신고

    오래된 대구 중구 서야동 토박이라 이 골목길을 단박에 알아보고 아는척 해봅니다. 사람이 빠져나가고 냄새만 남아 있는 그런 저안 골목이라서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 네. 중구 서야동입니다. ^^ 지방 도시의 골목은 다 그럴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가끔 어렸을 때 뛰어놀던 그 골목길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런 골목길이 이젠 많이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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