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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브로크백 마운틴 Close Range: Wyoming Stories 

애니 프루Edna Annie Proulx(지음), 조동섭(옮김), media 2.0,2006년 





잭이 말했다. "이 생각을 해봐. 나도 이번 한 번만 말하겠어. 있지. 우리는 같이 잘 살 수도 있었어, 진짜 좆나게 잘. 에니스, 네가 안 하려고 했어.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브로크백 마운틴 산 뿐이야. 거기 몽땅 다 있어. 우리가 가진 건 그것 뿐이야. 씹할 그것 뿐이라고.(...)" - 345쪽 


 


소설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브로크백 마운틴>은 앞서 읽었던 거칠고 고통스러우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끝까지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 사람들의 군상들과 겹쳐져, 위 문장 쯤에선 눈물이 나올 정도다. 브로크백 마운틴 뿐이라니! 


아마 한국에서 특정 지역을 소재로 애니 프루처럼 소설을 썼다면, 소설이 나오자마자(아니면 대다수가 책 따윈 읽지 않으니 그냥 묻힐려나) 작가에 대한 무수한 인신 공격과 소설에 대한 판매 금지 신청, 소설의 문학성이나 완성도 따윈 이야기할 틈 없이 무참히 공격당하다가 소설가는 끝내 절필 선언까지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법정까지 끌려가 탈탈 털릴 게 분명하다. 해당 지역 사람들이 소송을 걸거나 고발이 들어오거나 자신의 옳고 강직한 소신과 신념을 드러내기 위해 검사가 수사를 진행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이 소설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이 난무하고 (대체로) 여성과 장애인은 인간 대접 받지 못하며 끔찍한 방식으로 대상화된다. 심지어 동성애 장면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그런 묘사가 있다는 걸 정부 관계자들이 안다면 19금 소설로 포장해 판매하라고 할 것이다. 소설들 속에선 다치는 건 늘 있는 일이고 가난은 벗어날 수 없으며 망해가는 목장이거나 트레일러가 그들의 거주지다. 


소설을 읽으면서 묘하게 한국과 겹쳐지는 이유는 문학과 현실의 경계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특정 실존 인물이나 특정 지역 사람들에 대한 문학적 해석과 재창조는 어떤 것일까. 하긴 이 소설을 읽은 미국 사람들이 와이오밍 관광청에 전화를 해서 브로크백 마운틴이 어디에 있는 거냐며 묻는다고 한다(하긴 나도 브로크백 산이라, 어디 있는 거지 하면서 구글 맵에서 찾았으니). 그런데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산이다. 


결국 우리는 꿈을 꿀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잭은 죽고 그의 유언은 브로크백 마운틴에 유골이 뿌려지는 것이었는데. 그 산은 실제론 없다. 


11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거칠고 황량한, 거대한 자연 앞에서 순응하며 인생과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진창The Nud Below>에서 다이어몬드는 어머니에거 '아버지가 누구냐'며 따지지만 끝내 알지 못한다. <목마른 사람들People in Hell Just Want a Drink of Water>에서는 끝없는 호기심과 모험, 도전으로 와이오밍 밖으로 나간 라스가 교통사고로 인해 고향으로 돌어와 죽는 이야기다. 실은 너무 끔찍한 이야기라서 적지 않는 편이 좋겠다. 하긴 이 소설집에서 어느 것 하나 끔찍하지 않은 이야기가 어디 있으랴.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보지 않았으며 그저 애니 프루의 소설이 궁금했을 뿐이다. 읽는 내내 불편했고 끔찍했으며 이 소설집을 읽는 한국 독자들이 궁금했다. 이렇게 폭력적인 세계를 너무나도 태연하게 묘사하는 애니 프루에 대해서 어떻게 여길까. 이 소설이 한국어 쓰여져 출판되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더구나 특정 지역, 특정 사람들을 등장시키며 일반화시킨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이런 식의 단상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내 이야기가 아니라 네 이야기라 찬사를 거듭하는 건 아닐까. 트레일러나 목장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까닭에, 노골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건 아닐까. 트레일러나 목장 옆에서 지내는 여자아이이거나 성인 여성이거나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 번역되어 나온 건 아닐까. 


가끔 한국이 싫어지곤 하는데, 그건 너무 이중적인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렇지 않아 보이는 이들까지 한 패가 되어. 


결국 우리가 기댈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브로크백 마운틴 뿐이다. 이 세상에선 금지된 꿈이, 용납되지 못할 사랑이 시작되고 화려하게 꽃 피우고 소리없이 묻힐, 저 산 뿐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 10점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Media2.0(미디어 2.0)

내가 읽은 책이다. 절판되어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읽는다면 아래 책으로.  



브로크백 마운틴 - 10점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f(에프)





애니 프루(1935 ~ )



소설을 다 읽고 난 다음 참고로 읽으면 좋을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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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기준은 바뀌고 미의 대상도 바뀐다. 미소년에 대한 염모는, 어쩌면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른다. 18세기 후반, 시대는 로코코로 향하고 티에폴로는 바로크적 몸짓 속에 로코코적 염원을 담아낸다. 동성애적 갈망이 화폭에 담긴다.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 즉 선미의식은 이런 것이 아닐까. 선한 것이 아름다운 것. 그래서 고대에는 여성의 아름다움보다 남성의 아름다움이 더 추앙받았으며, 이는 근대에까지 이어진다.  



(요즘은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는데, 예전 싸이월드에 올린 글들을 이렇게 옮긴다. 업무용으로 네이트온을 사용하다 보니, 쪽지로 예전에 올린 글들을 알려주고, 이를 다시 블로그에 올린다.) 





2003년 12월 3일에 쓰다.






The Death of Hyacinth

1752-53

Oil on canvas, 287 x 235 cm

Thyssen-Bornemisza Collection, Madrid



18세기 중엽의 지오바니 바티스타 티에폴로의 작품이다. 시기적으로 로코코 시대에 속해 있으나, 프랑스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후기 바로크로 분류될 수 있겠다. 뭐, 후기 바로크가 로코코이기도 하니. 이 구분은 좀 애매한 감이 없지 않다. 


여하튼 이 작품은 아폴로와 히야신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폴로와 아름다운 소년인 히야신스가 원반 놀이를 하다가 히야신스가 그만 원반에 맞아 그 생명을 잃어버리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는데, 저 누워있는 히야신스의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에로틱'이라는 표현보다 '농염하다'라는 표현이 더 와닿는 듯하다. 얼마 전에 르누와르의 <Young Boy with a Cat>을 올렸는데, 다들 미소년에 대한 관심들이 있는 듯해, 미소년 시리즈로 작품을 하나 더 올린다. 


요즘에도 미소년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일명 '동성애' 그러니 과거의 일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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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AY -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플라토(로댕갤러리), 2011.09.08 - 11.27  




40대 후반의 프랑스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조금 낯설다. 삼성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로댕갤러리가 문을 닫자, 다수의 미술 애호가들은 실망했다. 이는 종종 순수미술이 상업 권력과 나란히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설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몇 해 전,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과 연관된 삼성 그룹의 비자금 의혹으로 인해 로댕갤러리는 휴관에 들어가게 되고, 리움미술관도 한동안 기획전시를 열지 않게 되자, 한국에서 보기 드문 세계적인 작가의 대형 전시를 열 수 있는 기획력과 재력을 갖춘 두 전시 공간의 휴관을 못내 아쉬워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리움미술관은 작년부터 기획전시를 하기 시작했고 로댕갤러리는 올해 플라토(Plateau)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현재 하고 있는 전시는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MY WAY'라는 회고전이다. (중간점검전(?)라고 해야 할 정도로 장 미셸 오토니엘은 젊고 급작스럽게 유명해진 케이스라, 회고전이라는 단어가 다소 어색한 것도 사실이지만.)

오는 11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파리 퐁피두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전시이며, 이 전시가 끝나면 일본, 미국 뉴욕으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 전반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나 관람객에게나 무척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내 작업은 유혹과 혐오의 개념을 가지고 유희한다. 그것이 바로 내 작업 세계에 들어오기는 쉽지만, 나의 강박관념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 전시 도록에서 인용


작가는 동성애자이다. 성적 정체성, 타인과 나의 구별,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시작된 그의 작품 세계는 모호한 성적 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점에서 (동)성애적인 문제를 현대 예술가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해석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성Sex는 현대 예술가에 무척 중요한 주제/소재이고 이를 거치지 않고 현대 미술을 이야기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간 현대미술 전시에서 종종 낯 뜨거운 작품을 만날 수도 있다.)

"나는 1980년대에 미국에 자주 여행했기 때문에 성정치학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예술가 세대의 출현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나의 작품은 이러한 주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좀 더 관능적이고 덜 분명하며, 좀 더 에로틱한 대신 덜 비판적인, 그리고 좀 더 개인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것은 좀 더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분열적이어서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한 프랑스적 방식으로 읽혀질 수 있다. 자웅동체는 전혀 다른 존재의 상징이며 특정한 성별에 의해 드러나지 않는다. 유두, 구멍, 입술 혹은 눈과 같이 양면성을 지닌 신체의 모든 부분들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 전시 도록에서 인용





하지만 우리의 눈을 끌어당기는 것은 2000년대 이후 작업한 작품들이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역 입구에 있는 '야행자들을 위한 키오스크'를 시작으로 작가는 유리 구슬을 통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유리로 만들어진 조형물(조각)의 투명성/불투명성/반영성을 흥미롭게 조화시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한다든지, 아무런 목적성이 보이지 않는 유리 구슬들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한다든지, 또는 겹쳐져 올라가는 유리구슬들이 가지는 주술적 의미를 찾게 하기도 한다. (유리 구슬 목걸이는 목에 걸렸을 때와 달리 세워져 있거나 나무에 걸려 있거나 매듭이 지어져 있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작가는 이용한다)





"우리는 많은 규범들이 무너져 내리는, 진실로 비극적인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예술가로서 나는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걸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상의 예술가는 아니다. 나의 세계와 조각은 분명 실재하지만, 여러분이 나의 작품을 바라봤을 때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되길 바라는 것이다.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재료의 경이로움 혹은 감정의 진실함과 같은 매우 근본적인 것들을 신뢰한다. 이것은 순진한 시각이 아니라 생존자의 통찰력이다." - 전시도록에서 인용함



하지만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들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그는 심각해지기 위해 작품을 만들지 않았으며, 어떤 예술적이거나 현실적인 실천을 강용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이해해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 경이로움 속에서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으면 된다는 것이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아름답다. 연인끼리 가기도 좋고 가족끼리 가기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초반이 성적인 메타포가 담긴 작품들 앞에선 조금 난감해질 수도 있지만. 그리고 갤러리 안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은 언제나 봐도 대단하다.



- 입장료는 5,000원(성인 기준)이며, 전시 설명 시간에 맞추어 가면 더욱 좋을 것이다.
- 홈페이지: www.platea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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