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15

in my life, 2023.04.22

1.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많은 생각에 휩싸였다. 한국 사람들에 대해서. 한국 사회에 대해서. 결론도 없지만, 더구나 결론을 내리기에 이제 남은 생도 얼마 되지 않으니까. 최근에 읽는 책들을 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원래 그래왔던 것들, 그렇게 기록되지 않았던 옛날부터 내려온 어떤 것들이 층층히 쌓여 온 것임을 깨닫곤 절망한다. 오래 외국생활을 한 친구에게 아직 한국은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타자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조직에서의 승진이 정치적 역량으로 결정되는 모습에 이젠 포기했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또한 답답함을 느꼈다. 2. 시간이 지..

시선들, 캐서린 제이미

시선들: 자연과 나눈 대화 Sightlines 캐서린 제이미(Kathleen Jamie), 장호연(옮김), 에이도스 스코틀랜드 시인 캐서린 제이미의 수필집이다. 책 뒷표지에 실린 여러 찬사들과 이 책이 받은 여러 상들로 인해 많은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면 번역된 탓일지도 모른다. 역자의 번역이 아니라 캐서린 제이미의 언어가 한글로 번역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자는 이미 에드워드 사이드의 를 탁월하게 옮긴 바 있으니, 도리어 믿을 만한 번역가이다. 이 수필집은 캐서린 제이미의 두 번째 모음집이며, 영어권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영어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자연사(自然史)와 연관된 경험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들은 ..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크리스 아지리스 외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크리스 아지리스 외(지음), 심영우(옮김), 21세기북스 사둔 지 오래된 책이다. 손이 가지 않다가 최근에 읽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커뮤니케이션 관련 글들을 모은 책을 번역하였다. 영미권에서 몇 개의 중요한 비즈니스 잡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손 꼽히는 것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나 논문이 실려, 나도 가끔 챙겨 읽는다. 최근에는 정기구독을 고민 중이다. 영어로 읽는 속도가 한글보단 아직 느린 탓에서 주저하고 있지만(영어로 읽을 시간에 한글로 몇 권 더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인 면도 있는 탓에). 8개의 글이 실렸으며, 초반 몇 편의 글은 상당히 시사적이다. 1. 듣는 것도 기술이다. 비즈니스는 의사소통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멈춰서서, 이우환 시집

멈춰서서 이우환 시집, 성혜경 옮김, 현대문학 이우환 Lee Ufan, 대화(Dialogue), 2011 그의 작품들이 좋아서일까, 이 시집은 그의 회화, 조각, 설치 작품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작고 단단한 설명서처럼 읽혀진다. 내가 알기로, 예술가들 중에서 이우환만큼 명징(明澄)한 글을 쓰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옮겨도 다르지 않다. 그는 일본 모노하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이론가이며, 현대 철학과 현대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탁월한 실천력으로 현대 일본 미술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일본 국어 교과서엔 이미 그의 글이 실려있고, 일본어라는 걸 제외하면, 그는 검증 받은 글쟁이이다. 이우환 Lee Ufan, 대화 Dialogue (2008) (사진 출처: art..

비즈니스 단상

종종 페이스북에 비즈니스에 대한 내 생각들을 메모하곤 한다. 그간 올렸던 단상들을 모아보았다. 잘못 뽑은 한 명의 직원이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망하기 직전에 깨닫는다. 기업의 느린 죽음(Slow Death)은 그만큼 위험하다. (2.27)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얼굴을 마주 보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해야 한다. 애초에 대화란 그런 것이다. 대화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짓 눈짓 손짓으로 하는 것이기에. (2.20)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위험(Risk)에 취약하다. 왜냐하면 실제 손실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위험은 그저 잠재적인 것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으로 인해 실제 손실이나 피해가 발생하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8.0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스튜어트 다이아몬드(지금), 김태훈(옮김), 8.0 '협상' 관련 책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협상'에 능한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아니면 '협상'이라는 과정이 우리에겐 익숙치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매순간이 협상의 연속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협상'에 관한 몇 권의 책들과 관련 보고서들을 읽고 난 다음,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결론은 '내게 맞는 협상 스타일'을 찾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내게 맞는 옷을 입어야지, 책에서 나온다고 그대로 옮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어색해지기만 하여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 책은 '협상'과 관련된 책들 중 가장 최근에 나..

협상의 전략, 리처드 셸

협상의 전략 - 리처드 셸 지음, 박헌준 옮김/김영사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협상의 전략리처드 셸(지음), 박헌준(옮김), 김영사 협상(negotiation), 매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요한 단어이지만, 책 한 두 권 읽는다고 자신의 협상 능력이 올라갈 일이 만무한 탓에, 우리는 금세 '협상'이라는 단어를 잊고 만다. 나 또한 그래 왔다. 리처드 셸의 이 책은 협상에 대한 실제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와튼 스쿨(Wharton School) 협상 프로그램의 주임교수인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협상은 책에서 배울 수 없다. 직접 협상에 나서봐야만 배울 수 있다"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제임스 프로인트(James C. Freund)의 말을 인용하면서 끊임없는 연습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 협상법

사람의 마음을 읽는 협상법 ‘모든 것이 협상’이다. 자녀와의 사소한 대화에서부터 회사에서의 중요한 거래나 비즈니스 미팅에 이르기까지. 솔직히 모든 것을 협상(적 구조)으로 돌리는, 일종의 환원론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협상의 중요성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사람의 마음을 읽어, 자신이 원하는 바의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다면, 협상 능력은 우리가 반드시 익혀야 하는 능력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익힐 수 있을까. 이 짧은 글이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본적인 협상 태도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입은 닫고 눈과 귀를 열어라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화한다. 어떤 이들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쉴 새..

리더들의 언어

예를 들어, 리더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존 F. 케네디는 "함께 별을 탐험하고, 사막을 정복하며, 질병을 뿌리 봅고, 해저 깊이 탐색하고, 예술과 상업을 장려합시다"와 같이 탐사, 별, 사막, 해저 등과 같은 이미지 중심의 단어를 사용한다. 반면 낮은 리더십 평가를 받은 지미 카터는 "최근 우리의 실수를 기회로 국가의 기초 원칙으로 되돌아가 헌신하는 기회로 삼도록 합시다. 우리가 정부를 경멸하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와 같이 거의 개념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연구팀은위대한 리더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리더의 비전을 자신의 마음에 그릴 수 있도록 소통하며, 따라서 이미지 중심의 단어를 더 많은 사용한다고 결론지었다. - 김호(더랩에이치 대표), '개념중심의 단어 Vs. 이미지 중심의..

로르까와 함께 5월 어느 오후

조심스럽게, 상냥한 오월의 바람이 녹색 이파리 끝에 닿자, 이미 무성해진 아카시아 잎들이 놀라며, 스치는 바람에게 지금 칠월이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반팔 차림의 행인은 영 어색하고 고민스러운 땀을 연신 손등으로 닦아내며, 건조한 거리를 배회하고, 길가의 주점은 테이블을 밖으로 꺼내며, 다가올 어지러운 마음의 밤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이야기했지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2012년 5월 어느 날, 그 누구도 듣지 않고 말만 했다. 말하는 위안이 지구를 뒤덮었다. 아스팔트 아래 아카시아 나무 뿌리가 바람에 이야기를 건네었지만, 땅 위와 아래는 서로 교통이 금지되었고, 학자들은 그것을 모더니티로 담론화시켰다. (이제서야 로르카의 시가 읽히다니... 1996년도에 산 시집인데..) 연 가 내 입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