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3

현기증의 하루.들.

매일 팀원들과 하루 일과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름하여 일일보고서. 그런데 그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쓴 게 2주 전이었다. 그 사이 나는 매일 야근을 했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가 일을 했다. 상당량의 스트레스가 육체를 자극했고 적당한 고립감과 쓸쓸함이 내 사무실 책상 위를 훑고 지나갔다. 그러는 동안 2주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대형 IT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거의 혼자서 썼고, 어제서야 비로소 제안 발표를 했다. 아직도 400명 앞에서 벌벌 떨며 했던 발표가 기억에 선한데, 지금은 제안 발표 때 긴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긴장하지 않는다는 건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초부터 침대에 누우면 현기증이 심하게 일었다. 마치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 위에 몸을 실은 듯이. 노년의 의사에게 들은 바로는,..

칼의 노래, 김훈

칼의 노래 -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김훈(지음), , 생각의 나무 내 몸 속에, 내 가슴 속에 죽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소설의 짧고 단단한 문장들 틈 속에서 소리죽여 울어야만했다. 하지만 죽여야할 것들은 죽임을 당하기 전에 내 몸 속, 내 가슴 속에서 날 공격했고, 소설 속 화자인 이순신이 죽여간 왜며, 부하며, 조선포로며, 전과를 말해주기 위해 짤려져, 소금에 절여진 머리통 위로 내 얼굴이 떠올랐다. 말은 비에 젖고 청춘은 피로 젖는구나 젊은 왜가 칼에 새겨놓은 저 글귀는 이내 내 영혼을 파고들고, 나를 버려도 내 육체를 버리지못함이 한없이 슬프고 내 몸짓들의 까닭없는 부정들이 날 공포 속으로 밀어붙인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